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남강유등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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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지역축제, 외국인 홀렸다."
K팝, K뷰티, K콘텐츠의 바통을 K지역축제가 이어받을 조짐이다. 올 한 해 외국인 관광객들 발걸음이 우리 국민끼리 즐기는 지역축제 현장까지 점령해가고 있다.
아예 현지인처럼 일상 속에서 여행을 즐기는 '데일리케이션' 트렌드까지 확산되면서 K지역축제가 외국인들을 홀리고 있다.
K컬처, 지역축제로 즐긴다
'K컬처를 지역축제로 즐긴다.' 외국인들의 엔데믹 K관광 뉴노멀이다. 매일경제가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방한 외래객의 축제 방문 행태 변화를 분석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1~10월에 열린 70개 문화관광축제, 예비 축제 및 주요 지역축제를 대상으로 KT 이동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야간 시간대다. 내국인처럼 아예 밤 시간대를 점령하고 있다.
외국인 축제 방문이 전년 대비 68%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야간·새벽 시간(오후 6시~다음 날 오전 6시)의 방문 비중이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6.5%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이 몰리는 골든 타임은 토요일 저녁 시간대(2019년 4.2%→2024년 5.8%)다. 저녁 타임 지역축제 방문은 의미심장하다. 사실상 하루 이상을 머물다 가는 체류형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우리 지역축제에 유독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문화예술 콘텐츠의 확산 덕분이라는 게 축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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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축제 유형별 방문 비중은 자연·관광축제(32.6%), 문화예술축제(25.0%), 전통문화축제(21.8%), 지역특산품축제(20.7%)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특산품축제는 2019년 대비 30.3%포인트 감소한 반면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축제는 2019년보다 13.0%포인트 급증했다.
'오징어 게임' 등 K콘텐츠에 매료된 외국인들은 문화예술축제로 몰려가고 있다. 작년과 비교해 방문자 증가율이 288.8% 이상 껑충 뛴 춘천마임축제와 267.2% 급증한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천안흥타령춤축제(143.3%), 탐라문화제(48.5%), 인천펜타포트음악축제(27.1%) 등도 전년 대비 외국인 방문객 숫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채로운 K콘텐츠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며 방한 외래객의 큰 관심을 끌었다는 해석이다.
여주오곡나루 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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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도 '가을 축제'를 즐긴다
외국인 축제 방문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계절은 단연 가을이다. 역시나 엔데믹 뉴노멀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외국인들은 산천어축제 등 겨울 낚시 축제로 몰려들었다. CNN은 겨울 불가사의 축제 중 하나로 화천산천어축제를 꼽기도 했다. 100만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일제히 얼음판 위에서 낚시대를 드리운 장면이 미스터리했다는 시선이다.
1월 축제 방문자 비중이 32.8%로 가장 높았던 이전 풍경과 달리 올해는 10월 방문자 비중이 48.0%로 최고치를 기록해 눈길을 끈다.
특히 작년 대비 올해 방문자 증가율을 보면 10월에 개최된 여주오곡나루축제(683.7%), 영동난계국악축제(169.6%), 수원화성문화제(71.1%), 진주남강유등축제(70.9%),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63.5%), 탐라문화제(48.5%) 등이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기상이변으로 겨울 축제 개최가 줄어든 반면, 야외 활동을 하기 좋은 가을 축제가 활발히 열리며 인기를 끈 결과로 분석된다.
이미숙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전략팀장은 "날씨 변화에 민감한 축제 특성상 기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과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요구된다"면서 "올해 10월에 방문이 집중된 현상을 고려해 향후 축제 일정을 조정하며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방문 1위 축제지는 강원
올해 외국인 방문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강원이다. 전체 방문객 중 16.9%가 강원권을 찾았다. 물론 코로나19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2.4%포인트 감소한 숫자다. 반면 서울(13.1%), 제주(11.1%), 충남(10.2%)은 2019년 대비 각각 4.9%포인트, 5.7%포인트, 1.8%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 탐라문화제는 지역 특색을 살린 축제로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예비 축제로 지정되며 외국인의 관심을 끌었고, 충남 보령머드축제와 천안흥타령춤축제는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인기를 끌었다.
참여 나라별 통계도 흥미롭다. 올해 지역축제의 나라별 방문객을 보면 중국(21.8%), 미국(13.2%), 대만(11.9%), 일본(7.6%) 순이다. 각국 방문객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성·연령대에 따라 선호하는 축제에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천안흥타령춤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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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방문객은 문화예술축제에 열광한다. 올해 서울세계불꽃축제, 보령머드축제와 같은 자연·관광축제(42.4%)와 탐라문화제, 인천 부평풍물대축제와 같은 문화예술축제(39.7%)에 높은 방문율을 보였다. 특히 문화예술축제 방문 비중은 2019년 대비 2024년 16.7%포인트나 급증했다.
미국은 짬뽕형이다. 미국인 축제 방문자 수는 작년 대비 138% 증가세를 보였다. 수원화성문화제(자연·관광축제)뿐 아니라 춘천마임축제(문화예술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전통문화축제), 화천산천어축제(지역특산물축제) 등 다양한 유형의 축제를 고르게 즐기는 경향이다.
일본은 현지인처럼 즐긴다. 서울세계불꽃축제, 수원화성문화제, 보령머드축제, 대전0시축제와 같은 자연·관광축제(42.4%)를 가장 선호하는 게 이색적이다. 인천펜타포트음악축제, 부산국제록페스티벌과 같은 문화예술축제(24.6%)에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 트렌디하고 인스타 감성이 높은 20대 우리 국민과 방문 패턴이 유사하다.
대만인 관광객은 지역특산품축제를 주로 찾는다. 화천산천어축제뿐 아니라 대구약령시한방문화축제, 금산세계인삼축제와 같은 지역특산품축제 방문 비중이 66.3%로 가장 높았다. 중화권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점과 방한 비율이 높은 40대(20%)의 특성이 반영된 패턴으로 분석된다.
유진호 한국관광공사 관광콘텐츠전략본부장은 "공사는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역축제와 연계한 방한 상품 개발과 전통·뉴미디어 홍보에 집중해왔다"며 "국가별 특성에 맞춘 세분화된 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지역소멸 해소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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