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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美 보편관세 실현 미지수… 韓기술력 우위 분야 수출 육성해야”[트럼프 시대 한국경제 답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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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주가, G20 중 가장 큰 폭 하락 왜
美증시·가상자산 일시적 호황 탓
트럼프 이전 회복까진 시간 필요

美 우선주의·무역 장벽 강화 여파는
세계 경제 둔화·인플레이션 압력
금리 인하 지연·강달러 지속 ‘모순’

‘트럼프 2기 시대’ 한국 정부 대응은
대미 무역흑자 적당히 조정 필요
美 시장에서 강점 분야 선별 지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의 비정상적 움직임은 대외변수에 취약한 한국경제의 현주소를 드러냈다. 아직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통상 정책 방향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트럼프 포비아’(트럼프 공포증)로 환율은 1400원대를 넘나들고, 주가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18일에야 소폭 반등했다. 화폐·금융·증권시장의 흐름과 이론에 밝은 곽노선(사진·61) 한국금융학회장(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은 18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국내 금융시장을 직격한 ‘트럼프 쇼크’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뉴욕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의 일시적 호황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를 이탈해 휘청거리는 상황인데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며 “다만 트럼프 당선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신문

곽노선 한국금융학회장 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1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금융시장을 직격한 ‘트럼프 쇼크’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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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폭락한 원인과 전망은.

“강도 높은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수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주가를 떨궜다. 한국경제 전체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국내 주요 수출 기업의 실적 하락에 대한 불안감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물론 ‘오버슈팅’(일시적 급등 혹은 급락) 측면이 있다. 앞으로 안정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간은 걸릴 것 같다.”

-트럼프 행정부 1기와 2기의 차이는.

“1기 때와 결정적으로 다른 건 ‘레드 스위프’(상하원 공화당 싹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마음만 먹으면 대선 과정에서 밝힌 공약을 모두 실행할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트럼프 1기뿐만 아니라 조 바이든 정부도 채택했는데 방법이 달랐다. 지금까지 해외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생산시설 회귀)이나 미국 내에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하면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보호무역주의를 추진했다면 앞으로는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중국산 제품에는 최소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2기에서 미국 우선주의 강도는 더 세질 것으로 본다.”

-보편관세를 통해 무역 장벽을 높이겠단 공약이 시행될 수 있을까.

“법인세·소득세를 감면했을 때 확대될 재정 적자를 관세 수입으로 보충한다는 건데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미국이 관세율을 높이면 상대국은 제품 가격을 낮추지 않고 높아진 관세만큼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미국 물가가 오르는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공약대로 실현하기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트럼프의 정책은 지지 세력 결집을 위해 나온 측면이 있으므로 어디까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세계 경제 자체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 전까지만 해도 미국 물가가 차츰 안정되며 연착륙 중이었다. 트럼프 당선으로 자유무역 체제가 후퇴하면 교역이 줄어 세계 경제 성장률이 뒷걸음질칠 우려가 크다. 미국이 다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아 금리 인하가 어렵게 되는 등 통화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금리 인하 기조에 변화가 있을까.

“트럼프 당선인은 통화 정책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기준금리 하향 조정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물론 연준은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지만 물가가 오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압력과 무관하게 금리 인하 경로를 늦출 수밖에 없다. 우선 다음달에는 예상대로 0.25% 포인트를 내려도 내년 1월에는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향후 전망은.

“전반적으로 강달러(달러 강세)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공약대로 국제수지 적자를 줄이려면 약달러를 기반으로 가야 하는데 역설적인 상황이다.”

-트럼프 시대에 국내 물가는.

“보호무역주의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나타나면 국내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강달러로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까지 올라 1%대까지 내려간 물가 상승률이 반등할 수 있다.”

-정부가 쓸 수 있는 대응책은.

“단기적으로 미국이 자국에 많은 무역적자를 안긴 나라부터 목표로 삼고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올해 기준 8위 수준이다. 이때 한국은 수입을 늘릴 분야가 무엇이며 수출은 어떻게 해야 타격이 없을지 방향을 잡고 대미 무역흑자를 적당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해 기술력 우위에 있는 분야의 수출을 집중적으로 늘려야 한다. 우리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할 수 있는 분야를 선별해 지원하는 방안이다. 미국도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제품 수입을 차단했다가 오히려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될 수 있다.” 

곽노선 한국금융학회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부터 서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거시·금융 경제학이며, 자유무역협정(FTA)과 인플레이션율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공저 논문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세종 옥성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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