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오사카(일본)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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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보호무역주의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공격적으로 관세에 의지하려 하는 미국과 결사적으로 수출을 늘리려 하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중국)이 퍼펙트 스톰을 만들어 내고 있다."(에스와르 S. 프라사드 코넬대 경제학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공약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60%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지난 9월 선거 유세 때 자신이 당선되면 외국 정상 중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가장 먼저 통화해 2019년에 타결했던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9년 12월에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고 중국은 미국산 수출품을 2000억달러 추가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중국은 현재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수출에서 그나마 활로를 찾고 있다. 올 1~10월 중국의 무역흑자는 7852억달러로 집계됐다. 이같은 추세가 유지된다면 중국의 올해 무역흑자는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1단계 무역 합의를 위반했기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협상 없이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터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기습적으로 관세를 인상했을 때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중국이 협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경제 부진을 탈피하려 노력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관세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려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의회의 중국 관련 문제에 대해 자문하는 미중 경제안보위원회 위원으로 최근 활동했던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인 데릭 시저스는 중국 관리들이 최근 수개월간 어떤 유형의 제안이 미국에 매력적일지 파악하기 위해 워싱턴 D.C.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로디엄 그룹에서 중국시장 리서치팀을 이끄는 로건 라이트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 인상을 수출을 늘리고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협상 수단으로 받아들인다면 미국의 관세 인상은 완만한 수준에 그치거나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관세를 중국 경제에 타격을 가하기 위한 수단이나 미중 양국의 디커플링(분리)을 가속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간주한다면 양국간 협상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이 경우 중국은 중요한 광물의 수출을 제한하거나 미국산 농산물 등에 관세를 부과해 보복에 나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무역전쟁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2%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경제 회복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원치 않는 결과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보복으로 맞설 경우 재정지출을 늘려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타격을 입은 수출기업들을 지원하고 위안화 평가 절하로 가격 경쟁력 회복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중국이 위안화를 큰 폭으로 인하할 경우 자본 유출과 금융 불안의 리스크가 발생하고 다른 신흥국들이 자국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연쇄적으로 통화 절하에 나서며 파국적인 환율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시나리오는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가 2000년에 부여된 중국의 영구적 정상 무역관계 지위를 취소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 중국이 북한, 러시아와 같은 진영으로 분류되며 미중 사이의 경제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에 따르면 베다 파트너스의 헨리에타 트레이즈는 "이는 미국의 무역 지형에 광범위하고 잠재적으로 영구적이며 상당히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될 확률이 40%라고 예상했다.
세계 경제 규모 1, 2위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고조된다면 전 세계 경제도 직격탄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양국의 관세 전쟁은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는다 해도 2026년 전세계 경제 생산량을 0.5%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중간 무역 갈등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가 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국 관세 인상을 통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세밀한 조사와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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