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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국장 개미들 어쩌나”…올해 주가·원화값 하락폭 주요국 과 비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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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달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올해 들어 국내 원화와 주식 가치가 약 9% 역성장했다.

달러 가치 강세로 다른 통화들도 약세를 보였다지만, 한국의 원화 가치 절하 폭은 유독 두드러졌다.

주가지수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코스피(주가종합지수)는 주요국 주가지수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약세를 이어갔고, 코스닥은 하락률이 20%에 이른다.

17일 증권가 및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와 같은 현상은 단기적 자금 이동의 결과가 아니다. 반도체 등 수출 주력 품목의 경쟁력 하락, 막대한 가계부채 부담 등에 짓눌린 구조적 내수 부진, 고령화 등에 따른 잠재성장률 훼손이 종합적으로 한국 원화와 주식 가치에 반영됐단 분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98.80원으로, 지난해 말(12월 28일 1288.00원)보다 8.60%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는 것은 곧 원화 가치 하락을 뜻한다.

원·엔·위안·대만달러처럼 1달러 기준 자국 화폐 가치를 나타내는 ‘자국 통화 환율 표시법’을 따르는 경우, 해당 통화의 정확한 달러 대비 가치 변동률은 특정 두 시점의 환율 차이를 두 시점 가운데 최근 시점의 환율로 나눠 구한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올해 원화 가치는 7.92% 떨어졌다.

원화보다 유일하게 약세를 보인 것은 엔화 하나뿐이다. 같은 기간 엔·달러 환율은 141.181엔에서 156.295엔으로 10.71% 뛰었다. 가치 절하율도 9.67%에 이른다.

엔화 외 다른 주요국 통화의 가치 절하율은 ▲유로 -5.11% ▲영국 파운드 -1.08% ▲호주 달러 -5.67% ▲대만 달러 -5.99% ▲역외 위안 -1.85%로 모두 원화보다 낮았다.

유로·파운드·호주달러는 반대로 자국 통화 1단위당 달러 가치를 표기하는 ‘외국 통화 표시법’에 따른다. 이런 통화의 절상·절하율은 특정 두 시점의 환율 차이를 두 시점 중 과거 시점의 환율로 나눈 값이다.

더구나 원화 절하율은 같은 기간 달러 인덱스(지수) 절상률(5.58%)과 비교해 2퍼센트포인트(%p) 이상 높았다. 달러 인덱스는 유로·엔·파운드 등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평균적 가치 추이를 반영한 지수다.

올해 달러 가치가 약 6% 높아지는 동안 원화 가치는 그보다 더 크게 약 8%의 폭으로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재선 가능성과 함께 달러 강세 흐름이 뚜렷해지기 시작한 지난달 이후만 봐도 원화 절하율(-6.51%)은 유로(-5.60%), 파운드(-5.36%), 대만 달러(-2.68%), 위안(-3.41%)보다 높았다.

원화보다 가치가 더 많이 깎인 통화는 엔화(-9.28%), 호주 달러(-6.84%) 정도였다.

매일경제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내 주가 흐름도 암울하다. 미·일·유럽·중·대만 등 주요국 주가지수가 모두 오를 때 우리나라 양대 지수만 거의 유일하게 바닥을 기었다.

코스피는 지난해 말 2655.28(종가 기준)에서 지난 15일 2416.86으로 8.98% 떨어졌다. 특히 코스닥의 하락률은 20.90%(866.57→685.42)에 이른다.

이 외 주요국을 살펴보면, 미국 3대 주가지수 중 나스닥종합지수(24.44%)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23.08%)은 20% 넘게 뛰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5.27%)도 상승률이 두 자릿수다.

유로권의 유로스톡스50, 독일DAX, 영국FTSE100도 각 6.04%, 14.68%, 4.27%) 올랐다.

우리나라와 같이 아시아권으로 묶인 중국·대만권의 상하이종합지수·홍콩항셍지수·대만가권지수 역시 각 11.96%, 13.95%, 26.84% 상승했다.

비교 대상 국가 범위를 40개로 넓혀도, 우리나라 코스피·코스닥보다 하락률이 높은 곳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RTS(-20.79%·1,083.48→858.19)뿐이다.

거의 1년에 걸쳐 우리나라 원화와 주식 가치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약세를 보이면서, 단순히 환율·금융 시장의 단기 자금 이동 때문이 아니고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나 경제 기초 체력 저하에 주목하는 시장 투자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구조개혁 작업은 지지부진하고, 내수 부양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 민간 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나 한국은행의 경기에 대한 상황인식, 진단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나 한은은 항상 ‘올해도 성장률 2% 넘지 않았느냐, 내년에도 2%는 넘을 것이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쯤 되니까 나쁘지 않다’ 이런 말만 되풀이하며 문제가 없다는데 무슨 대책이 나오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소비를 위축시키는 과도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지역에 값싼 임대주택을 많이 지어 젊은 층의 주거비 문제를 해결해줘야 소비나 내수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도 “구조 개혁도 필요하지만, 경기 사이클상 안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구조 개혁은 선이고, 경기 부양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극복하고 내수를 살리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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