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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부장님, 지하철이 안 와요" 출근길 당혹…철도노조 태업에 혼란[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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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인력 충원, 기본급 2.5% 인상해야"…코레일 "신속 대응체계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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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8시23분쯤 경의중앙선 열차가 서울역에 종착하자 많은 인파가 몰린 모습./ 사진=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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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큰일 났어요. 출근 늦었어요."

18일 오전 8시20분쯤 서울 지하철 경의중앙선 서울역 승강장 안. 직장인 이모씨(55)가 휴대폰으로 시간을 초조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문산행 열차는 오전 8시12분에 도착해야 했지만 12분 뒤인 오전 8시24분쯤 승강장에 들어왔다.

이씨는 "출근할 때 경의중앙선만 이용하는데 종종 이런다"며 "직장에도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태업 때문에 늦는다고 말했다. 하루 빨리 타협해서 시민들 불편이 해소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철도노조가 첫 열차 운행부터 준법투쟁(태업)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교통 상황을 미리 파악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태업으로 수도권 전철 1호선과 3호선, 4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일부 열차 구간에서 지연이 발생했다.


열차 17분 지연… 전광판에는 "철도노조 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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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태업으로 인한 전동열차 운행 불편에 대한 사과 안내가 전광판에 반복되며 나오고 있다 음성으로도 수분에 한 번씩 태업으로 인해 열차운행 불규칙 및 지연에 대한 안내가 나왔다. /사진=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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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는 4조 2교대 전환, 부족 인력 충원, 기본급 2.5% 정액 인상 등을 요구하며 이날 태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21일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 등을 거쳐 다음 달 초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철도노조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인력 부족은 심각한데도 기획재정부는 1566명의 정원 감축을 추진하면서 코레일의 인력 공백은 업무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코레일은 이 대책으로 위험천만한 업무 외주화를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승강장 곳곳에 있는 전광판과 벽면에는 '철도노조 태업으로 전동열차 지연 운행 중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안내방송으로도 '일부 열차 지연으로 급하신 분들은 다른 교통 수단을 이용해주길 바란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총 39대의 열차가 예정 시각보다 5~20분 가량 지연됐다. 이날 서울역에는 경의중앙선 열차가 오전 8시30분에 도착해야 했지만 17분 늦은 오전 8시47분쯤 도착했다. 또 오전 9시3분 도착 예정이었던 열차 역시 5분이 지연됐다. 열차가 연쇄적으로 계속해 밀리는 모습이었다.


"늦은 만큼 퇴근도 늦을 듯" 태업 첫날, 시민들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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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철도노조 태업에 따른 전동열차 지연 안내가 서울역 내부 벽과 경의중앙선 대합실 내부 등에 붙어있다. /사진=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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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열차 지연에 출근길 직장인과 학생들 모두 당황한 모습이었다. 대구에서 서울역까지 KTX를 타고 왔다는 직장인 박모씨(45)는 "KTX는 지연이 안됐는데 열차 기다리다가 30~40분 늦을 것 같다"며 "이미 회사 셔틀 버스는 놓쳤다. 오늘 늦은 만큼 퇴근도 늦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오모씨(22)는 "경의중앙선까지 태업할 줄은 몰랐다"며 "딱 맞춰서 나왔는데 수업 지각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지각증명서를 낸다고 해도 출결 기준이 까다로워서 받아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알림 문자를 통해 태업 소식을 들었지만 구체적인 노선과 시간 등이 적혀 있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직장인 김모씨(48)는 연신 한숨을 내쉬며 전광판을 바라봤다. 그는 "원래 이 시간에 맞춰 열차가 오는데 지금 지연돼서 다른 것을 타야될 것 같다"며 "내일은 더 일찍 나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열차 지연으로 전동차 내부는 평소보다 사람이 붐비기도 했다. 추운 날씨로 두꺼운 패딩을 입은 사람들까지 늘어나면서 열차 안은 금방 공간이 꽉 찼다. 서울역 종착역에 도착하자 시민들 수백명이 한번에 빠져나갔다. 한 남성은 "출구로 사람이 몰려서 잠깐 기다렸다가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노조 태업으로 인한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어제부터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해 신속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번 태업 과정에서 사규와 법령에 위배되는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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