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살려내.”
2021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인이 살인 사건’을 접한 시민들은 절규했다. 사람들은 법원에서 계란을 던지거나 울부짖으며 스러져간 한 생명을 안타까워했고, 가해자 엄벌 탄원서를 내거나 무덤에 헌화하며 저마다의 분노와 슬픔을 표현했다.
공혜정/ 느린서재/ 1만8500원 |
정인이 사건이 공분을 자아낸 것은 TV를 통해 아동학대의 처참함을 목격한 탓이다. 그러나 그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은, 그렇지만 그만큼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던 사건들은 훨씬 많다.
굶어 죽은 지 6개월 만에 미라 상태로 발견된 구미 보름이, 21일간 방치되어 굶어 죽은 아산 주현이, 개 사료를 훔쳐 먹다 굶어 죽은 울산 예린이, 태어날 때보다 몸무게가 덜 나갈 정도가 되어 굶어 죽은 창원의 76일 된 아기 별리….
2020년대 대한민국에서 굶어 죽고, 맞아 죽는 아이들은 이다지도 많았다.
신간 ‘잊혀지지 않을 권리’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공혜정 대표가 남모르게 스러져간 안타까운 생명들을 위해 싸워온 12년의 법정 기록이다. 아동학대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자료를 모으고, 재판정마다 찾아가 방청 기록을 하고,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탄원서를 제출한 처절했던 시간이다.
‘울산 계모 사건’, ‘통영 큰딸 암매장 사건’ ‘대구 세 살 아동학대 사건’ ‘천안 캐리어 사건’ ‘화성 입양아 사건’ ‘용인 조카 물고문 학대 사건’…. 신문 기사 제목처럼 한 줄로 남은 사건들, 모두 어른들이 지켜내지 못했던 생명이다.
한 명의 어른으로서, 책을 보고, 마음 불편해하고, 눈물을 흘리고, 이들을 기억하고, 더 많이 미안해하며, 많은 것을 바꿔나갈 책임을 느껴야 할 이유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