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예식장이 많은 게 좋은 걸까?' '공공예식장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게 맞을까?'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공공예식장 사업은 여러 질문에 직면해 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공공예식장의 숫자는 부쩍 늘었지만 실적은 저조하기 때문이다. 올해 48개 공공예식장이 새로 문을 열어젖힌 지금, 공공예식장 사업을 다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 4인과 함께 공공예식장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봤다. 視리즈 公共예식장 空空예식장 마지막 편이다.
공공예식장은 웨딩플레이션을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일러스트|송정섭 일러스트레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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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결혼하실래요?" 정부가 예비부부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공공예식장'을 확대하고 있다. 국립시설·공공기관·지자체 등이 공익 목적으로 운영하는 공공예식장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일부 지자체는 1990년대부터 공공예식장을 운영해 왔다. 2012년엔 여성가족부가 공공예식장을 활성화하겠다며 '작은 결혼식' 사업을 펼쳤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2019년 흐지부지됐다.
실패도 성공도 아닌 애매한 지점에 놓여 있던 공공예식장이 다시 주목받은 건 올해 3월부터다. 당시 정부는 '청년친화 서비스 발전방안'의 일환으로 공공예식장을 확대하고 나섰다. 기존 91개이던 공공예식장 수를 139개로 늘렸고, 2027년엔 200개로 확대할 것이란 밑그림을 발표했다. 민간 예식장 수가 713개(2024년 7월)란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문제는 지난해 전체 공공예식장의 절반가량이 단 한건의 결혼식도 진행하지 못했을 만큼 성과가 저조하다는 점이다. 강당이나 대회의실, 광장 같은 텅 빈 공간만 제공하는 곳이 숱한 데다, 예산이 부족해 사업을 전담할 직원조차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다. 예비부부들은 "직접 챙겨야 할 게 너무 많다"며 외면하고, 담당 직원들은 "결혼식을 치를 만한 환경이나 상황이 아니다"고 토로하는 게 공공예식장의 현주소라는 거다.
그렇다면 공공예식장이 제 역할을 다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우리는 공공예식장이 나아갈 길을 김선미 광주대(사회복지학) 교수,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김준모 건국대(행정학) 교수,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가나다순)에게 물었다. '公共예식장 空空예식장' 9편 '전문가 4인의 제언'이다.
김준모 건국대 교수(이하 김준모 교수):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저출생을 해결하기 위해선 청년들에게 결혼을 독려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공공예식장을 통해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실속 있는 결혼식을 치를 수 있도록 돕는다면 좋은 정책이 될 수 있겠죠."
이은희 인하대 교수(이하 이은희 교수): "결혼 비용이 워낙 많이 들다 보니 결혼식 준비 자체를 부담으로 느끼는 청년층이 많습니다. 공공예식장은 그런 난관을 해소해주는 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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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지난해 공공예식장의 절반 이상이 결혼식을 한 건도 치르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공공예식장 '숫자'를 늘리는 게 맞는 걸까요?
김선미 광주대 교수(이하 김선미 교수): "그동안 운영해온 공공예식장을 냉철하게 평가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공공예식장이 선택받지 못하는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뚜렷한 계획에 따라 사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 공공예식장이 예비부부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이하 김영호 대표): "'예식장'이란 공간을 제대로 정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예식장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의 범주에 공공예식장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거죠."
실제로 더스쿠프가 전수 조사한 133개 공공예식장 중 식사와 무료주차가 불가능한 곳은 각각 36.8%(49곳), 32.3%(43곳)에 달했다.[※참고: 전체 139곳의 공공예식장 중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이하 서울), 매헌시민의 숲, 용산가족공원 그린결혼식, 월드컵공원 소풍결혼식 등 4곳과 운영을 중단한 부천 소향관·소사홀 2곳을 뺀 133곳의 공공예식장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렇다고 공공예식장에 아무런 의미나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 그럼에도 공공예식장의 장점은 있을 텐데요.
김선미 교수: "공공예식장은 저렴한 대관료뿐만 아니라, 틀에 박힌 결혼식을 탈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예컨대 30분이면 끝나는 '공장식 결혼식'과 달리 시간의 구애도 덜 받죠. 공공예식장이 경제성, 자율성, 편의성, 그리고 특별함을 갖춘다면 예비부부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봐요."
✚ 공공예식장이 활성화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김준모 교수: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과거엔 여성가족부가 담당했고, 지금은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사업을 맡고 있다 보니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컨트롤타워를 맡되 여가부를 주무부처로 하고, 기재부와 예산 문제를 논의해 지자체(국가기관·공공기관)에 내려 보내는 방식을 취하는 게 좋겠죠."
