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곳간 채워라'…알짜 기업 매각으로 현금 확보 전쟁

▲ SK서린사옥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대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현금 창출력이 좋은 알짜 사업이나 비핵심 사업을 정리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그룹에서는 수익성이 좋은 자회사나 회사의 간판 사업도 과감히 매각해 안정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SK그룹은 올해 들어 고강도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그룹 지주사 SK㈜는 100% 자회사 SK스페셜티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를 선정했습니다.

양측은 연내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 쓰이는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SK스페셜티는 삼불화질소(NF3)와 육불화텅스텐(WF6) 제조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입니다.

SK㈜의 대표적인 알짜 자회사로 꼽히며, 지난해 매출액 6천817억 원 및 영업이익 1천47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시장에서는 SK스페셜티 지분 100%의 매각 금액 규모를 4조 원대로 추정해 왔습니다.

다만 SK㈜는 SK스페셜티의 일부 지분은 그대로 보유할 계획이어서 실제 매각 지분과 금액은 협상 결과에 따라 정해질 예정입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SK㈜의 순차입금은 10조 7천억 원 수준입니다.

SK㈜ 관계자는 "SK스페셜티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을 재무 건전성 강화와 미래 사업 투자 재원 마련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회사를 키운 모태인 바이오 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몸값을 5조∼6조 원대 안팎으로 추산합니다.

최근 회사 측은 바이오사업부 매각을 위해 매각 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인수 후보와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르면 다음 달 본입찰에 나설 예정입니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는 동물 사료용 첨가제와 식품 조미 소재를 생산하는 그린바이오 사업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특히 8대 사료용 아미노산 중 라이신 등 5개 품목은 세계 1위입니다.

지난해 사업부 매출은 4조 1천343억 원으로 CJ제일제당 전체 매출의 23%를 차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2천513억 원으로 전체의 30%입니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사업부 매각을 통해 확보한 실탄으로 식품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기업들은 운영 효율화를 위해 비핵심 사업도 적극적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선택과 집중을 하려는 취지입니다.

석유화학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롯데케미칼은 비효율 자산 매각과 전략적 사업 철수 등으로 기초화학 산업 비중을 줄이는 자산 경량화(에셋 라이트)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전략에 따라 최근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을 결정했습니다.

지분 매각을 통해 총 1조 4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또 롯데그룹은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의 현금인출기(ATM) 사업부(구 롯데피에스넷) 매각을 위해 올 초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인수자를 찾고 있습니다.

앞서 롯데는 일본에서 롯데리아 사업을 현지 외식업체 젠쇼홀딩스에 매각하고, 패밀리 레스토랑 티지아이프라이데이스(TGIF), 베트남 제과기업 비비카 지분, 롯데알미늄의 보일러 사업,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을 정리한 바 있습니다.

건설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에서도 자산 매각이 활발합니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여파로 지난 8월 자회사 에코비트를 2조 700억 원에 매각했습니다.

국내 종합폐기물 처리업체 1위인 에코비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1천100억 원을 기록한 그룹 내 알짜 자회사이지만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을 결정한 것입니다.

에코비트는 현재 실적 등을 볼 때 몸값이 상당한 것으로 평가돼 태영그룹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제시한 자구안의 핵심 내용으로 손꼽혔습니다.

GS건설은 스페인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 매각을 추진 중입니다.

GS건설이 2012년 인수한 GS이니마는 지난해 매출 4천930억 원, 당기순이익 522억 원을 올린 알짜 기업입니다.

그러나 국내 건설경기 부진 속에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SK㈜ 제공, 연합뉴스)

권영인 기자 k0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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