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찰 "구영배, 미정산 사태 전 250억 옮기라 지시"

가처분 우려해 다른 계좌로 옮기라 지시

"법령에 저촉돼도 인출할 방안 알아보라"

B2B 거래 등으로 현금 흐름 유지 시도도

손해라는 사실 알면서도 위시 인수 강행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구영배(왼쪽사진부터) 큐텐그룹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가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각각 출석하고 있다. 2024.10.10.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래현 하종민 최서진 기자 = 검찰이 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 핵심 피의자들에 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상황이 벌어지기 전 250억원을 빼돌리려고 한 정황을 적시했다.

1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청구한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관한 구속영장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미정산 사태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는 구 대표가 정산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됐을 때를 대비하라는 지시를 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구 대표는 지난해 12월경 이시준 큐텐그룹 재무본부장(전무)에게 '정상적인 방법으로 정산을 못 할 수 있는 리스크가 굉장히 high하므로 정산을 못 했을 때 정산을 받지 못한 셀러, 소비자들이 티몬 계좌에 가처분을 걸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련 법령에 저촉되더라도 현재 티몬이 가지고 있는 인터파크커머스 정산 예정금 250억원 정도를 미리 인출해 인터파크커머스 또는 위메프, 큐텐 계좌로 옮기는 방법을 알아보라'고 요구했다.

이 전무도 지난 4월경 큐텐테크 재무관리 그룹 직원과 '티몬 런웨이 자금 소진 시기가 한 달도 못 버티는 것으로 나온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 대표와 긴밀하게 소통해 온 이 전무도 자금난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검찰은 구 대표가 이런 상황에서도 현금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 대 기업(B2B) 거래 등을 활용해 돌려막기 방식으로 기업은 운영해 온 것으로 봤다.

구속영장에는 '디지털 가전제품 매출 증대를 위해 일반 소비자가 아닌 업체가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상품을 구입하는 B2B 거래를 적극 활용했다'며 '할인 쿠폰을 유인책으로 제공해 여러 업체와 미리 협의한 후 판매 업체, 구입 업체, 판매량, 가격을 서로 정해 대량으로 매매를 진행시키는 기차 태우기 거래를 적극 활용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 4~7월경 매출액과 거래량을 급격히 늘리는 과정에서 티몬과 위메프 할인 쿠폰 부담률을 20%까지 높이거나 선정산 대출 한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판매자들을 적극 유인하고, 자전거래성 B2B 거래까지 독려했다'고도 했다.

구 대표가 위시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티몬과 위메프에 수백억원 규모 상품권과 일반 상품을 추가로 판매하게 하며 이미 정산 불능 사태 발생이 임박했던 두 업체에 자금 경색 상황을 초래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구 대표가 계열사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티몬과 위메프 정산 예정금 500억원을 위시 투자에 유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전무는 지난 2월경 구 대표에게 '위시 인수는 전체적으로 득보다 실이 훨씬 많고 1억 달러 이상 손해를 보는 거래로 보인다'는 취지로 이메일을 보냈다.

구 대표도 같은날 최길형 위메프 개발본부장에게 '2000억원 남는다고 생각하고 위시 인수를 추진했는데 막상 진행을 해보니 남는 돈이 전혀 없고 오히려 돈이 더 들어가야 될 상황이다. 위시 인수를 하는 게 맞는지 생각이 든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음날에는 이 전무에게 '위시가 중국에 보유한 자금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위시 인수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이들에 관한 구속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후 다시 청구하며 배임 금액은 약 28억원, 횡령액은 128억원가량 늘려 적었다. 사기 혐의액은 그대로 유지됐다.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 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각각 오는 18일 오전 10시와 11시, 오후 2시께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rae@newsis.com, hahaha@newsis.com, westj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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