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K방산의 도전] 〈4〉 ‘방산의 명품’ 만들자
54개 무기체계 사용… 99% 수입 의존
국산 전투기 KF-21 엔진은 미국산… 자폭드론 부품 자립도 시급한 과제
트럼프 시대 美 보호무역 강화 우려… 공급망 불안땐 무기수출 위협 받아
이날 의결로 K방산 수출의 ‘퀀텀 점프’를 위한 숙원 과제 하나가 해결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워팩 엔진은 2014년 국산화됐지만 변속기는 독일 제품을 써왔다. 이 때문에 K2 전차를 수출할 때는 물론 해외에 전시할 때도 독일 정부의 수출 승인을 받아야 했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변속기 국산화로 K2 전차의 국산화율은 기존 84.3%에서 90%로 높아질 전망이다. 변속기 국산화 관련 실무를 담당한 권창모 방사청 전차사업팀장은 “전차 단가의 10%를 차지하는 변속기 국산화로 전차 가격이 더 저렴해지면서 K2의 수출 경쟁력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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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핵심 부품 및 첨단기술의 국산화는 K방산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이뤄야 할 필수 과제다. 핵심 부품을 국산화해야 요동치는 국제 정세 등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진다. 안정적 공급이 이뤄지면 방산시장에서 ‘적기 납품’을 통한 신뢰가 확보된다. 값비싼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돼 가격 경쟁력도 확보된다. K무기가 세계 시장에서 꾸준히 각광받는 ‘방산의 페라리’로 도약할 수 있는 핵심 열쇠 중 하나가 국산화라는 의미다.
특히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가 출범한다. 미국 안보와 직결된 주요 방산 부품에 대한 보호무역주의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핵심 부품·기술의 국산화는 더 시급한 과제가 됐다.
● 전투기 ‘심장’ 첨단 항공엔진 국산화 착수
첨단항공엔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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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방산 수출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은 ‘국방 첨단 과학 기술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첨단 항공 엔진이다. 첨단 항공 엔진을 독자 개발한 나라는 아직까지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우크라이나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올해 7월 양산에 들어간 KF-21은 국산 초음속 전투기이지만 생산 단가의 20∼3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 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제품을 쓴다. 전투기의 ‘심장’ 격인 엔진을 독자 개발하지 못해서다.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엔진을 단 KF-21의 수출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 정부가 자국 F-16 최신 개량형인 F-16V의 수출 확대를 같은 급 전투기인 KF-21이 막는다고 보고 수출 승인 거부 등의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항공엔진 독자 개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KF-21에 탑재될 엔진을 GE와 제휴해 면허생산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9년 이후 1만 대가 넘는 항공엔진 조립 생산 등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항공 엔진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방사청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방산업체와 함께 2030년대 중후반까진 KF-21 개량형에 적용 가능한 1만5000lbf(파운드포스)급 터보팬 엔진 개발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기조가 전 세계로 확대될 가능성을 대비해 정부 차원에서 역량을 결집해 개발 완료 시기를 1, 2년이라도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무기 핵심 ‘국방반도체’ 해외 의존도 99%
국방반도체 이미지. 웨이비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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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반도체는 사실상 모든 무기에 적용되는 반도체를 말한다. 일반 반도체에 비해 극한의 온도 등 가혹한 환경에서도 높은 신뢰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강력한 보안도 필수다.
특히 미래전장이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지능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AI 유무인 복합 체계의 두뇌 역할을 할 고성능 국방반도체 확보는 더욱 시급해졌다. 하지만 국산 국방반도체 시장은 아직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 방사청에 따르면 레이더, 유도무기 등 54개 주요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국방반도체를 조사한 결과 98.9% 이상이 미국 등 해외에서 설계·제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기술 패권이 격화되는 등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글로벌 국방반도체 공급망 상황은 언제든 불안해질 수 있다. 이에 국방반도체 국산화는 K방산 수출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로 손꼽힌다.
정부도 이를 잘 인식하고 있는 만큼 국방반도체 국산화를 서두르고 있다. 앞서 9월 방사청은 국방반도체의 기술력 및 자립도 강화를 전담할 ‘국방반도체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출범 약 2개월이 지난 현재 사업단은 민관군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K무기체계 범용 국방 반도체 칩 개발’ 등의 구체적인 과제도 수립했다. 사업단은 우주항공용을 비롯해 AI 기반의 미래 전장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온디바이스(기기 내장) AI 국방반도체 등 다양한 무기에 적용될 첨단 국방반도체 개발을 이끈다는 방침이다.
● ‘게임체인저’ 자폭 드론 엔진 국산화 시급
국산 자폭드론. 대한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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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현대전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자폭 드론도 부품 국산화가 시급하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된 국산 자폭 드론은 다음 달부터 드론작전사령부 등에 실전 배치된다. 국산 자폭 드론이 실전 배치되는 건 처음이다. 군 당국은 자폭 드론의 파괴력과 효용성이 입증된 만큼 북한에 맞서 이를 포탄에 준하는 수준으로 비축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전장에서 자폭 드론의 파괴력을 실감한 세계 각국도 자폭 드론 확보 경쟁에 나선 모양새다. 자폭 드론이 K방산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군은 우선 기본적인 자폭 임무를 수행하는 드론을 배치한 뒤 보다 향상된 장거리 비행 능력이나 표적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춘 자폭 드론을 순차적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다만 우리 군에 초도 납품되는 국산 자폭 드론 30여 대 시스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엔진은 독일산이다. 미래 수출 효자가 된다 해도 독일 정부의 수출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한계가 있다는 것.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국방 드론 및 관련 부품 전문 방산업체를 선정한 뒤 보호 육성하는 방식으로 자폭 드론을 K무기의 우선순위로 올려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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