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문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선고일로부터 2년간 집행을 유예한다. "
웃으며 법원에 도착했던 이재명 대표는 이같은 징역형의 집행유예형이 나올 줄 예상 못한 듯 입을 꾹 다문 채 법원을 떠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선고 기일에 출석하면서 자신을 맞으러 나온 의원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입장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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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선고가 나올 때까지 22분 내내 피고인석에 서서 재판장의 판결을 들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 재판장인 한성진 부장판사가 이날 이 대표의 ‘고 김문기 씨를 몰랐다’는 취지의 발언 중 일부 및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허위사실공표로 판단하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는 주문을 낭독하는 순간 방청석에선 “헉!”하는 탄식이 들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경내 시위 등과 관련한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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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30분 판결을 앞두고 오후 2시16분 중앙지법 서관 출입문에 도착한 이 대표는 자신을 맞이하기 위해 몰려온 박찬대 원내대표를 포함한 의원 70여명과 악수와 인사를 하며 법원으로 들어갔다. 입장 전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모여있던 군중 무리 어딘가에서 신발 한 짝이 날아오면서 황급히 별 말 없이 입장했다.
현직 야당 대표 피고인, 관심이 쏠린 사안인만큼 이날 법정의 경비도 삼엄했다. 이 대표가 오후 2시 19분 입정한 뒤 박 원내대표, 김민석·전현희 최고위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을 비롯해 수많은 취재진과 방청객이 모두 입장을 완료하는 데만도 15분이 넘게 걸렸다. 법정에는 이 대표의 변호인 4명 중 두 명이 출석했고, 이 대표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 내내 눈을 감고 있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오후 2시 38분 입정한 재판부는 피고인 확인을 위해 이 대표를 불러 일으켜 세운 뒤 그대로 쭉 선고를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일반 선거인의 입장에서는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 ‘국토부의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백현동 부지를 용도변경해준 것’이란 발언은 당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로 민의가 왜곡되고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 훼손됐으며, 후보자의 자질·능력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 죄책이 무겁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판결 직후 무표정으로 재판부를 응시하다가, 재판부가 퇴정한 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변호인과 악수했다. 법정을 나와서는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고, 항소할 것”이라며 “오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재판부의 유죄 판단 및 형량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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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선고를 앞두고 법원은 며칠 전부터 보안 강화에 힘을 쏟았다. 선고일 아침부터 경찰과 함께 공용차량 등 필수업무 차량을 제외한 일반 차량 출입을 전면 금지시켰고, 차량이 들어올 수 있는 길도 한 곳만 열어둔 채 진입차량을 확인하고 통과시켰다. 청사 내에선 이 대표가 향하는 법정 인근의 모든 동선을 한 방향으로 제한했고, 증원 배치한 보안관리대원 및 경찰들이 일찍부터 곳곳에 서서 대기했다.
오전부터 서초역 인근에서는 ‘친명계’ 최대 조직으로 불리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주최로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는 집회가, 법원삼거리에서는 보수단체들이 이 대표 엄벌을 주장하는 집회가 열렸다. 법원과 검찰청 앞 도로는 통제됐고, 경찰 수백명과 경찰 버스 수십대가 서초동 일대를 빙 둘러싸며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했다.
오후가 되자 선고 두 시간 전부터 이 대표가 입장할 법원 서관 출입문 인근에는 지지‧반대 인파가 몰려들어 고성을 질렀다. 파란 머플러와 모자, 외투를 착용하고 온 지지자들은 “이재명은 무죄다!”를 연호했고, 반대편에선 “이재명을 구속하라! 이재명은 깜빵가라!”며 맞받았다. 모두 피켓을 들고 참석한 법원 밖 집회와 달리 보안 규정 상 이날 법원 경내에 피켓 등을 들고 들어오지 못하게 해, 이들은 모두 맨주먹을 불끈 쥐고 일제히 하늘로 치켜들며 구호를 제창했다.
이 대표의 유죄 소식이 전해지자 서초역 인근 1000여명의 지지자들 사이에선 “안 돼!” “우리 대표님 어떡해” “이게 나라야, 진짜?” 하는 외침이 나왔다. “얼마나 받아먹었는지 모르지만 판사부터 갈아 치워야 한다”며 재판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반면 보수단체가 모인 쪽에서는 “이제 잔치국수 먹으러 가자”, “와이리 좋노”라며 기립해 만세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등 축제 분위기가 펼쳐졌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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