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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경로석 앉은 임신부 가만 둬라…‘어른다운 노인’ 강조한 통 큰 회장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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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중근 대한노인회 회장 2024.11.13[이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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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손일선 사회부장

“경로석을 임산부에게 양보하는 노인이면 좋겠어요. 양보하는 미덕, 아량이 있는 어르신의 모습이잖아요.”

제19대 대한노인회장으로 취임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83)이 내린 ‘어른다운 노인’의 정의다. 그는 사회의 진정한 어르신 역할을 하는 노인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내비쳤다.

스스로 아름다운 노인을 꿈꾸는 그는 지난달 대한노인회장 취임 일성으로 이 사회가 노인에 대한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 연령 기준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매년 1년씩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자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줄어든 경제활동인구를 젊은 노인으로 대체하고, 노인에 대한 사회적인 부양 부담까지 낮출 수 있는 일석이조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매일경제는 이 회장과 지난 13일 단독인터뷰를 갖고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의 나아갈 방향을 물었다.

이 회장은 앞으로 최대 2000만명까지 늘어날 노인들에 대한 돌봄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65세부터 75세 사이 일할 수 있는 노인들이 75세 이상 고령자를 돌보는 ‘노노케어(老老 CARE)’를 제안했다. 액티브 시니어들65~75세)에겐 일자리를 주고, 국가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부양부담을 덜 수 있는 묘안이란 설명이다.

그가 생각하는 돌봄 인력 확보의 또다른 대안은 외국인 간호조무사 도입이다. 부영그룹은 현재 캄보디아에서 간호대학 설립인가를 받아 신입생 모집을 진행중이다. 이 회장은 “캄보디아와 라오스에서 2년제 간호조무사를 양성해 국내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국가간에 협의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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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대한노인회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부영그룹 회장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양복 자켓을 입고 있다. 이 회장은 ‘노노케어(老老 CARE)’를 통해 액티브 시니어들에겐 일자리를 주고, 국가는 부양 부담을 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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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서 강조하신 ‘어른다운 노인’이란 어떤 모습인가.

▶구체적으로 경로석에 임산부가 앉았다고 해서 시비걸지 않는 어른이었으면 좋겠다. 임산부는 노인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보하는 미덕, 아량이 있는 노인이면 좋겠다.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5세로 조정하자는 제안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 연령 기준 65세는 1981년 노인복지법이 처음 제정된 이후 43년째 그대로다. 그때와 지금은 평균 수명이 크게 달라졌다. 당시엔 60대였는데, 지금은 80대다. 전반적인 수명과 건강 변화에 따라 노인 기준도 변하는게 마땅하다.

-상당수 노인들이 노후 준비가 잘 안돼 있다. 빈곤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모든 건 상중하가 존재한다. 노인의 건강과 재정상태 상중하에 따라 공공과 노인복지 단체가 조화롭게 관리하면 좋겠다. 시골에 가면 할머니만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많다. 2인1조로 돌봄 인력이 식사를 주기적으로 배달하고, 신원까지 관리하면 고독사 얘기는 안나올 것이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이게 적어도 내년말까지 되면 좋겠다. 65세부터 75세 중간 노인층 가운데 일하기 원하는 분들에게 ‘노노케어(老老 CARE)’ 업무를 담당하게 해도 좋을 것 같다. 이들이 생산에 참여하면 본인들은 소득을 얻을 수 있고, 국가와 사회는 부양부담을 줄일 수 있다.

-노인 기준을 높이자는 의견에 주변 반응은 어떤가.

▶좋은 소리가 더 많았다. 나쁜 소리는 제 의도를 오해한 것이다. 다시 설명해보겠다. 임금피크 방식으로 만 65세에 기존 급여 대비 40%수준으로 시작해서 75세까지 연 2%포인트씩 할인해서 최종적으로 20%를 받는다. 우리나라 노인복지 재원이 연간 30조원 가량 된다. 이걸 개인에 직접비로 쓰면 추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간접비보다 직접비로 쓰는 게 효과적이다. 65세부터 75세까지 중간 노인들은 10년을 생산직으로 일할 수 있으니까 손해볼 게 없다. 이미 노인이 된 분들은 기존 대우를 받을 수 있으니까 역시 문제 없다.

-부영그룹은 정년이 몇세인가.

▶정년이 적용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내가 이미 정년을 넘었는데, 내가 나가면 안되니까(웃음). 임원들 가운데 70대도 많다. 단순히 늙었다고 해서 나가라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젊다고 반드시 나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 나이와 상관없이 필요한 사람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이건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올 초에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직원 자녀들에게 출산장려금 1억씩 지급하셨다. 출산장려금을 받은 직원들이 나가면 어떡하나

▶장려금은 출산이 국가에 도움이 되니까 주는 것이다. 퇴사한다고 그걸 뺏지는 않는다.

매일경제

이중근 대한노인회 회장 2024.11.13[이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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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대는 어떤 능력이 좋다고 보나.

▶경륜은 나이든 사람에게 있다. 젊은이는 순발력 있어도 경륜은 부족하다.

-노인 돌봄에 외국인 간호조무사 활용 방안은 구체화되고 있나.

