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지수 월별 평균 거래대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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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가 출범 2주년이 된다. 이제 겨우 2년 차를 맞은 신생 지수지만, 시장의 관심에서는 민망하리만치 멀어져 있다. 올 들어 뜨거웠던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코스닥 시장 침체가 겹친 영향이다. 코스피와 함께 국내 대표 지수인 코스닥의 올해 연간 낙폭은 21%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활성화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지수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상장 직후 3개월 거래대금만 4000억 원 선을 맴돈 뒤 이듬해 3월부터 줄곧 1조 원대로 안정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이는 상장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내내 1조2000억 원대를 웃돌던 거래대금은 7월 들어 1조 원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는 코스닥 우량 기업들을 모아놓은 지수다. 2021년 문재인 정부부터 1년가량 준비해 2022년 11월 18일 첫선을 보였다. ‘코스닥 저평가’라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코스닥 시장에도 일부 우량 기업은 존재하지만, 이차전지·바이오 등 특정 업황 등락에 따라 변동성이 심화하는 종목 때문에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 상장 기업 수가 많은 가운데 신규 기업공개(IPO) 기업들이 끊임없이 밀려 들어오는 점도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코스닥 시장 상장 종목은 1762개로 코스피(958개) 시장의 약 2배다. 주가가 급락한 동전주들은 유동성도 낮을 뿐만 아니라, 증시에서 퇴출되지 않고 시장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종목들은 테마주나 작전 세력의 먹잇감으로 쉽게 이용되기도 한다.
이에 거래소는 코스닥150 편입기업 중 우량기업 50여 곳을 골라내 기존 코스닥시장의 대표지수인 코스닥150과 차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재무적 편입 기준은 영업이익 300억 원 이상, 시가총액 5000억 원 이상으로 삼았고, 재무 실적과 기술력과 함께 기업지배구조도 요건에 넣었다. 기존 코스닥150 기업처럼 단순히 시가총액만 높은 기업이 아닌, 주주환원책도 고려하겠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2년이 흐른 현재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는 코스닥150 지수와 그렇다 할 차별점은 없이, 오히려 동질화돼 버렸다. 본지가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49개 종목과 코스닥150 내 150개 종목을 비교한 결과 15일 기준 휴온스 단 한 종목을 제외하면 코스닥 글로벌 48개 종목은 코스닥150 지수와 고스란히 중복된다. 사실상 두 지수 내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들 지수가 대동소이한 것은 코스닥 지수의 실적 악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출범 당시 51개 종목이었던 코스닥 글로벌 지수는 2년 새 14개 종목이 편출됐다. 이중 엘앤에프, 셀트리온헬스케어, NICE평가정보, 포스코DX(구 포스코ICT)는 코스피 지수로 이전 상장했고, 나머지는 재무상태 악화로 시가총액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재무적 요건이 미달됐다.
이차전지 위축으로 퇴출당한 천보가 대표적이다. 천보의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 2조3780억 원에 달했지만, 현재 3690억 원으로 80% 넘게 급감했다. 상장 당시 이차전지 기대감으로 실적과 주가가 크게 오른 바 있다. 2022년 11월 24만 원대였던 천보 주가는 이달 15일 3만6900원으로 내려앉은 상태다. 에코프로비엠도 알테오젠에게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섰다.
그간 시장 상승세를 주도했던 반도체 관련 기업도 주가가 큰 폭 하락하면서 코스닥 글로벌에서 편출됐다. 비에이치, 고영, 유진테크, 하나마이크론, 인탑스, 티에스이, 테스 등 7개 이상 종목들이 빠졌다. 반면 새롭게 포함된 종목도 있다. HPSP, 스튜디오드래곤, SOOP(구 아프리카TV),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넥스틴, 에코프로에이치엔, 컴투스, 포스코엠텍, 두산테스나, 더블유씨피, 심텍 등이다.
코스닥 글로벌 지수의 수익률은 코스피, 코스닥 지수에 비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수익률은 3.04%로 코스피(-8.97%), 코스닥(-20.9%) 지수를 크게 웃돈다. 그럼에도 코스닥 글로벌 지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저조하다. 기관투자자는 물론 상장 당시 지수를 끌어올렸던 개인투자자들도 최근 들어 거래비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코스닥 시장의 전반적인 부진이 지속되는 한 코스닥 글로벌 시장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코스닥 약세는 올 들어 미국 나스닥 등 해외 성장 업종 지수뿐만 아니라 같은 국내 증시인 코스피와 비교해서도 크게 두드러진다. 이는 코스닥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워 코스닥 글로벌의 가치 저평가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의 특성상 개인들이 미국시장이나 코인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코스닥 글로벌에 대한 외면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밸류업 지수가 새롭게 등장하자 코스닥 글로벌의 존재감은 더욱 희미해지는 중이다. 이에 거래소 일각에서는 "있는 코스닥 글로벌 지수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밸류업 지수를 또 출시하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투데이/정회인 기자 (hihello@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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