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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왜 내 꿈에 언니 인생을 걸어?”[정덕현의 그 영화 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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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내 꿈, 내 인생

―조선호 ‘청설’

동아일보

영화 청설 스틸, 사진제공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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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했지만 별다른 하고픈 일이 없던 용준(홍경)은 어느 날 엄마의 분식집 도시락 배달을 나갔다가 이상형 여름(노윤서)을 보고 첫눈에 반해 버린다. 여름은 수영장에서 동생 가을(김민주)이 단축해 낸 수영 기록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동생이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꿈에 부풀어 있다. 청각장애를 가져 말 대신 수어를 하고 있었지만 그런 건 용준에게는 별 중요한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대학 시절 배웠던 수어로 여름과 대화하며 점점 다가가고, 그런 용준의 용기를 가을도 응원한다.

조선호 감독의 ‘청설’은 동명의 대만 원작을 리메이크한 영화로 청각장애인과의 사랑 이야기로 대사보다는 수어가 더 많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워낙 말의 홍수와 공해(?) 속에서 살아가는 탓인지, 이 작품에서 말이 아닌 수어로 전달되는 마음은 오히려 더 가슴을 건드린다. 특히 용준의 마음이 그런 것처럼, 자기 말고 늘 남을 챙기는 여름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현실과 맞물려 관객들 역시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하지만 남을 먼저 챙기려는 여름의 마음은 정작 자신의 꿈과 인생을 지워버림으로써 동생을 힘겹게 한다. 동생의 꿈이 자신의 꿈이라 말하는 여름은, 다가오는 용준에 대한 마음까지 애써 밀어내고 이별을 고한다. “언니 꿈은? 언니 꿈은 뭐냐고? 언니는 내 꿈밖에 모르지?” 동생의 질책에 여름은 “네 꿈이 내 꿈”이라고 말하지만 동생은 그 말이 못내 부담스럽고 아프다. “왜 내 꿈에 언니 인생을 걸어?”

지난주 수능이 끝났다. 안타깝게도 꿈을 선뜻 이야기하기 어려운 교육 현실이지만 그래도 이제 아이들이 타인의 시선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꿈을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아이의 꿈이 내 꿈이라며 살아온 부모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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