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원화대출금 증가율 전망/그래픽=이지혜 |
내년 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최근 15년 중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낮은 경제 성장률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이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가 경쟁적으로 내놓은 밸류업 정책도 대출 영업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연구원은 국내은행의 내년 원화대출 증가율을 4.5%로 전망했다. 올해 대출 증가율 전망(6%)보다 1.5%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전망치대로 증가하면 2010년(3.7%)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모두 영업 환경이 만만치 않다. 가계대출 부문은 내년 7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적용된다. 스트레스 금리 1.5%(현재 0.75%)가 가산돼 DSR이 계산된다. 연봉 5000만원의 직장인이 4.5% 금리로 주택담보대출(30년 만기)을 빌릴 때 스트레스 3단계가 시행되면 기존보다 대출한도는 2300만원 준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명목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내에서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원한다. 내년 정부의 명목 GDP 성장률 전망은 4.5%이고,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보다 낮은 4.2%를 전망치로 내놨다. 올해보다 가계대출 성장은 어렵다는 의미다. 주요 은행도 내년 가계대출 부문 성장 목표를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잡고 사업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권은 기업대출에 좀 더 초점을 맞출 계획이지만 가계대출보다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치가 높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영업에 제약이 따른다. 일반 주담대의 위험가중치가 평균 10%대지만 기업대출의 가중치는 기업의 규모와 신용도에 따라 30~40%대에 이른다.
위험가중치는 RWA(위험가중자산)에 영향을 주는데, RWA(위험가중자산)가 많아지면 CET1(보통주자본) 비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4대 금융지주는 CET1 비율을 기준으로 한 주주환원 정책을 모두 내놨다. CET1 비율 관리를 위해서는 기업대출을 무작정 늘릴 수 없다. 또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치가 낮은 대기업 대출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대출 수요가 회사채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필환 신한은행 부행장도 최근 열린 '2025년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에서 "밸류업 공시의 CET1(보통주자본) 비율을 달성하려면 기존의 여신 성장을 통한 이자이익으로는 도저히 맞출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일부 영업조직에서는 금융권의 CET1 중심의 주주환원 경쟁을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감지된다.
'트럼프 정부' 2기 출범도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며 내년 사업계획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특히 강달러는 CET1 비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4대금융지주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CET1비율이 1~3bp(1bp=0.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달러는 RWA뿐만 아니라 파생상품, 유가증권 등 기타영업 손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국 내년 사업계획은 우량한 중소·중견기업에 얼마나 대출을 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며 "개인사업자 대출은 연체율이 높고, 그만큼 위험가중치도 높아서 은행들이 소극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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