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비 환급 지원(K-패스)/그래픽=이지혜 |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K-패스(대중교통비 환급 지원 사업) 예산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지만 정부는 기존에 편성된 정부원안의 처리를 우선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보다 예산을 대폭 증액한 데다 K-패스 가입자 증가 추세가 내년부턴 상대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올해는 예비비 등으로 메웠지만 내년 이후엔 국비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사업비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환급금 미지급 및 과도한 예산조정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정 규모 예산 편성이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관계부처 및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K-패스 사업 예산으로 약 2375억원을 편성했다. 올해(735억원)보다 223%(1640억원) 증액한 규모다.
K-패스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2018년부터 지난 4월까지 운영한 알뜰교통카드 사업을 확대, 재편한 사업이다.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법'에 따라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최대 60회(1일 2회)까지 지출한 교통비의 20∼53%를 환급해준다. 정부와 K-패스에 참여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공동으로 부담한다. 서울에는 40%, 그 외 지역엔 50%의 국비가 지원된다.
특히 K-패스는 수도권 20~40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9월 기준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78.6%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수도권의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구축돼있는 데다 많은 직장인들의 출퇴근 수요도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K-패스 인기 요인으로는 환급 편의성이 꼽힌다. 기존 알뜰교통카드과 비교해 출발·도착 기록없이 교통카드를 사용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환급을 받을 수 있는 등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K-패스 누적 가입자 추이/그래픽=윤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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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년에도 올해처럼 부족한 예산을 예비비 등에서 끌어와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 때 추산한 것보다 K-패스 가입자가 더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단 정부원안 처리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안이 이제 올라간 상황에서 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되는 게 우선"이라며 "(내년에도) 증액 소요가 있을지, 없을지 등은 내년에 가서 여러가지 상황들이 있을 수 있으니 우선적으로는 정부원안의 예산을 잘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K-패스 예산 부족에 따른 '환불 대란'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K-패스의 전신격인 알뜰교통카드 사업에서도 비슷한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알뜰교통카드는 대중교통 이용시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 마일리지를 지급(최대 20%)하고 카드사가 추가할인을 제공(최대 10%)해 대중교통비를 최대 30% 절감할 수 있는 제도다.
당시에도 지자체 예산 부족으로 환급금 지급이 원활이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됐다. 실제 지난해 11월과 12월 서울과 대구 등 15개 시도는 약 98만명에게 당초 약속한 것보다 20억원 가량을 감액 지급했다. △서울(7억5000만원) △경기(8억원) △인천(2억1600만원) 등의 감액규모가 컸다.
지난해 지자체들이 알뜰교통카드 환급분을 일부 감액 지급한 건 세수부족으로 연말 사업비 확보에 실패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역대급'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지방정부에 보내야 할 지방교부세 중 7조2000억원을 줄였다. 올해도 29조6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데 따라 지방교부세를 당초보다 2조1000억원 줄여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는 지자체가 아닌 국비 부분이 모자랐지만 내년 이후엔 국비뿐 아니라 지자체 재원이 모자라 사업이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단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방정부가 쪼그라든 지갑 사정에 지출사업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K-패스 사업비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 K-패스 예산안 논의시 지방비 확보 여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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