▶라오스와 캄보디아 사람들이 우리나라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라오스는 간호대학 설립인가를 위한 절차를 진행중이고, 캄보디아는 최근 설립 인가가 났다. 간호대 졸업생들을 한국에 데려오는 조건으로 인가가 났다. 부영그룹 현지법인이 설립하는 것이다. 현지에선 간호대를 나와도 마땅히 일할 곳이 없다. 현재 신입생 모집중인데, 이들을 2년제 간호조무사로 양성해 국내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국가간에 협의해보려고 한다.

- 어느 정도 규모의 외국인 간호조무사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연간 100명 규모로 시작해 연차적으로 늘리려고 한다. 이르면 2027년부터 한국에서 일할 수 있다. 외국인 간호조무사가 최소 100만명은 와야 1000만명 노인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 인구가 앞으로 2000만명까지 늘어날텐데 200만명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 앙쪽이 손발이 맞으면 인원 확충이 가능할 것이다.

-외국인 간호조무사 적정 임금 수준은.

▶400~500달러, 70만원이면 된다. 외국인을 국내 데려오면서 최저임금을 따지는데, 억지로 돈을 더 주려고 할 필요가 없다. 현지 돈으로 500달러면 괜찮은 월급이다. 그래야 시장원리에도 맞을 것이다.

-고령자 운전 제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건 의료기관하고 삼자 관계가 성립돼야 한다. 이상이 있는데 억지로 운전을 하면 규제를 해야 한다. 다만 70세가 됐다고 해서 무조건 면허증을 뺏기는 그렇다. 대한노인회장 출마할 때 암기지수를 테스트해 제출해야 하는데 제가 2017년에 30점 만점에 29점, 7년 지난 올해는 28점이 나왔다. 개인별로 각기 다른 물리적·인지적 능력을 고려해야지 나이만으로 재단해서는 안된다.

-수도권의 경우 화장장·납골당 시설 부족이 심각하다.

▶납골당 문제는 제가 죽은 다음에 답을 하면 어떨까요. 제가 아직 안죽어봐서(웃음).

-노인회 중앙회관 건립 계획은 구체화됐나.

▶현재 지역별로 회관은 있는데 중앙회관이 없다. 부지는 국가에서 주면 좋겠다. 건설비는 제가 댈 생각이다.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파고다공원이 있는 종로3가 이런 곳으로 주면 좋겠는데, 정부는 문화재 보호구역이라 안된다고 한다. 노인도 인간문화재인데 함께 관리를 해야지, 왜 형태문화재만 중요하게 생각하느냐고 따졌더니 맞는 말씀이라고 하더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 기부왕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사회공헌으로만 1조 1800억원의 돈을 쓰셨다. 특별한 배경이 있나.

▶결국 욕심에서 생긴 일이다. 기업 경영을 해오면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작은 힘이라도 보탰으면 하는 생각을 항상 한다. 인재를 국가의 동량으로 키우기 위한 기부 사업이라도 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형편 되는대로 해 나가고 있다.

매일경제

이중근 대한노인회 회장 2024.11.13[이충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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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비결은 저녁 산보...한시간 걸으면 수면의 질 높아져”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나.

▶잘 먹고 잘 자는 게 중요하다. 하루 세끼는 꼬박꼬박 챙겨 먹고, 오후 10시 반부터 오전 5시반까지 7~8시간 잔다. 특히 저녁 산보가 수면의 질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매일 한시간씩 걷는다. 건강관리는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약 먹는다고 되지 않는다.

-손주 돌보기보다 일하는게 좋다는 시니어들이 많다.

▶손주돌봄은 실제로는 잠깐만 보는게 좋다고 하더라. 손주가 오면 좋고 가면 더 좋다는게 정설이다. 계속 보라고 하면 힘들다. 저는 손주가 12명이다. 손자 6명, 손녀 6명이다. 이미 큰 녀석은 대학원 졸업후 군대 장교로 복무중이다.

-파크골프가 요즘 노년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다.

▶저는 일 하느라고 미쳐 못해봤다. 일반 골프처럼 시간도 많이 안들고 비용 부담도 크지 않아 현실적이다. 전체 면적이 일반 골프장 10분의 1이면 된다. 파크골프를 노인회에서 많이 보급하고 있고, 전국대회도 다수 개최하고 있다.

-올해 초 법학박사를 받으셨다. 학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워낙 배우기를 좋아한다. 금년에 못 끝냈으면 법학박사 취득이 힘들었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힘들어지니까 최대한 빨리 끝냈다. 원래 행정학 박사가 있었다. 법학을 공부해보니까 중요한 것을 배웠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고 하는데, 실제론 챙기지 않으면 권리를 못 찾아먹는다. 등기상 권리가 있어도 내것이라고 한마디 얘기를 안하면 못받는 것이다. 법은 결코 잠자는 권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내가 회계학이나 행정학을 하기 전에 법을 먼저 알았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리 = 최재원 기자

He is... △1941년 전남 순천 출생 △고려대 대학원 법학 박사 △1992~2022년 학교법인 우정학원 이사장 △1994~현재 부영그룹 회장 △1999~2001년 건국대 이사장 △2000~2004년 한국주택협회 회장 △2003~2006년 주택산업연구원 이사장 △2017~2020년 제17대 대한노인회장 △2024년 제19대 대한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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