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튀김서 시작된 갈등?…흉기 ‘휙’, 앞치마 덕분에 살았다

시장 갈등이 초래한 비극, 살인미수로 이어져 ‘집유 4년’

10년 가까이 인천의 한 전통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해 온 A(45)씨는 지난 8월 아내 B씨로부터 심한 꾸중을 들었다.

사건의 발단은 시장 내 창문을 여닫는 문제로 인근 반찬가게 사장 C(68)씨와 B씨가 심한 언쟁을 벌이면서였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말싸움은 욕설로 번졌고, B씨는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화풀이했다. "내가 싸움을 당하는데 왜 가만히 있었느냐"는 아내의 질책과 함께, "바보 같은 사람 같다. 이혼하고 싶다"는 말까지 들은 A씨는 심한 자괴감과 죄책감에 시달렸다.

A씨 부부와 C씨는 오래전부터 관계가 좋지 않았다. 특히, 2년 전 추석 대목을 계기로 C씨가 새우튀김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메뉴 경쟁으로 갈등이 깊어졌다.

아내의 비난을 참지 못한 A씨는 다음 날 아침 C씨의 반찬가게를 찾아갔다. 그는 아내에게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생각과 함께, 만약 사과를 받지 못하면 겁을 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평소 가게에 방치되어 있던 흉기를 바지 뒷주머니에 넣고 나섰다.

8월 어느 날 오전 8시 50분, 영업 준비 중이던 C씨를 찾아간 A씨는 "어제 우리 아내에게 왜 그랬느냐"며 따졌다. 이에 C씨는 "네 아내가 먼저 소리를 질렀다"며 맞받아쳤다. 대화는 고성이 오가는 말다툼으로 번졌고, C씨는 A씨를 가게 밖으로 밀어내며 "장사하려면 기본적인 예의가 있어야지"라고 쏘아붙였다.

화가 난 A씨는 순간적으로 흉기를 꺼내 C씨의 복부를 네 차례 찔렀다. 그러나 C씨는 질긴 방수 앞치마를 착용하고 있어 치명상을 피할 수 있었다. 흉기를 든 A씨와 몸싸움을 벌인 끝에, 주변 상인들이 달려와 흉기를 빼앗으며 사태를 수습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C씨는 손가락 힘줄이 손상되는 등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고, 사건 이후 병원 치료를 받았다.

사건 이후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은 A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되었고, 결국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2부는 16일,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와 수법을 고려할 때 죄책이 무겁고, 피해자가 큰 신체적 고통을 겪었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와 합의했으며, 과거 벌금형을 제외하면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일상적 갈등이 극단적인 폭력 사태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갈등 해결 과정에서의 냉정한 판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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