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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슈 국방과 무기

美·우크라 NCND 기조인데 …돌연 '미사일 허용' 공식화한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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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측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이미 제공한) 에이태큼스의 사거리를 늘려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할 것임을 우리 측에 사전 통보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타격에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이 허용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18일(현지시간) "미국의 결정을 공유받은 정도로 알면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날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모두 전략적으로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돌연 한국이 최초로 관련 정보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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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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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결정하면 미리미리 통보"



이 고위 관계자는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으로부터) 에이태큼스 (사용) 승인 자체에 대한 정보 교류가 미리 있었느냐'는 질문에 "미국이 결정하면 미리미리 알려온다"며 "그러나 언론에 제가 밝힐 수 있을 만큼 그렇게 구체적으로는 제가 설명드릴 계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직접 이 문제에 가담해서 뭔가 행동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미국의 결정을 공유받은 정도"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NYT)와 워싱턴 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거리 약 300㎞인 에이태큼스(ATACMS·Army TACtical Missile System) 미사일로 러시아 내부 표적을 타격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대한 기존의 제한을 해제했다.

이와 관련,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8일 관련 질의에 "오늘 발표할 정책 업데이트(변경)는 없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전날 연설에서 "그런 일(장거리 미사일 사용 승인)은 발표를 할 성격이 아니다"라며 "미사일은 스스로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보도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미사일의 위력만 강조한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몇 달간 바라왔던 순간이 마침내 실현되자 오히려 소극적인(coy) 모습이었다"(BBC)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신중한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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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5일 영상 연설을 통해 북한군과 첫 전투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텔레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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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화 순간 파장 만만치 않아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 결정의 당사자인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관련 보도에 말을 아끼는 건 정보전이 생명인 전시에 섣부른 발표가 자칫 러시아의 무분별한 공세에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실질적 위력을 넘어 상징적 차원에서도 의미가 큰 전술적 변화일 수 있어서다.

미국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개전 초기부터 주요 언론을 활용한 '전략적 기밀 해제' 기법을 구사하면서도 정부 차원의 공식 확인은 자제해온 것도 미 정부가 주체가 돼 정보심리전을 벌이는 게 확인될 경우 파급 효과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 승인 방침이 공식화하는 순간 러시아 입장에서도 추가 대응이 불가피하고, 서방도 재차 맞대응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 러시아는 "3차 세계대전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하원 국제문제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말폭탄급 언급을 하며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의 (장거리미사일 사용 허용) 결정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새로운 국면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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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4일 미국 뉴멕시코주 화이트 샌즈 미사일 시험장에서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가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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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러시아가 미국의 개입까지 들먹이는 상황은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공식적 언급은 자제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미국이 우리에겐 알려줬다"며 정보 확인을 한 게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게다가 해당 사안과 관련한 한국 외교부의 공식 입장은 전날 "한·미 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북 군사협력에 대해 긴밀히 소통 중"이라는 원론적 내용으로 이미 정리된 상황이었다. 물론 북한군의 참전 이후 한국도 우크라이나전 관련 현안의 주요 당사국이 됐지만, 대통령실 차원에서 동맹국의 무기와 관련한 민감한 정보를 공식화할 때는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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