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 장외 집회에서 연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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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17일 로펌처럼 움직였다. 이 대표가 전날 서울 광화문광장 집회 무대에 올라 “결코 죽지 않는다”며 “더 큰 적을 향해 함께 손잡고 싸워나가자”고 단결을 주문한 직후였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집회장에서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이라고 법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민주당은 전방위로 법원을 공격했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재판부가 제대로 이해를 못한 채 판결이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모두 상식을 갖고 있다. 판결문과 우리의 설명 중 어느 것이 더 경쟁력있는지를 따져봐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출입 기자들에게 재판 증거자료 중 일부를 새로 가공해 12페이지 문서로 배포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법원이 이번 판결로 정치권에 “사악한 ‘입틀막’”을 했다고 논평했다.
오후에는 당내 검찰독재대책위원회가 “재판부가 검찰에서 만든 거짓과 궤변을 전제로 잘못된 판결을 했다”며 “정권의 위기 상황을 오직 이재명이라는 정적 제거와 제1야당 탄압을 통해 모면하려는 치졸한 공작에 야합한 정치판결”이라고 비난했다. 기존의 반(反) 검찰 노선을 법원으로 확장하겠다는 암시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정권에 동조하여 없는 죄를 만드는 법원은 법원이 아니다”라는 성명서를 냈다. 최근 법사위에서 “법관 출신 주제에”라고 말했다가 이 대표 1심 판결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사과했던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포악한 권력자에 굴복한 일개 판사의 일탈”이라고 썼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위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동행명령장 수령을 거부하고 방해한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 등을 국회증언감정법 절차대로 법적 조치하겠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원, 이건태, 이성윤, 김승원, 장경태, 전현희, 박균택, 박은정 의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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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전에도 돌입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받는 4가지 재판(선거법 위반·위증교사·대장동 개발비리·대북송금 의혹) 중 가장 가볍게 본 선거법 재판에서 중형이 내려졌다”며 “법원이 이런 기조로 계속 간다면 나머지 선고에서 진영의 미래가 위험해질 수 있다. 결속만이 답”이라고 했다. 15일 선고 전날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검·경 등 “권력기관”을 공적으로 설정했을 뿐, 법원에는 우호적이거나 중립적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선고 후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 의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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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검찰에 이어 법원까지 적으로 설정하는 갈등 전략이 민주당에 유리할 지는 미지수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사법부 압박이 당장 지지층을 결집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중도층을 흡수해야 하는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도 “결국 중요한 건 2027년 대선 승리인데, 진영 결집은 일반 국민의 피로도를 올린다. 수권 정당에서 그만큼 멀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내에서는 유효한 반명(반이재명) 세력이 소멸한 걸 두고 “‘침묵의 나선 이론’이 당을 잠식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4·10 총선과 8·18 전당대회를 거치며 더욱 견고해진 이 대표의 장악력에 친명 주류의 의견만이 정당한 것으로 취급받고, 비난을 두려워하는 소수는 입을 다물게 된다는 것이다. 검찰독재대책위 박균택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판결 예측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게 문제 아니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유죄를 전제로 한 논의는 없던 게 사실”이라며 “곡해해서 판결하는 걸 우리가 어떻게 예상하나”라고 했다.
1심 선고를 앞두고 ‘유죄’ 언급 자체를 금기시한 당 분위기가 “결과적으로 충격파를 키웠다”는 반응이다. 옛 민주당 인사는 “지난해 9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때 이탈표 논란으로 박광온 원내대표가 결국 사퇴하지 않았나”며 “그때 생긴 학습효과로 이번 판결을 앞두고 누구도 당선무효형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비명계 인사는 "무작정 ‘이재명을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게 앞으로도 계속 통할 수 있을지,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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