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가능한지 확인 먼저 필수
편의점 콘센트에서 충전했다 처벌된 사례도
외출할 때 보조배터리 대신에 아예 콘센트에 꽂아 쓰는 충전기 들고나오시는 분들 많으시죠. 저도 취재 나가서 노트북이나 핸드폰 배터리가 간당간당하면 일단 카페부터 찾는데요.
요즘은 우리나라도 콘센트를 쓰지 못하게 막아놓은 곳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긴 합니다만, 일본의 경우는 조금 더 엄격합니다. 이 때문에 여행 가서 함부로 카페에서 충전하다가 큰일 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실제로 콘센트에 충전기 꽂고 충전하다가 처벌된 사례까지 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오늘은 한국과는 조금 다른 일본의 '충전 문화'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일본 라쿠텐에서 판매하는 '콘센트 이용금지' 스티커. 라쿠텐. |
일본에서는 카페나 패밀리레스토랑에 빈 콘센트를 발견했다고 해서 함부로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충전해서는 안 됩니다. 점원에게 제지받을 수 있는데요. 실제로 야후 재팬 등 일본 포털사이트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곤 합니다.
일단 충전을 금지하는 곳에서는 전기도 법률상 재물로 취급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본 형법 제235조에서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절도죄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형법 제245조에서는 '이와 관련해서는 전기도 재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죠. 이 때문에 사업장의 전기를 무단으로 사용했을 경우 절도죄가 성립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실제로 2007년 오사카의 한 편의점 콘센트를 사용해 휴대전화를 충전하던 중학생 2명이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사례도 있었죠. 당시에는 요즘과 달리 가게 콘센트를 손님이 사용하는 것이 드문 시대였긴 하지만, 일단 전기를 조금 사용한 것만으로도 절도로 간주하면서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학교나 회사에서도 스마트폰 충전은 절도죄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특히 회사에서 규칙이 엄격한 곳이 많은데요. 일본 인사관리직에 일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 올라온 문의가 이렇습니다. 질문자는 "회사에서 따로 공지를 내리지는 않았습니다만, 최근 사원의 개인 스마트폰을 업무용 PC에 꽂아 충전하고 있는 경우가 눈에 띈다. 회사의 재물인 전기를 무단으로 절취하고 있는 것과 더불어 사내 정보 유출의 관점에서도 큰 문제 아닌가"라며 "다른 회사는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알려달라"는 것인데요. 그러면서 "참고로 저는 항상 회사에 보조배터리를 가지고 다닌다"라고 덧붙였네요.
답변도 일단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핫토리 임금·노무 서포트 오피스 대표는 "행위 자체는 공사 구분이 안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내 물품 반출 금지 규정과도 관련이 있으니 조속히 규정 정비해야 한다"라는 강경한 답변부터 "개인 자리에서는 금지하더라도 전용 충전 코너를 마련하는 등의 유연함이 필요하다"라는 답변도 있네요.
충전 가능한 자리를 만들어 놓은 일본 모스버거의 한 지점. 베이시스도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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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톰 법률 사무소도 소식지에서 "스마트폰 충전을 해도 괜찮다는 벽보가 붙어 있으면 상관없지만,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곳에서는 마음대로 충전하면 절도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며 "충전을 하고 싶다면 먼저 관계자에게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회사나 카페나 콘센트가 있으면 일단 충전이 가능하고, 충전을 못 하게 막아놓은 곳이 오히려 야박하다는 정서가 있는데요. 일본에서는 이같이 전기를 무단 사용하는 것을 '전기 도둑질(토우덴·?電)'이라고도 부릅니다. 전기료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네요.
그렇다고 모든 공공시설에서 충전이 안 되는 것은 아니고요, 고속철도 신칸센 좌석에 있는 콘센트 이런 것들은 자유롭게 좌석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충전 가능한 카페나 패밀리레스토랑에서는 '충전 OK' 등으로 고지하는 경우가 많고요, 특히 카페에서는 '전원 있음(電源あり)'이라고 써 붙인 곳을 찾으시면 스마트폰 충전부터 충전기를 꽂은 채로 노트북 이용도 가능하답니다.
여하튼 사뭇 다른 문화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들도 당황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하네요. 일단은 직원에게 확인받지 않고 쓰는 경우에 난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니, 혹시 일본에 갈 일이 있다면 주의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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