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빗나간 인사에 공화당 내부도 술렁
게이츠, 공화당 기존 지도자들과 척진 인물
공화당에서조차 "인준 쉽지 않다" 비판 여론
트럼프 "공화당 지도부 되려면 휴회인준 동의해야"
(왼쪽부터)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지명된 툴시 개버드.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맷 게이츠 하원의원.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 폭스뉴스 앵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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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행정부의 주요 수장으로 논란이 있을만한 인물을 선임하면서 공화당의 선택이 주목된다.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공화당의 선택에 따라 트럼프 당선인이 수월하게 인선을 마무리할 수도 있고, 혹은 진통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3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를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지명했다. 또 같은 날 하와이에서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으로 지냈던 툴시 개버드를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지명했다. 전날에는 폭스뉴스 앵커였던 피트 헤그세스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게이츠 “FBI 등도 다 폐쇄할 수 있어”
문제는 게이츠를 비롯해 개버드, 헤그세그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특히 게이츠와 관련해서는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충격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는 현재 미국 하원 윤리위원회에서 미성년자 성매매·불법 약물 사용, 자금 유용 등의 혐의를 조사받고 있다. 하원 윤리위는 15일 조사 보고서를 공개할지 투표할 예정이었으나, 게이츠 의원은 법무부 장관 임명발표와 동시에 의원직을 사임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월 게이츠 의원에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당선인 측 참모는 워싱턴포스트(WP)에 게이츠가 법무장관에 지명된 것에 대해 “정말 놀랐다. 그가 인준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리사 머카우스키 공화당 의원(알래스카)는 “이건 진지한 지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 게이츠는 상당한 공화당 고위인사들과 이미 척을 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공화당 기존 지도자들을 당내 개혁을 막는 장애물로 보고 이들을 물러나게 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 결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미 역사상 처음으로 의원들에 의해 해임된 하원의장이 됐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와 로나 맥다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 역시 당 내 압박 속에서 사임했는데, 그 선두에는 게이츠가 있었다.
법무부 장관을 인준하는 상원 법사위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주재할 가능성이 큰데, 그는 지난해 매카시 하원의장을 축출하려는 게이츠에 대해 “공화당 미래에 재앙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동시에 게이츠는 트럼프 당선인이 명령한 “사법 시스템의 당파적 무기화 종식”이라는 과제를 잘 수행할 사람으로도 꼽히기도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게이츠를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조차도 고등학교 토론 챔피언이자 상업 소송 변호사였던 게이츠 씨의 전략적 통찰력을 유감스럽게 인정한다”고 밝혔다. 2016년 하원의원으로 처음 선출된 그는 초선으로서는 드물게 국방위와 법사위에 배정됐다. 이는 그의 남다른 정치력을 보여주는 일례다. 그는 공화당 내 극우 성향 공화당 소속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는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들의 대변인을 자처하며 정치적으로 활용해왔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게이츠는 당내 강경 보수파의 리더도 자리 잡았다.
작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등으로 총 4차례 형사기소를 당한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법무부의 ‘무기화’를 거론하며 비판의 날을 세워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연방수사국(FBI)과 연방 검찰을 감독하는 법무장관에 게이츠를 임명한 것은 향후 법무부를 활용해 정적에 대한 보복에 나서거나 자신을 기소한 법무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게이츠는 이날 엑스(X, 옛 트위터)에 “우리는 무기화된 정부에 전면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며 “이것이 FBI에서 주류·담배·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ATF)에 이르기 까지 (법무부 산하) 3개 기관을 모두 폐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나는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국장이 될 개버드 역시 지명과 동시에 우려를 낳고 있다. 그는 하와이 주방위군 복무와 하원에서 외교·국방위에서 활동한 것 외에는 정보기관과 관련된 직접적인 경험이 없다. 무엇보다 친(親)러시아 성향으로 유명한 그가 18개 정보기관과 760억달러의 관련 예산을 감독한다는 사실에 비판과 우려가 적지 않았다.
폭스뉴스 앵커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를 국방부 장관에 지명한 것 역시 적잖은 후폭풍이 불 조짐이다. 그는 육군방위군 출신으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쿠바의 관타나모 등에서 복무했지만 대규모 조직을 이끈 경험은 없다.
신임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신속한 임명 위해 모든 옵션 모색”
이번 인선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맥스 L. 밀러 공화당 하원의원(오하이오)는 이번 지명은 “충성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두 번째 후보자를 준비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맷(게이츠)은 자신이 인준을 받던 못 받던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모두가 그에 대해 얘기하고 있고 그게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인사가 공화당 의원들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충성심을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0일 트루스소셜에 “공화당 상원의원 중 의회에서 간부직을 원하는 자는 ‘휴회 인준’에 반드시 동의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휴회 인준(Recess appointment)이란 대통령이 미국 상원 휴회 중 연방 공무원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 절차를 우회해 내각 인선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다만 대통령이 의회의 권한을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하는 휴회인준은 큰 후폭풍을 낳았으며 해당 후보자들은 차후 정식인준을 받거나 혹은 의회 압박에 사퇴하기도 했다.
이날 내년 1월 3일 개원할 상원의 공화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존 튠은 트럼프 당선인이 임명한 사람들이 “신속하게 임명되기 위해 모든 옵션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클 월드먼 브레넌정의센터 소장은 “트럼프가 당선 8일 만에 사실상 첫 헌법적 위기를 촉발했다”며 “이번 선택들은 상원의 눈을 찌르려는(poke the Senate in the eys) 의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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