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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고용부 산하 공공기관도 호봉제 고수 … 말뿐인 직무급제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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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산하 공공기관장들을 불러 직무급제 도입이 늦다고 질책했는데,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개혁하는 주무 부처가 고용부인데, 그 산하 기관 12곳 중 8곳(67%)이 아직도 호봉제를 고수하고 있으니 개혁 주체로서 자격을 의심받을 일이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8월 '공공기관 관리 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직무급제 개혁을 강력히 주문했는데도 고용부 산하 기관이 아직도 이 지경이라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고용부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도 직무급제 확산을 위해 보다 노력해야 한다. 이날 김 장관은 "전체 공공기관의 직무급 도입률이 63.7%"라고 했는데, 이는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우선 이 수치는 기획재정부가 전체 공공기관 327곳 가운데 절반을 다소 웃도는 171개를 점검해 얻은 결과다. 나머지 156곳은 해당 기관이 희망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점검에서 빠졌다. 이들 기관은 대부분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급제를 도입한 기관 역시 연공급 성격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비판이 있다. 직무의 가치와 난이도, 개인의 업무 성과가 기준이 되는 진정한 의미의 직무급제가 정착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근속연수만 채우면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는 이미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특히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근속연수별 임금격차가 크기 때문에 그 폐해가 더욱 심각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20~29년 근속 근로자의 급여가 신입의 2.83배에 이르는 반면 독일은 1.88배, 영국은 1.49배, 프랑스는 1.34배에 불과하다. 이러니 한국 기업은 고령화시대를 맞아 인건비가 급증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부담에 청년 채용을 줄이고 있다. 성과와 무관하게 급여를 주다 보니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도 없다. 당연히 조직 전체의 생산성이 정체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그 사회적 비용을 100조원으로 추산했다. 임금체계 개혁 없이 정년을 60세에서 더 연장하면, 그 폐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공공기관부터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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