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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환율·물가·금리 3高 쓰나미 다시 온다"…韓, 내수·수출 모두 흔들[환율 1400원 시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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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고물가→고금리 악순환 압력 높아져

환율 상단 1450원…추가 금리인하시 1500원도 가능

트럼프 리스크·美 금리인하 제한에 한은 통화정책 제약

수출 둔화 우려에 기지개 켜나했던 내수도 다시 꺾일라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고환율이 촉발한 ‘3고(高)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1%대를 기록하고 금리인하기에 접어들었지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우리 경제를 짓누를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촉발한 달러 강세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외환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감세, 고관세,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우고 있는 정책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하는 것은 물론 통상 비용을 증가시켜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재상승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향후 물가와 내외금리차 전망 등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역시 제약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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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상단 1500원까지 열어둬야…고개 드는 물가

17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유로, 파운드, 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의 지난주 종가는 106.41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초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원·달러 환율은 1399원대에서 거래를 마쳤고, 달러·엔은 155.51원, 달러·위안은 7.186위안을 각각 기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원·달러 환율 상단을 단기적으로 1450원까지 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1450원까지는 열어놔야 한다. 며칠 사이에 순식간에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며 “이걸 막기 위해선 (외환)당국이 달러를 계속 풀거나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다. 결국 환율이 올라가는 힘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걱정”이라고 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우리뿐 아니라 달러를 제외한 주요국 통화가 다 약세인 국면”이라면서도 “트럼프 2기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내년 1분기까지는 1450원을 상단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트레이드가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것 같다”며 “연말까지는 1430원, 내년 1분기에는 1450원을 상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 당 1500원까지도 각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달러·위안 환율이 7.3위안을 뚫는다면 원·달러 환율도 추가 상승할 수 있다”며 “1500원도 갈 수 있다. 1500원이 넘어가면 100원 단위로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세돈 명예교수는 “현 상황에서 3개월 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한다면 1500원도 장담할 수 없다”며 “그렇게 되면 환율 불안이 증시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2000선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한다면 국내 물가 역시 오를 수밖에 없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 이미 지난달 수입 물가가 석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 10월 수출입물가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월대비 2.2% 오르며, 올해 4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수입 물가는 통상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금리인하도 제한…“수출 둔화 우려에 내수 회복도 꺾일라”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불확실성은 지난달 38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방향 전환)을 결정한 한은의 통화정책 경로에도 큰 변수다. 환율은 다시 통화정책 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고, 둔화 기조를 확신했던 물가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금리인하 여력이 제한되는 상황이지만 수출 둔화 우려에 성장률 방어를 위해선 내수 경기 진작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어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 3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기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시장 컨센서스와 한은의 최신 전망치를 모두 밑도는 부진한 성장률의 주요 원인으로는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점이 꼽혔다. 수출 가격은 전망치에 부합했으나 물량이 다소 부진했다는 것인데, 일회성·단기적 원인에 따른 것인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여기에 기획재정부가 지난 15일 발간한 ‘2024년 11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는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표현이 반년 만에 사라졌다. 수출 중심의 지속적인 경기 회복 흐름 속 내수 회복세를 예상했던 정부의 경기 낙관론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해석된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되면서 내수 회복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환율이 오르는 것이 수출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은 미국 정책 변화로 수출이 나아지기 힘들다”며 “절대적으로 어느 쪽이 맞다고 하기보단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팬데믹 이후와 같은 3고 시대가 다시 오진 않겠지만 그 압력들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물가는 원래보다 덜 떨어지고, 연준도 정책금리를 덜 낮출 것 같고, 중장기적으론 달러 약세로 가겠지만 간헐적으로 강세 흐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시장이나 국민들의 우려와 달리 정부와 한은 모두 현 상황이 위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GDP 대비 수출은 1분기를 정점으로 꺾였고. 통관기준 수출 역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환율 급등은 트럼프발 정책 리스크의 영향도 있지만 반도체 경기를 비롯한 국내 성장성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 역시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은이 경기 관리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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