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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법원장 추천제, 지법·고법 이원화’ 폐지 수순에 “설명·토론 부족” 비판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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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회귀하나…‘법관 관료화’ 타파 개선은 어디로

전국법관대표회의 “우려”, 12월9일 정기회의 안건

경향신문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 중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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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법관 관료화를 타파하기 위해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추천제’와 ‘지방법원·고등법원 인사 이원화’를 대폭 손질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부 판사들 사이에서 우려와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제도 도입 취지인 법관 관료화에 대한 반성은 어디로 갔냐는 취지의 비판이었다.

19일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법원내부망(코트넷)에 글을 올려 “법원장 후보자를 소속 법원과 관계 없이 전국단위로 추천받아 근무평정·자질 등을 검토해 임명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지방법원장 인사권을 강화하고 법관의 승진으로 운영될 우려가 있다”며 “법관 관료화의 반성적 고려에서 시행된 법관 인사 이원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법원장 추천제’를 “다시 검토하겠다”면서 올해 시행하지 않았다. 김 전 대법원장 시기 5년간 시행했던 법원장 추천제는 내년엔 아예 사라질 전망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전날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새로운 법원장 보임 절차를 마련했다”고 알렸다. 전국 법원의 판사와 일반직 공무원 등으로부터 법원장을 추천받되, 법관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각급 법원에 적임자를 임명한다는 것이 골자다. 투표 없이 대법원장이 전적으로 임명권을 갖는다. 이어 ‘법관 인사 이원화’ 경계도 한시적으로 허물겠다고 밝혔다.

‘법원장 추천제’는 대법원장이 일방적으로 법원장을 지명하지 않고 각급 법원 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후보를 추천받는 제도다. 판사들이 자신과 함께 일할 법원장을 직접 뽑는 방식이다. 대법원장이 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제청, 고법 부장판사 승진 등을 모두 결정하는 구조를 깨고, 민주적·수평적 구조로 법원장 인선 절차를 바꾸자는 취지가 담겼다. ‘법관 인사 이원화’ 역시 법원장 추천제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김 전 대법원장 때 재추진됐다. 지법 부장판사를 고법 부장판사로 발탁 승진하는 방식을 폐지하는 대신 각각의 법원 내에서 인사를 하는 제도다.

조 대법원장 체제에서 이를 뒤집으려는 것은 법원장 추천제가 인기투표로 전락했고 재판지연의 이유가 된다는 일각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다. 고법 부장판사들의 법원장 진출이 제한된다는 불만도 반영했다. 천 처장은 지난달 전국 법관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제도 손질의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이날 코트넷에 글을 올린 한 부장판사는 “코트넷 메일을 통한 설문조사 응답을 응답자의 정확한 의사라고 보기에는 질문과 관련된 문제점, 영향 등에 대한 설명과 토론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법관 인사 이원화 경계를 한시적으로 허물겠다는 데 대해서도 “고법 부장판사는 법원장으로 보임돼야 함을 전제로 하는 것인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고법 부장판사의 지방법원장 보임의 길을 다시 닫아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 2년 차에 ‘법원장·법관 인사제도’를 손보는 데 대한 법관들의 우려는 적지 않다. 고법 부장판사가 되기 위해 근무평정을 하는 법원장이나 인사권자인 대법원장 눈치를 보는 ‘법관의 관료화’가 심했던 과거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판사대표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지난달 30일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사법행정 구현 및 법관인사 이원화제도 정착에 기여해 온 법원장 추천제를 철회할 만한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종전의 고법부장제를 실질적으로 부활시키고 지법과 고법을 서열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다음달 9일 열리는 정기회의에서 ‘법원장·법관 인사제도’ 제도 관련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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