✚ 현재 공공예식장을 지원하는 정부 예산이 전무합니다. 운영주체인 지자체·국가기관·공공기관들은 예산 부족으로 담당관도 두지 못하는 게 현실이고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해 보이지만 공공예식장에 '세금'을 투입하는 걸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김준모 교수: "과거 '난임부부 지원' 정책을 두고 찬반여론이 팽팽했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난임부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세금을 쓰는 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죠.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지금, 청년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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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예식장 대부분이 공간만 대여해주다 보니 부대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김영호 대표: "공공예식장을 단순 대관사업이 아닌 하나의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겁니다. 그 지역의 웨딩드레스, 메이크업, 사진, 꽃 등 결혼 관련 업체들을 연계해 공공예식장에서 결혼하는 부부들에게 혜택을 주는 거죠. 이런 방식의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공공예식장 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겠네요.
이은희 교수: "가능성은 충분하죠. 그 지역만의 음식을 피로연에서 제공하거나, 하객들이 지역 관광을 할 수 있도록 연계한다면 지역의 브랜드를 알리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 협력업체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웨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NGO'도 있습니다. NGO와 공공예식장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요?
김선미 교수: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봐요. 신혼집 등 준비할 게 너무 많은 예비부부는 결혼식에 쏟을 에너지가 없습니다. 이때 웨딩 분야에 특화한 전문성 있는 NGO가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 한편에선 공공예식장 이용 대상을 해당 지역 거주자나 취약계층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김영호 대표: "'편'을 가르는 방식은 지양해야 합니다. 그보다는 공공예식장 스스로 각자의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특별한 예식장'을 지향해야 한다고 봐요."
이은희 교수: "취약계층이 우선적으로 이용가능도록 하되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합니다. 그 지역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민까지 유입되도록 하는 게 좋겠죠."
✚ 공공예식장을 알리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어떻게 홍보해야 할까요?
김영호 대표: "공공예식장을 운영하는 수장首長이 자신의 자녀 결혼식을 공공예식장에서 치르는 것만큼 좋은 홍보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 자녀는 이용하지 않으면서 다른 부부들에게 권유하는 건 진정성이 없죠. 젊은층에게 공공예식장을 각인하고 싶다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의 결혼식을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이은희 교수: "사업 담당자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단순히 내용을 게재하는 데서 머물러선 안 됩니다. 예비부부들에게 더 많은 정보가 효율적으로 도달할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공공예식장에서 결혼한 부부들이 SNS에 게시물을 올리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담당자의 의지겠죠."
이처럼 공공예식장은 청년들의 결혼 준비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단초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는 공공예식장 확대와 함께 '웨딩 서비스 가격 표시제'를 추진해 효과를 배가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도입하는 웨딩 서비스 가격 표시제는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사이트 '참가격'에서 결혼 관련 품목과 가격 정보를 공개하는 게 골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2일 결혼준비대행서비스 업체의 불공정 약관 시정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18개 결혼준비대행업체의 이용약관을 심사하고 필수 서비스 요금 별도 부과, 추가 요금·위약금 기준 불명확한 표시 등 불공정 약관 6가지를 시정하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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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공공예식장과 함께 추진 중인 '웨딩 서비스 가격 표시제' 도입이 웨딩플레이션(weddingflation)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까요?
김준모 교수: "결혼식마저 '양극화'하다 보니 '표준 가격대'를 제시하는 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가격 상승폭이 적정한지를 가늠하는 지표가 돼 줄 순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은희 교수: "'가격 표시제'가 실효성 있으려면 현실을 반영해 항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등 결혼 준비 과정엔 너무나 많은 추가 비용과 옵션들이 숨어있기 때문이죠. 업체가 처음 제시하는 금액과 최종 결제 금액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을 가격표시제에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관건입니다."
✚ 공공예식장이 나아갈 길은 뭘까요.
김영호 대표: "공공예식장이 관료 조직 중심이 아니라 시민을 중심에 둔 정책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시민들이 어떤 결혼식을 원하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고민하는 '공공예식장 2.0' 시대를 열 때입니다."
김준모 교수: "첫술에 배부를 순 없습니다. 공공예식장도 작은 규모로 시작해 점차 스케일업을 해나가야 합니다. 최근 혼인·출산 통계가 소폭 상승했습니다.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도록 공공예식장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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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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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주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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