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국방장관 노리는 민주당…일단 탄핵하고 보자?

김민석 "대북전단 방치해 남북 긴장 증폭…김용현 탄핵사유 점검"

尹정부 출범 이후 5명 탄핵소추안 통과…3명 기각, 2명 진행 중

'이태원 참사' 이상민 행안장관, '책임 인정에도 탄핵은 기각'

신중하면서도 탄핵 추진 필요성은 언급하는 민주당 지도부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법사위 관계자 "탄핵 남발하면 정치 희화화"

윤창원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공직자 5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던 더불어민주당에서 최근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이 거론되면서, '탄핵 남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탄핵은 공직자를 파면하는 효과를 가진 만큼 '최후의 카드'로 써야 하는데, 5명 가운데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된 사례는 한 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를 시도때도 없이 꺼내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대북전단 방치 김용현 탄핵" 하자는데…이태원 참사 '책임 인정'된 이상민도 탄핵은 면해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전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북전단을 또 방치해 남북 긴장을 다시 증폭하는 정권은 정말 미쳤다. 김건희 살리자고 불장난을 마다 않는 범죄집단"이라며 "위헌과 위법, 무능의 사유가 너무 많다. 국방위원들과 함께 국방장관 탄핵사유 점검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국방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북전단 방치 외에도 여러 다른 사유들(국정감사 위증 등)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알려진 사안이고, 상임위 차원에서 다시 논의해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공직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정섭 대전고검 차장검사,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까지 모두 5명이다. 이 가운데 손 검사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 절차는 아직 헌재에서 진행 중이고, 나머지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모두 기각됐다.

탄핵은 공직자를 파면하는 최후의 절차인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이라는 요건을 갖춰야 할 것을 필요로 하는데 헌재는 이 장관과 이 검사, 안 검사의 행위에 중대한 법 위반이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즉 공직자가 그 책임을 져야 할 정도로 위법한 행위를 저질렀는지가 관건인데, 5명 중 한 명도 인용하지 못할 정도로 이를 입증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탄핵을 계속해서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김 장관처럼 국무위원을 맡고 있는 이상민 장관의 경우 재직 중 159명이 사망하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기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탄핵을 할 수 있는지가 법조계에서 상당한 화제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그의 책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언급하며 이를 기각했다.

탄핵 추진은 필요하다는 민주…"정치 희화화 우려…바람직하지 않아"

국회사진취재단

'대북전단 (살포) 방치'를 명분으로 내세운 김 장관의 경우, 해당 사안은 국방·안보에 대한 정책결정에 더 가까운 만큼, 이는 중대한 법률 위반이라기보단 정치적으로 책임을 질 사안에 가깝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게다가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경우 사퇴가 불가능한 상태로 직무가 정지되는데, 국방부 장관은 안보 책임자라는 특성상 하루라도 비워둘 수 없는 자리라는 문제가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방장관 탄핵 추진에 대해 원내에서 논의된 바가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고 답했다. 다만 지도부는 탄핵을 추진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 않은 모양새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의 한 의원은 "김 장관의 국정감사 답변 태도 등과 함께 제시한 사유(대북전단 방치) 등을 통틀어서 보면,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인식이 의원들 사이에 공유돼 있다"고 말했다.

만약 탄핵소추안이 헌재에서 기각될 경우, 해당 공직자는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도 급여를 그대로 받을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민주당은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의 '2인 체제 의결'을 이유로 탄핵소추를 추진, 표결 전 두 사람을 사퇴시킨 바 있다. 이진숙 위원장의 경우 실제로 탄핵이 의결되어 직무를 김태규 부위원장이 대행하고 있는 상태인데, 민주당 이정헌 의원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3개월 동안 직무가 정지돼 있는 중에도 4천여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직무도 수행하지 못하는 탄핵상태의 장관급 인사에게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셈이다. 무차별적인 탄핵 추진이 능사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검사 탄핵 또한 인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거론하고 있는 탄핵 이야기들 가운데는 탄핵의 요건을 엄밀하게 갖추지 못한 것들이 많다"며 "탄핵을 남발하다 보면 정치가 희화화되는 결과를 낳기도 쉽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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