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개입'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왼쪽 2번째)씨가 18일 창원지검에 출석하기 앞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강씨 오른쪽에는 법률대리인 김규현 변호사다. 안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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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브로커 명태균(54)씨가 지방선거 예비후보 2명을 윤석열 대통령 후보에게 소개하는 영상이 공개된 가운데 ‘공천 개입’ 의혹 폭로자 강혜경(47)씨는 명씨가 이들 2명에게 “‘(윤 후보가) 대통령 당선되게 도와주면 공천은 문제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후보를 거론하며 명씨 측이 돈을 받았단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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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 尹 당선 도우면 공천 문제없다 말해”
강씨는 18일 오전 창원지검에 출석하면서 “사무실 등에서 2022년 6월 지방선거 예비후보한테 직접 이런 얘기를 했고, 이를 주변 사람도 다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명씨가 이 말을 한 시기는 윤 대통령이 대선 예비후보였던 때(2021년)라고 했다.
예비후보 2명은 명씨 등과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이모씨와 배모씨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구시의원과 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였던 이씨와 배씨는 2021년 9월~2022년 2월 사이 명씨 등에게 공천을 바라고 1억2000만원씩 총 2억4000만원을 준 혐의다.
검찰 조사에서 이씨는 ‘공천 대가로 돈을 건넸다’라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배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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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尹에게 예비후보 둘 소개하는 영상도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2021년 하반기 윤석열 후보가 명태균씨 소개로 지역 인사들과 인사 중이다. 윤 후보 뒤쪽에 지방선거 공천을 바라고 명씨 측에 돈을 건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배모씨(왼쪽)와 이모씨가 서 있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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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영상 중 윤 대통령과 명씨 그리고 이씨와 배씨가 함께 있는 장면이 최근 포착되기도 했다. 이 영상을 보면, 부산 김해공항 국내선 2층에서 윤 대통령 후보가 명씨 소개로 지역 인사들과 명함을 주고받는 자리에 이씨 등 모습도 나온다. 명씨는 둘 중 한 명에게 윤 후보 쪽으로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는 장면도 영상에 담겼다.
이 영상이 촬영된 시점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중이던 2021년 9~10월 중으로 추정된다. 영상 게시자는 기자들 문의가 많아 최근 이 영상을 비공개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명씨 구속영장에 “명씨는 국민의힘 당대표, 대통령 후보 부부 등 정치인들과 친분을 과시하여 4선 국회의원인 김영선을 내세워 지방선거에서 공천받고 싶어하는 배씨와 이씨에게 자신에게 협조하면 공천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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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사 확대…여론조사기관 압수수색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운동 상임대표 등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 직권남용 혐의 등 공수처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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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개입’ 의혹을 들여다보는 검찰은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공천 대가성 돈 거래에서 불법 여론조사 의혹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 15일 창원지검은 서울의 공표용 여론조사 기관 PNR(피플네트웍스)를 압수수색 했다. 명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진행한 곳이다.
명씨는 대선 때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윤 대통령 후보를 위한 무상 여론조사를 진행, 그 비용 대신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64·국민의힘) 전 의원 공천을 받아왔단 의혹을 받고 있다. 명씨가 당시 데이터를 조작해 윤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가 나오게 했단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 이준석(개혁신당)·윤상현(국민의힘)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및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로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윤 대통령은 ‘(공관위에) 그건(공천) 김영선을 좀 해줘라’라고 명씨에게 말한 육성 녹음이 공개됐고, 이준석·윤상현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당대표와 공천관리위원장이었기 때문이다. 사세행 고발 건을 넘겨받은 창원지검은 오는 19일 김한메 사세행 대표를 불러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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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윤상현 조사하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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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조만간 검찰이 이준석·윤상현 의원도 조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재·보궐선거 당시 당 대표자였던 이 의원과 명씨가 주고받은 김 전 의원 공천 관련 메시지도 확보했다고 한다.
명씨 측(법률대리인)에 따르면 2022년 4월 이 의원이 명씨한테 ‘김영선이 이기는 여론조사를 가지고 와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명씨가 자체조사 등 여론조사를 보내니 이 의원이 ‘(윤 대통령 후보 측근인) 함모 교수를 통해 윤상현한테 보내라. 나는 사무총장에게 말하겠다’는 식으로 답한 메시지를 검찰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공관위원장이었던 윤 의원은 명씨가 김 전 의원 당선 이후인 2022년 6월 15일 지인에게 “(윤 대통령의) 마누라한테 전화 왔어. ‘선생님, 윤상현이한테 전화했습니다. 보안 유지하시고 내일 취임식 꼭 오십시오’”라고 말한 녹취 파일에서 언급됐다. 이에 윤 의원은 최근 취재진에게 “당시 대통령 부부와 통화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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