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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상직 변호사의 창의와 혁신] 〈45〉일론 머스크, 기업가정신의 진화인가 일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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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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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 상인 여불위는 물건 값이 나라별, 계절별로 다른 점에 착안했다. 싼 값에 사들이고 비싼 값에 팔아 재산을 불렸다. 사마천의 '사기'는 그의 사업을 그렇게만 기록했다. 전쟁이 끊이지 않던 그 시절, 그의 꿈은 뭘까. 상상해보자. 국경을 넘을 때마다 통행세, 관세를 냈다. 나라별로 무게, 길이를 재는 단위와 화폐가 달랐다. 마차 규격도 달라 국경을 넘을 때 바퀴를 바꿔 끼웠다. 북쪽 흉노는 빈번하게 침입해 위험한 고비가 많았다. 마음 놓고 장사할 수 없는 시대다. 강력하고 안전한 통일국가를 만들어 시장규제를 완화하고 싶지 않았을까. 진나라 왕위계승 서열이 한참 낮은 왕족 '자초'를 찾아냈다. 거금을 투자하고 교육해 인재로 만들고 로비를 통해 왕위에 오르게 했다. 그러나 왕은 곧 죽고 어린 아들 정(훗날 진시황)이 왕이 됐다. 여불위는 어떻게 했을까. 정치인으로 변절해 현실에 안주했으며 권력을 남용했다. 장성한 왕은 그의 죄악을 파헤치고 질책하는 편지를 보냈다. 궁지에 몰린 여불위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옛 꿈은 진시황의 중국통일로 실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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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작가 이소연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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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전 진나라 왕위를 세울 때에 여불위가 공을 세웠다면,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선 기업가 일론 머스크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며 행동에 나섰고 약 2000억원을 선거자금으로 썼다. 접전이 벌어지는 주의 주민 중 지지자를 매일 한 명씩 추첨해 약 14억원씩 지급했다. 당선된 트럼프는 감격해 그를 정부효율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그는 누구인가. 합리성과 효율성의 함정을 벗어나 황당함, 특이함, 상상력으로 불가능한 미래를 현실로 만들었다. 첫 사업기회를 인터넷에서 포착했다. 웹 소프트업체 짚2를 세워 지역 정보를 공급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온라인 금융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을 창업했다. 화성 등 행성으로 자유롭게 여행하자며 로켓과 우주선 사업을 하는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민간 최초로 우주에 사람을 보냈다. 최근엔 발사한 로켓 추진체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에 투자했고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태양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솔라시티를 설립했다. 소셜미디어업체 트위터를 인수했다. 뉴럴링크를 통해 뇌와 컴퓨터를 연결했다. 보링 컴퍼니를 설립해 소형 굴착기로 터널을 뚫어 빠른 교통과 운송시스템을 만들었다. 암호화폐 도지코인의 열렬한 지지자다. 놀랍지 않은가.

과거에 그는 스페이스X 등 추진 사업에 정부 규제가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 오바마 이후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실망했다. 기업규제가 많았다. 기술규제도 많았다. 민주당 정부는 국방기술 분야에 외국인 취업을 금지하면서 외국인 난민은 취업시키라고 하는 등 모순된 규제도 했다. 공화당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핵심사유다. 그는 법치주의를 빙자해 자행되는 각종 규제에 저항했다. 정치세력, 기득권과 충돌했고 법정투쟁도 불사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기업가는 시장, 고객을 넘어 주주, 시민 등 이해관계자와 규제권한을 가진 국가, 정치집단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쉽지 않다. 그는 이제 정치 한복판에 뛰어들어 직접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그의 선택은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질까.

무엇을 하고 싶을까. 정부기관 축소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재정적자를 대폭 줄인다. 탁상공론, 형식과 절차에 매몰되어 자신의 안위만 챙기는 관료주의 병폐를 없앤다. 산업과 시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대폭 없앤다. 그것뿐일까. 상상을 초월하는 조치가 기대된다. 쉽지만은 않다. 공공과 민간은 다르고 갈등도 예상된다. 정부 목표는 돈벌이가 아니고 모든 분야에서 국민 삶의 개선과 행복이다. 정부축소와 규제완화만으론 불가능하다. 공과 사를 구분해 옛날 여불위를 넘어야 한다. 그가 세상이 추앙하는 기업가정신과 결과를 창조하길 바란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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