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6일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의 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선거일 밤 행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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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북한과 전쟁 중인가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후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국장(국내 주식시장)’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거든요. 미국 3대 주가지수가 트럼프 당선 이후 역대 최고점을 경신하는 사이 국장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를 펼치니 미국 주식과의 격차는 그렇다 쳐도, 본격화될 무역 갈등의 당사자인 중국·대만 증시보다 코스피·코스닥이 더 빠지고 있으니 박탈감에 ‘국장회의론’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15일 기준으로 올해 코스피지수는 8.98%, 코스닥지수는 20.9% 하락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이 결정된 이후 낙폭이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코스피는 15일 2416.86에 거래를 마치면서 연중 최저 종가를 기록했는데요, 대선의 윤곽이 가려진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코스피는 6.21%, 코스닥은 8.83%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은 1.52%, 일본 닛케이225는 0.44% 올랐고 대만 가권지수는 1.58%, 중국 상해종합지수는 1.66% 내렸습니다. 미국은 물론 일본·중국·대만보다 훨씬 부진한 성과를 보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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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글로벌 증시에서 트럼프 당선 이후 유독 국내 증시가 부진할까요. 증권가에서는 낙폭이 과도하다면서도, 수출 감소·반도체 업황악화·경기 부진 등으로 한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정책으로 인한 공포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수익률 격차와 주주권에 역행하는 움직임으로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바닥을 치는 것도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안그래도 불안한데 기름을 붓는 트럼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선안이 공개되고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낼 때마다 국내 증시는 크게 출렁이고 있습니다. 지난 14일엔 SK하이닉스가 5.41%하락하고 삼성전자 주가가 4만9900원까지 추락하는 등 반도체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는데, 15일엔 LG에너지솔루션(-12.09%), POSCO홀딩스(-10.48%)가 10% 넘게 폭락하는 등 2차전지주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차기 트럼프 정부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폐지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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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코스피는 15일엔 장중 2400선도 무너지면서 ‘지하실이 남아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해도 떨어지고, 삼성전자가 떨어지면 더 떨어지는 것이 요즘 코스피의 현실입니다.
사실 코스피는 이미 트럼프 당선 이전에도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수출 피크아웃(수출증가율이 고점을 찍고 감소하는 것)은 시작됐고 수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반도체는 업황 부진에 시름하고 있습니다. PC 등의 수요 부진으로 일반 D램 시장도 예상보다 살아나지 않고 있거든요. 수출 부진은 물론 내수 부진도 계속되면서 상반기에 호실적을 거뒀던 상장사들은 3분기 잇달아 어닝쇼크(실적 충격)을 내고 있습니다.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확정은 흔들리는 펀더멘털에 쐐기를 박은거죠. 안그래도 불안한데 공화당이 상·하원을 싹슬이하고 인사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물로 채우면서 ‘억제기’가 없는 트럼프 2기로 펀더멘털이 더더욱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는 겁니다. 고령의 트럼프 당선인이 임기 첫해부터 정책을 빠르게 실시할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트럼프 2기에선 중국엔 최대 60%,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엔 20%의 관세를 매기며 1기 때보다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안그래도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아 크게 타격을 받는데 각종 정책들도 국내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보조금·지원 축소, 대중 규제 강화 등으로 2차전지·반도체·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 국내 핵심 업종은 부정적 영향이 예상됩니다. 다른 나라보다도 정책에 특히 흔들리기 쉽다보니 ‘비이성적’으로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거죠.
미흡한 주주권·수익률 격차에 떠나는 투심
환율을 비롯해 투심이 악화된 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의 감세와 관세 인상 정책으로 재정적자가 심화될 것이란 전망과 견고한 미국의 경기 영향으로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고 환율은 달러당 1400원을 넘을 정도로 치솟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입을 수 있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하게 되죠. 외국인 투자자 이탈→환율 상승→투자자 이탈의 악순환이 증시 부진을 가속화시켰죠.
고려아연 유상증자 논란 등 주주권익 보호에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며 투자자의 신뢰가 무너진데다 해외와 벌어지는 수익률 격차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렇지만 낙폭이 과도하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트럼프 정책이 실제 얼마나 현실화될지 여부도 불투명하거든요. 트럼프 1기 때에도 공약과 달리 실제 관세 인상 폭은 적었고, 감세 규모와 불법체류자 추방의 정도도 적었습니다.
트럼프 1기 당시 미국 증시는 물론 코스피도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트럼프 1기 당시 2000선에서 출발했던 코스피는 약 51% 상승한 3114.55까지 올랐습니다. 바이든 정부 시기의 코스피 수익률보다 높았던 것이죠.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독일 G20 정상 회의를 앞두고 회의를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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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증시의 수익률은 정책 외에도 통화정책 환경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실제 트럼프 2기의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준다면 증시 타격도 불가피할 수 있죠.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2018년엔 미국 증시도 하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증권가에선 한국 증시가 박스권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정책이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내는 내년 초는 돼야 반등의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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