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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필리핀 '남중국해 영유권' 법 제정에… 말레이 "그쪽은 내 바다"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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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해양법, 보르네오섬 영해 침범"
한국일보

지난해 4월 남중국해에서 필리핀이 실효지배하는 티투섬 해안에 필리핀 국기를 단 함정이 정박해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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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국가 사이의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최근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명시한 법을 제정하자, 그간 ‘바다 주권 분쟁’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말레이시아가 반발하며 다툼에 가세하는 등 주변국들 간 갈등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17일 AP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필리핀에 새 해양법 관련 항의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알라민 말레이시아 외교부 차관은 “필리핀 해양법을 검토한 결과, 법이 규정한 영유권 범위가 국제법에 근거한 말레이시아 사바주(州) 보르네오섬 인근 영해를 침범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서한 발송은 우리나라와 사바주의 주권을 수호하겠다는 결의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8일 필리핀 해양 영역 범위를 명확히 하고 법적 권한을 명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 중인 중국은 자국 해양 주권이 침해받았다며 즉각 주중국 필리핀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이틀 뒤에는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를 중국 영해로 포함한 영해기선(영해가 시작하는 선)을 공포하며 맞대응했다. 필리핀과 중국 간 신경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말레이시아도 영해권 갈등에 뛰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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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운데)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8일 필리핀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프란시스 에스쿠데로(왼쪽) 상원의장과 마틴 로무알데즈 하원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중국해 필리핀 영역을 명시하는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마닐라=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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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는 중국 남쪽에서부터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대만으로 둘러싸인 큰 해역이다. 중국이 남중국해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곳곳에 인공섬을 건설해 군사 기지로 활용하면서 여러 국가와 마찰을 빚기는 하지만, 다른 동남아 국가들끼리도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범위가 조금씩 겹쳐 있는 까닭에 서로 영유권을 주장해 왔다.

말레이시아가 이번에 자국 해역임을 주장한 사바주 해역에는 석유가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놓고 있을 경우 자칫 중요 자원을 빼앗길 수 있다고 판단, 그동안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말레이시아가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말레이시아는 이웃 국가 베트남의 영유권 침범에 대한 대응 수위도 높였다. 지난달 베트남이 남중국해 스플래틀리 군도 바크 캐나다 암초 주위를 매립하고 인공섬과 활주로를 만들자 말레이시아 정부는 베트남 외교부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을 확대하며 중국에 정면 대응하는 필리핀과 달리 베트남은 직접적 충돌을 피하면서 인공섬 건설에 주력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변국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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