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외에 토지까지 몰수 비례의 원칙 반해"
해당 토지 역시 성매매에 제공된 것은 맞지만 건물 몰수 만으로 충분히 홍씨가 동종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데다가 재개발을 앞둬 경제적 가치가 큰 토지까지 몰수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2021년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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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매매처벌법상 성매매알선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홍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성매매에 제공된 토지와 건물 중 건물만 몰수하도록 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를 몰수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성폭력처벌법상 성매매알선죄의 공동정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른 몰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홍씨는 2019∼2020년 아내와 서울 영등포구 집창촌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거나 성매매 장소로 쓰일 건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또 홍씨는 2021년 12월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신의 토지나 건물을 A씨에게 월세 100만~150만원을 받고 임대해준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31만원을 선고하고, 성매매가 이뤄진 건물과 토지를 모두 몰수라고 판결했다.
몰수에 관한 기본 규정인 형법 제48조(몰수의 대상과 추징) 1항 1호는 '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을 몰수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은 "형법 제48조 1항 1호에 의한 몰수는 임의적인 것이므로 그 몰수의 요건에 해당되는 물건이라도 이를 몰수할 것인지의 여부는 일응 법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할 것이나, 형벌 일반에 적용되는 비례의 원칙에 의한 제한을 받으며, 이러한 법리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 1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또 대법원은 비례의 원칙의 판단기준에 대해 "몰수가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는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몰수 대상 물건이 범죄 실행에 사용된 정도와 범위 및 범행에서의 중요성, 물건의 소유자가 범죄 실행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책임의 정도, 범죄 실행으로 인한 법익 침해의 정도, 범죄 실행의 동기, 범죄로 얻은 수익, 물건 중 범죄 실행과 관련된 부분의 별도 분리 가능성, 물건의 실질적 가치와 범죄와의 상관성 및 균형성, 물건이 행위자에게 필요불가결한 것인지 여부, 물건이 몰수되지 아니할 경우 행위자가 그 물건을 이용해 다시 동종 범죄를 실행할 위험성 유무 및 그 정도 등 제반 사정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범죄에 제공된 물건이라고 해서 반드시 몰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법관이 범죄 실행에 사용된 기여도, 분리 가능성, 몰수하지 않았을 때의 재범 가능성 등을 고려해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
1심 재판부는 홍씨의 토지와 건물을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제공한 물건으로 보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몰수하도록 했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정의) 2호 나목은 '성매매알선등행위 중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에 관계된 자금 또는 재산을 '범죄수익'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8조(범죄수익등의 몰수) 1항 1호는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는 재산 중 하나로 열거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은 영등포구 성매매 집결지에 위치한 부동산이다. 이 사건 건물은 1층에 통유리가 설치된 유리방이 있고, 2층에 여러 개의 방이 있는 등 그 전체가 성매매 영업에 적합한 구조를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2007년 6월경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을 매수한 후 오랜 기간 직접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거나 이를 성매매 업소 운영에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이 사건 토지 및 건물을 몰수함으로써 성매매 업소 운영의 물적 기반을 근원적으로 제거해 재범을 방지할 필요가 크다고 인정되고, 이를 몰수하는 것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2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심 법원은 건물과 함께 토지까지 몰수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는 홍씨 측 항소이유를 받아들였다. 비례의 원칙은 실현하려는 목적과 수단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유지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성매매에 사용된 홍씨의 건물은 몰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1층에 통유리가 설치된 유리방이 있어 호객행위를 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2층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는 등 건물 전체가 성매매 영업에 적합한 구조로 돼 있다는 점 ▲건물의 위치, 구조, 노후 정도 등에 비춰 볼 때 성매매업소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점 ▲건물이 위치한 지역 일대가 재개발사업 추진 중이나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장기간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그때까지 이 사건 건물이 성매매업소로 제공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재판부는 건물 외에 토지까지 몰수하도록 한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토지가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제공된 이 사건 건물과 별개의 부동산인 점 ▲재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이 사건 건물에 비해 이 사건 토지의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이는 점 ▲성매매에 제공된 이 사건 건물을 몰수하는 이상 그 대지인 이 사건 토지를 몰수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다시 이 사건 토지에서 동종 범죄를 실행할 위험성은 없어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이 사건 토지까지 몰수하는 것은 비례원칙에 반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토지의 몰수를 명한 원심판결에는 비례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판결 중 몰수 부분에 대한 홍씨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파기하고,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 1항 1호에 따라 홍씨로부터 이 사건 건물만을 몰수한다"고 밝혔다.
검사는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SBS는 지난 2021년 그것이 알고 싶다 '갓물주가 된 포주-유리방 회장님의 비밀' 편에서 '유리방 회장님'으로 불리던 포주 홍씨가 영등포4가 일대 재개발추진준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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