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12월 18일 미시간주 배틀크릭에서 열린 켈로그 아레나에서 열린 키트 아메리카 그레이트랠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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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로 개인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 은행 예·적금에서 자금이 빠지고, 올 한해 크게 오른 미국 증시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가상자산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4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총 587조6455억원으로, 지난달 31일(597조7643억원)보다 10조988억원(1.7%)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정기예·적금에 비해 금리가 낮지만 언제든 인출해 쓸 수 있어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불리는데, 불과 10영업일 사이 10조원이 빠져나갔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 수요가 급증했다는 이야기다.
투자를 위해 은행 적금을 깨거나 빚을 내는 움직임도 관측됐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적금 잔액은 총 38조9176억원에서 지난 14일 38조9176억원으로 7871억원(2%) 줄었고,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38조8657억원에서 39조6179억원으로 7523억원(1.9%) 증가했다.
평균 3%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금 금리(1년 만기) 대신, 주식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하려는 심리가 커졌고 일부는 투자를 위해 대출까지 감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 통장은 일반 신용 대출과 달리 단기성 자금 목적인 경우가 많아 국내외 증시·가산자산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투자 목적으로 급증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미국 증시와 가상자산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이 확정되면서 이른바 ‘트럼프 수혜주’를 중심으로 시장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규모는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겼고, 지난 11일 1035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가상자산 시장도 뜨겁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7일 오후 2시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24시간 거래 규모는 22조원대를 넘겼다. 지난 14일 코스닥·코스피 시장의 거래 대금을 합친 18조8680억원을 넘는 규모다. 지난 13일에는 세계 5위 수준이자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의 하루 거래액이 25조원에 달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랠리’가 지속하리란 보장은 없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춘 이후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급격했던 트럼프 트레이드의 되돌림이 지속되는 가운데 파월 의장의 발언에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에 한때 9만3000달러까지 급등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15일 8만8000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가산자상 시장도 함께 출렁였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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