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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어린아이 눈으로 본 부룬디 내전…'나의 작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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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 사회 디스토피아 묘사한 부커상 수상작 '예언자의 노래'

연합뉴스

'나의 작은 나라'
[열린책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나의 작은 나라 = 가엘 파유 지음. 김희진 옮김.

수십만의 목숨을 앗아간 부룬디 내전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그려낸 프랑스 소설가(르완다 이중국적) 가엘 파유의 장편이다.

1993년 부룬디 최대 도시 부줌부라. 르완다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를 둔 열한 살 소년 가브리엘(가비)은 친구들과 어울려 마을을 누비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투치족과 후투족의 대립 속에 차츰 전쟁 위기가 고조된다. 부룬디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선출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이 반대 세력에 암살당하고 결국 같은 해 10월 내전이 발발한다.

가비와 어울려 놀던 친구들 사이에서도 어색한 기운이 감돌고 학교에선 아이들이 후투족과 투치족으로 편을 갈라 다툼을 벌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는 이 나라의 현실 깊숙이 들어갔다. 후투와 투치의 반목을, 저마다 한편이나 다른 편이길 강제하는 넘을 수 없는 구분 선을 발견했다. 아기에게 지어주는 이름처럼 이 '편'은 태어날 때 정해지고 영원히 우리에게 따라붙었다."

부룬디 내전은 10년에 걸쳐 약 30만명에 달하는 희생자를 낸 역사적 비극이다. 소설은 정치적 갈등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전쟁을 섬세하고 감각적인 필치로 그려냈다.

주인공 가비와 마찬가지로 작가는 르완다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프랑스로 망명했다. 작품 속 이야기에는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을 녹였다.

작가는 "내가 이 소설을 쓴 것은 우리가 존재했었다고, 우리만의 단순한 삶, 우리만의 반복되는 일상, 변치 않기를 바랐던 행복이 있었으나 결국은 곳곳으로 보내져 망명자, 난민, 이민자가 되고 말았다고 세계에 외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파유는 '나의 작은 나라'로 2016년 데뷔했으며 두 번째 장편소설 '자카란다'로 2024년 프랑스 르노도상을 받았다.

열린책들. 280쪽.

연합뉴스

'예언자의 노래'
[은행나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예언자의 노래 = 폴 린치 지음. 허진 옮김.

국민을 감시하는 독재 국가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아일랜드 소설가 폴 린치의 장편이다.

이야기는 네 아이를 둔 주인공 아일리시 스택의 집에 어느 날 경찰관 두 명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경찰관들은 교원 노동조합 부위원장인 아일리시의 남편 래리 스택의 행방을 묻는다.

불안한 마음으로 늦은 밤 경찰서를 찾아간 래리에게 경찰관들은 "당신의 행동은 국가에 대한 증오를 부추긴다"며 "당신 양심을 잘 살펴보라"고 말한다.

국가 안전보장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경찰의 권력을 강화하는 '비상대권법'이 발효된 상태. 경찰서에 출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래리는 체포되고, 정부는 시위대와 반란군을 진압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인터넷과 언론까지 통제한다.

'예언자의 노래'는 아일랜드가 독재 국가로 전락한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소설로 지난해 영국 부커상을 받았다.

이 소설은 문단 구분이 거의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문장이 이어지고 심지어 대화마저 문단 구분 없이 나열돼 있다. 이처럼 독특한 서술 방식은 인물이 느끼는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과 답답함을 전달한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이 소설에 대해 "오늘날의 많은 정치적 위기와 공명하면서도 오로지 문학성으로 승리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은행나무. 364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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