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의원의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반대 토론을 듣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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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유·무죄 논란은 2021년 9월 12일 고(故)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대장동 게이트’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본격화됐다. 당시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1위를 달리던 시점이었다. 언론 보도로 논란이 커지자 이틀 뒤 이 대표는 1시간 동안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개발은 5503억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논쟁에 물러섬이 없는 ‘인파이터 이재명’과 ‘특수부 검사 출신 윤석열’이 대선에서 맞대결을 펼치면서 이 대표의 범죄 혐의는 대선 최대 쟁점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0.73% 포인트 차로 승리를 거둔 뒤에도 이 대표의 수사·재판 문제는 한국 정치의 최전선이었다. 윤 대통령 취임 3개월 후인 2022년 8월 이 대표는 77.7%의 득표율로 민주당 대표가 됐다. 검찰은 이 대표의 취임 후 70여일 만에 민주당 당사를 압수수색하며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때마다 민주당 내부에선 친명계·비명계 간 격론이 벌어졌다.
신재민 기자 |
정치권의 긴장감은 지난해 9월 정점을 찍었다. 이 대표가 무기한 단식을 벌이는 동안 검찰이 낸 두 번째 체포동의안이 민주당 내부 반란표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정작 이때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 곧장 이 대표 측의 반격이 시작됐다. 분노한 친명 당원을 등에 입은 친명계는 ‘비명학살’ 공천을 밀어붙였고, 단일대오를 구축한 민주당은 4·10 총선에서 175석이란 사상 최대 승리를 거뒀다. 거야(巨野) 민주당은 다수의 힘으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 등을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
이처럼 최근 몇 년간 한국 정치는 검찰의 수사 상황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승패가 좌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계에선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극단화됐다고 분석한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정치학)는 “정치라는 건 본래 법률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걸 협상해서 합의하는 과정인데, 법원 판단에 따라 정치 지형 전체가 바뀌는 상황이 됐다”며 “이제는 여권마저 ‘김건희 사법리스크’에 묶였고, 다른 정치 의제는 실종됐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15일 이 대표 1심 선고를 중대한 분기점으로 본다. 결과에 따라 여야의 셈법과 각 당 안팎의 기류가 확 바뀔 수밖에 없어서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잃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도 잃게 된다. 이날 선고가 1심이긴 하나, 대법원 판결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야권에서조차 “이 대표가 정치적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민주당 수도권 의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이재명 대표의 무죄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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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법원 확정판결까지의 기간이 변수다. 최근 대법원이 신속 재판을 강조한다지만,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의 경우에서 보듯 재판이 4년 넘게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이 대표의 재판이 이번 공직선거법 외에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성남FC ▶대북송금 의혹 등 네 갈래로 진행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유동성이 크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야당은 무죄가 나오면 검찰 공화국 타도를,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오면 판사 탄핵을 외칠 것”이라며 “1심 재판 결과가 나와도 양극단 정치는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현실적으로는 1심 선고 이후에도 여야 대치는 계속되겠지만, 정치권이 법원 결정 자체를 정쟁의 대상이나 수단으로 사용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며 “국민 민생과 미래를 향해 새로운 정치를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석·노유림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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