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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원전 강국' 한국…풍파 속에도 꿋꿋이 연구 이어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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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국민 안전' 연구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사용후핵연료 처분·재활용 기술 성과 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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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섭 원자력연 저장처분실증연구부 공학적방벽시스템 팀장이 14일 원자력연 지하처분연구시설에서 처분 기술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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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3분의 1은 원자력발전(이하 원전)에서 나온다. 현재 26기 원전 중 21기가 운전 중이고, 신한울 3·4호기가 지난달 착공했다. '대체 불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의 원전의 입지가 커지는 가운데, 에너지 수요와 비례해 불과 몇 년 후 대거 방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바로 사용후핵연료다. 특별 관리가 필요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만큼,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법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14일, 사용후핵연료를 '깊게 파묻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는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의 지하동굴을 방문했다. '지하처분연구시설(KURT)'이라는 이름의 이 동굴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지하 500미터(m)에 묻어 10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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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연의 가장 안쪽, 뒷산으로 올라가면 거대한 터널 입구가 나온다. /사진=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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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섭 원자력연 저장처분실증연구부 공학적방벽시스템 팀장은 "한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우주로 쏘아 올리는 방법, 해저 깊은 곳에 묻는 방법 등 여러가지 방법이 고안됐는데 이중 가장 기술적, 경제적으로 유용하다고 꼽힌 게 지하 처분"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로에서 연료로 사용된 뒤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엔 우라늄, 플루토늄 등 맹독성 방사성 동위원소가 존재한다. 방사능의 농도가 1그램(g)당 4000배크렐(Bq) 이상일 정도로 높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된다. 방사능은 반감기를 지나며 점차 줄어들지만, 인체와 환경에 완전히 무해해질 때까지 물질을 안전히 저장할 곳이 필요하다.

원자력연 KURT는 사용후핵연료를 지하 깊은 곳에 보내 인간으로부터 완전히 격리하고 자연방사선 수준이 되도록 하는 '심층 처분' 기술을 연구한다. 암반에 500m 깊이의 구멍을 뚫고, 단단한 구리 소재의 처분 용기에 핵연료를 담은 뒤 밀봉한다. 이 위를 '벤토나이트'라는 흙을 완충재로 덮는다. 땅속에 묻힌 핵종이 유출될 경우 500m 위 지상에 닿는 데까지 10만 년 이상이 걸리도록 설계하는 게 핵심이다.

김 팀장은 "처분 용기를 땅속에 묻는 만큼 지진, 지하수의 침범 등 각종 지질작용의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된 암반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원자력연은 2006년 지하에 인공동굴을 만들어 고온과 지하수가 완충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실증 부지를 선정해 보다 더 실제와 가까운 환경에서 그간의 연구 성과를 검증할 계획"이라며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더 안전한 핵연료 처분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에 흔들리는 '국민 안전' R&D… "규모 줄어도 연구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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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규모 파이로 일관공정 시험시설 'PRIDE' 에서 연구자들이 실험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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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사용후핵연료에 남은 방사성동위원소를 추출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이라 불리는 재처리 기술로, 원자력연에서는 공학 규모 파이로 일관 공정 시험시설 'PRIDE(프라이드)' 연구팀이 이를 도맡고 있다.

14일 만난 류재수 원자력연 선진핵주기기술개발부장은 "사용후핵연료에서 유용한 성분만 회수해서 재활용하면 지하에 묻어야 하는 폐기물의 양 자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PRIDE에서는 실제 사용후핵연료 대신 감손 우라늄으로 만든 모의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해 재활용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섭씨 500~650도에 이르는 고온의 용융염을 이용해 우라늄 등 유용한 핵물질을 분리한다. 회수한 핵물질은 소듐냉각고속로(SFR)의 연료로 재사용할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에 드는 면적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난관도 있다. 정부 정책이 바뀔 때마다 원자력 기술에 대한 예산 지원도 함께 흔들리기 때문이다. 류 부장은 "올해 R&D 예산이 당초 계획 대비 줄어들었다. 현재 한국의 원전 기술은 매우 뛰어나지만, 이제 막 기술을 고도화하려는 단계에서 관심이 줄어들까 우려된다"고 했다. 탈(脫)원전 정책이 한창일 때는 예산이 '0원'을 찍은 적도 있다. 이때 핵연료 처분 기술을 개발하던 우수 인력이 대거 빠져나갔다.

류 부장은 "에너지는 국가 발전과 민생을 위한 최소한의 성장 동력"이라며 "연구팀은 여러 풍파 속에서 규모가 줄어도 꿋꿋이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용후핵연료 안전관리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지속적인 R&D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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