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각)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한-중 정상회담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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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년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역내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한을,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의 방중을 제안했다. 러-북 군사협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양국 관계 개선이 필수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페루 리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군사 도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은 한반도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이라며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한다”고 말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현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시 주석은 북-러 군사협력을 직접 언급하진 않고 “중국도 역내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 오로지 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한다.
북-러 군사협력에 관한 시 주석의 발언은 중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이날의 만남이 성과가 없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두 정상은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2년 만에 가진 정상회담에서 29분간 회담을 진행하며 그동안 냉랭했던 양국 관계의 개선을 모색했다. 김 차장은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앞으로도 심화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안보 측면에서는 양국이 힘을 합쳐서 갈등을 완화하고 평화적인 해결을 도모하면서, 역내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하는 데 뜻을 모아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두 정상의 공감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표방하는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두 나라 모두 안보·경제 분야 등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내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후속 협상에 속도를 낸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2014년 이후 한국을 찾지 않은 시 주석이 내년 이맘때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펙 정상회의에 방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중 경제협력에 있어서는 서로가 ‘윈윈’이 되도록 협력의 방향을 같이 찾자는 분위기였다”며 “양국이 한-중 관계와 한-미 관계를 무조건 갈등과 충돌의 방정식으로 이해할 게 아니라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국 정상은 러-북 군사협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공동의 대응 방안을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세 정상은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합의를 재확인하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 사무소’도 설립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이시바 총리와 50분간 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양국 간 ‘셔틀 외교’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리마/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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