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트럼프 트레이드에 붕괴···'나홀로 최저'
삼성, 경쟁력 하락···"1년간 10조 자사주 매입"
개인은 해외 종목, 외국 투자 상품으로 '머니무브'
'美S&P500' ETF, 22년만에 'KODEX200'?제쳐
성장률·정책 등 다 밀려···'무정부 상태냐'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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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트레이드’에 속절없이 무너진 코스피…‘나 홀로 최저’
그나마 12일에는 대만 등 다른 아시아 증시도 동반 약세를 보였지만 13일에는 국내 증시만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코스피는 2417.08까지 떨어지면 지난해 11월 13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됐는데요. 코스닥도 지난해 1월 6일 이후 가장 낮은 689.65로 내려갔습니다. 이날 코스피가 받은 충격은 전날 미국 나스닥(-0.09%)은 물론 일본 닛케이(-1.66%), 중국 상하이종합(0.51%) 등 다른 국가 주요 지수보다도 훨씬 큰 수준이었습니다. 코스피는 15일에도 장중 2300대까지 밀려났습니다.
미국 대선 직후인 6일부터 13일까지 일본 닛케이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0.64%, 1.54% 올랐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 기간 무려 6.20%, 8.27%씩 떨어졌습니다. 똑같이 수출 지향형 경제 구조를 갖춘 대만의 자취엔지수가 같은 기간 0.54% 하락하는 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한국 증시의 소외 현상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강해지는데요. 미국 뉴욕 증시는 그 동안 사상 최고가를 몇 번이나 갈아치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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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하락에 ‘4만전자’···"1년간 자사주 10조원 매입"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의 경쟁력이 SK하이닉스 등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전자가 유독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인데요. 삼성전자는 최근 연일 하락한 끝에 4만 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가 4만 원대 주가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 이후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법에 따라 약속한 64억 달러 보조금 지급이 불투명해졌다는 점인데요. 이와 별도로 삼성전자에 대한 증권가의 실적 전망도 점점 어두워지는 형국입니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회사 시스템이 정말 제대로 된 쇄신의 길을 가고 있는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여전히 크고요.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20% 전후를 차지하는 종목의 주가가 반토막이 나니 지수 자체가 버티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15일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주가를 일부 회복하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반등을 꾀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삼성전자는 주가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이날 “앞으로 1년 동안 총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겠다”고 공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15일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계획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국내 증시의 2차전지주들도 추풍낙엽처럼 쓰러졌습니다. 그야말로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독감이 걸리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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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들은 해외 증시 상품으로 ‘머니무브’
해외 투자 상품과 달리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ETF 순자산은 외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금투협에 따르면 국내 투자 ETF의 순자산 총액은 5일 108조 221억 원에서 11일 106조 7450억 원으로 1조 2771억 원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특히 주식 순자산 규모가 38조 1599억 원에서 36조 6415억 원으로 1조 5184억 원이나 쪼그라들었는데요. 해외와 국내 투자 ETF 간 주식 순자산 액수 차이가 고작 4거래일 만에 4조 7509억 원에서 9564억 원으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해외 투자 공모펀드 순자산도 5일 105조 2907억 원에서 11일 109조 4843억 원으로 4조 1936억 원이나 급증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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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만에 삼성 ‘KODEX200’ 제친 미래에셋 ‘美S&P500’ ETF
신한운용의 ‘SOL 미국AI전력인프라 ETF’도 11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 3개월간 각각 21.44%, 47.77%의 수익률을 거둬 국내 AI 관련 37개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개인투자자의 최근 한 달간 순매수 금액은 그 직전 같은 기간의 15배 이상 수준으로 증가해 236억 원까지 불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 ETF’와 ‘TIGER 미국나스닥100 ETF’ 순자산의 경우 6일과 7일 국내 해외주식형 상품으로는 첫 번째, 두 번째로 5조 원과 4조 원 벽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TIGER 미국S&P500 ETF는 2002년 국내 ETF 시장 출범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KODEX200’의 순자산까지 넘어섰습니다. TIGER 미국S&P500’ 순자산은 지난해 말 2조 1684억 원에서 이달 13일 5조 4583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한 반면 KODEX200의 순자산은 6조 5612억 원에서 5조 3587억 원으로 감소한 탓이었습니다. 삼성운용의 KODEX200은 국내 ETF 시장이 열린 2002년 상장해 22년 동안 최대 규모 주식형 상품으로 군림했는데요. ETF 시장이 국내 투자 위주에서 해외 투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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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 상태냐’ 아우성···당분간 탈출구 안 보여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초 취임해서 실제 정책을 단행할 때까지 지금과 같은 기대와 실망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정책을 단행하면서 실제 손익을 따지는 상황이 돼야만 옥석을 가릴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고요.
최근 들어 내내 소외되는 한국 증시. 가뜩이나 이제는 경제성장률도 미국에 밀리는데 각종 악재만 이어지니 점점 더 글로벌 소형 시장으로 전락할까 걱정입니다. 결국 상장사들의 기초적인 성장성이 확보돼야 추세적인 반등이 나타날 텐데요. 현재로서는 믿을 것은 트럼프 당선인의 중국 압박에 따른 반사 이익 밖에 없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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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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