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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바나나 품고 우주 다녀온 스타십... 훨훨 나는 머스크, '화성 왕복 시대' 가능성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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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단바다 위 목표 지점에 무사 착수
우주서 1초간 엔진 껐다 켜는 데 성공
다음 발사 땐 1·2단 모두 젓가락 잡기?
美 화성 꿈꾸는데, 韓 기업 발사 포기
한국일보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 스타십이 19일 텍사스주 남부 보카 치카 해변의 우주발사시설 '스타베이스'에서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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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한 대형 우주선 '스타십'이 6번째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에는 바나나 인형을 첫 탑재물로 싣고 우주를 누빈 뒤 지구로 복귀했다. 비록 5차 시험발사 때처럼 1단부가 발사대로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주요 실험을 모두 성공한 뒤 바다 위 목표점에 수직으로 내려왔으니 기술력을 과시하기에는 충분했다.

스페이스X는 19일(현지시간) 오후 4시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 해변에 있는 발사장 '스타베이스'에서 스타십을 쏘아 올렸다. 이번 발사에선 1단부 추진체 '수퍼 헤비'와 2단부 우주선 스타십이 모두 성공적으로 목표 지점에 착수했다. 발사 3분 후에 1단부가 2단부와 분리돼 발사장 인근 멕시코만 바다로 입수했고, 2단부는 65분간 지구 궤도 항로를 비행한 뒤 몸체를 세워 인도양에 안착했다.

재점화 성공, 내구성 향상... 화성 시대 가까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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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미국 텍사스주 보카치카 해변의 '스타베이스'에서 발사된 스페이스X의 '스타십' 2단부가 우주공간에서 엔진을 재점화하고 있다.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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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사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2단부의 놀라운 기술력이다. 우선, 발사 후 38분쯤 스타십 엔진을 우주공간에서 1초 정도 껐다 켜는 모습을 보여주며 재점화 가능성을 증명했다. 불을 붙이려면 연료, 산화제, 점화원 등 필수 요소들의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대기와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에서 이를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특히 스타십은 액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연료의 움직임을 예측·제어해 점화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점화 성공은 화성 시대에 한 발자국 다가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을 두 대 제작해 한 대는 사람이나 물자를 옮기는 수송용, 다른 한 대는 연료 보충용으로 사용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때 우주에서 엔진을 켤 수 있어야만 연료 보충용이 쓸모가 있다. 또 먼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올 때는 힘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점화 기술이 무르익으면 우주에서 더 다양한 임무 설계가 가능해질 거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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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발사된 스페이스X의 우주선 '스타십' 2단부가 인도양 위 목표 지점에 수직으로 내려오고 있다. 5차 시험발사 때는 2단부가 착수 과정에서 폭발했다.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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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십의 내구성도 한층 향상됐다. 우주로 진출한 스타십은 지구로 돌아올 때 고온의 상태를 견뎌야 해 검은색 타일 형태의 방열판(열 차폐체)을 붙여 기체를 보호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옆의 방열판을 일부러 떼낸 대신 새로운 방열 부품을 도입했고, 받음각은 이전보다 높게 유지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내구성을 테스트하기 위함이다. 방열판을 뗀 부위에 향후 우주선 포획 장비를 설치할 계획도 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앞선 시험발사에서 녹아내린 전력이 있는 플랩(자세 조정용 작은 날개)이 큰 손상을 입지 않았고, 폭발 없이 인도양의 목표 지점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강신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극단적 상황에서) 2단부가 살아남는다는 것은 스페이스X가 추구하는 우주선 전체 재활용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의미"라며 "5차 발사 때보다 플랩 손상이 적은 건 기술적 진보"라고 설명했다.

'It's Bana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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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관계자들이 19일 'It's Bananas!’라고 쓰여 있는 상의를 입고 스타십 6차 시험발사를 중계하고 있다.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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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사의 깜짝 주인공인 바나나도 화제가 됐다. 스타십은 첫 탑재물로 16㎝짜리 바나나 인형을 싣고 올라갔는데, 이는 줄에 매달린 채 둥둥 떠서 스타십 내부가 무중력 상태가 됐음을 보여주는 증거 역할을 했다. 과거에도 인형은 무중력 지표로 자주 이용됐다. 1990년에는 스누피 인형이 우주왕복선에 탑승한 적도 있다. 이날 시험발사를 중계한 이들은 앞쪽에 'It's Bananas(바나나다)!'라고 쓰여 있는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이 표현은 영미권에서 '말도 안 돼'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해 스타십 기술에 대한 놀라움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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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발사된 스페이스X의 우주선 '스타십' 2단부 내에 바나나 인형(노란색) 하나가 줄에 묶인 채 매달려 있다. 스페이스X X(옛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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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발사에서 우주에서 내려오는 1단부를 젓가락처럼 양쪽에서 붙잡았던 발사대 '메카질라'는 이번에 작동하지 않았다. 이창훈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재사용 발사체는 회수 과정에서 초기 조건에 민감하다. 안전한 회수를 위해 메카질라를 이용하지 않고 바다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연내 실시를 예고한 7차 발사에서는 1, 2단부 모두 메카질라로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항공우주는 자본과 경험이 곧 기술력"


스페이스X의 기술 수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우주 강국으로 꼽히는 중국도 이륙했던 발사체가 다시 원위치로 착륙하는(수직이착륙) 기술은 아직 쌓아가는 단계다. 올 9월 중국 민간 우주기업 란젠향톈은 실험용 발사체를 10㎞ 높이로 수직이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수만㎞를 오가는 스타십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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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스타십'의 6차 시험발사를 앞두고 일론 머스크(오른쪽)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브라운즈빌=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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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이노스페이스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을 중심으로 민간 우주개발이 시도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재사용 발사체는 시행착오가 필수인데, 국내에는 민간 발사장이 없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제주도 인근 바다에서 해양발사를 준비 중이던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5~10월 사이 발사체가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내구성이 떨어진 탓에 결국 연내 발사를 포기했다. 이노스페이스는 내년 첫 상업 발사를 브라질에서 할 예정이다.

이창훈 교수는 "(지금의 스페이스X 기술력까지) 우리는 50년도 더 걸릴 것 같다. 항공우주 분야는 자본과 경험이 기술력이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필요하고,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며 "우주항공청이 콘트롤타워로서 민간의 성장 불씨를 살려 수익을 내고 재투자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신재 연구원은 "발사체 개발에 막 불을 지핀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정부·연구소·민간이 힘을 합쳐 도전한다면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이현기 인턴 기자 hyunki10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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