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려아연 전구체 '국가핵심기술' 지정
향후 고려아연 해외 매각시 '정부 승인' 필수
고려아연 경영권 사수 명분 강화 카드 될 듯
발언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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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려아연이 가진 전구체 제조·공정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해당 기술의 기술적·경제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안보상 이유로 정부 승인이 있어야만 외국 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 영풍·MBK 연합으로부터 경영권을 사수해야 하는 고려아연으로선 방어 명분을 강화하는 카드가 추가로 생긴 셈이다.
고려아연은 18일 "이차전지 핵심 소재 기술인 전구체 원천 기술이 정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로 최종 판정받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 보장과 국민 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이 우려되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조선 △원자력 등 분야의 70여건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관리중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9월 산업부에 자사의 전구체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다. 산업부는 이후 2차례 심의를 거쳐 판정을 확정했다. 이번 판정으로 고려아연의 전구체 기술은 정부의 엄격한 관리를 받게 됐다. 앞으로 해당 기술을 수출하거나 해외 인수합병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됨에 따라 경영권 확보를 시도중인 영풍·MBK 연합의 구상에도 일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 매각시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게 된 만큼 기업을 인수한 뒤 재매각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사모펀드의 통상적인 사업 수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반대로 고려아연으로서는 경영권 사수 명분을 강화하는 카드가 하나 더 생겼다. 이미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이 사모펀드에 넘어가면 국내 산업과 공급망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다.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그동안 국가 기간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고려아연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은 그간 중국에 전구체를 비롯한 양극재 소재를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왔다"며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전구체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무려 97%에 달한다. 국가 경제 안보 차원에서 위기감이 상당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사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됨에 따라 글로벌 경쟁에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급망 다양화로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안보에도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분쟁은 이르면 연말 임시 주주총에서 의결권 대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재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다.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약 45%로 추산된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확보한 의결권 있는 지분은 40% 안팎으로 전해진다. 양측 사이 격차는 5%포인트로 영풍·MBK 측이 다소 우위에 서있다. 다만 아직까지 어느 한쪽도 과반 지분은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결과를 장담하기에는 이르다.
변수도 여전히 많다. 고려아연 지분 7.5%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희비가 갈릴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정부의 판단과 궤를 같이 하는 경향이 강한 만큼 이번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따라 고려아연 측 편에 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는 의견도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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