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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날개없이 추락하는 韓 증시···‘증안펀드’ 안정판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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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6% 뚝···美 대선 후 6% 넘게 급락

환율은 장중 1410원 돌파 요동

전문가 "유동성 지원 검토해야"

정부, 하루앞당겨 오늘 F4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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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확정 여파로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각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우려가 한국 증시에서만 유독 ‘패닉 셀’로 이어지자 정부가 서둘러 유동성 지원에 나서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4% 떨어진 2417.08에 장을 마쳐 지난해 11월 13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이는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했던 올 8월 5일 때보다 더 낮은 수치다. 코스닥도 2.94% 떨어지면서 지난해 1월 6일 이후 가장 낮은 689.65로 마감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의 잇단 투매 속에 삼성전자(5만 600원)는 또 다시 4.53%나 급락하면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4만 원대 주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2년 만에 1410원까지 넘어섰다가 1406.6원에 겨우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가 받은 충격은 전날 미국 나스닥(-0.09%)은 물론 일본 닛케이(-1.66%), 중국 상하이종합(0.51%) 등 다른 국가 주요 지수보다도 훨씬 큰 수준이었다. 반도체·2차전지 등 한국 주력 산업의 미국 밀착도가 다른 나라보다 커 트럼프 당선인 정책의 악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다.

시장 혼란이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비롯한 최대 37조 6000억 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내년에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거시경제금융현안회의(F4)를 하루 앞당겨 14일 개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2022년 9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레고랜드) 사태 때처럼 선제적으로 안정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로 시장을 방치하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그간의 노력도 공염불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증권시장안정펀드 조성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더 늘려야 밸류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포 사라져 공포가 시장 지배···정부, 불안 완화 시그널 줘야"

■'증시 급락' 전문가 긴급 진단

韓, 대미 수출 의존 8년간 높아져

대외변수 취약해 악재마다 휘청

이달 지수 하락분 3분의1이 삼전 몫

제조업·자본시장 체질개선 시급

내년초까지 보수적 접근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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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세가 완전히 실종됐습니다. 누가 조금만 팔아도 모두가 따라서 투매하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영업부 이사가 13일 국내 증시의 급락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반도체 위기론, 원·달러 환율 급등 등 알려진 악재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대외 변수로 불안·공포 심리가 커져 투자자들이 무력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이참에 경제 체질을 강화해 투자 매력도를 높여야 하겠지만 (대응 방안으로 단기) 묘책이 잘 보이지 않아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짚었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증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긴급 진단을 의뢰한 결과 전문가들은 이날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점이 금융 시장 충격으로 여실히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그마저도 반도체 등 일부 특정 업종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무역 의존도는 일본과 중국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높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특히 8년 전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진 속도로 보면 베트남에 이어 한국이 2위”라고 짚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코스피는 5% 하락했지만 시가총액의 12.1%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14.2% 하락했다”면서 “지수 하락분의 3분의 1 정도는 삼성전자 한 종목의 몫”이라고 지목했다.

단기적으로는 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경제 기초 체력을 바꿀 수 있는 체질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환율 급등 등 며칠째 같은 악재에도 국내 증시 매도세가 확대되는 것은 실망을 넘어 공포로 주식을 파는 ‘패닉 셀링(공황 매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이럴 때일수록 외환시장 등에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한순간에 전환시킬 만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에서 주포나 다름없는데 환율 불안 등으로 빠지다 보니 개인과 기관들도 발을 빼는 상황”이라며 “매수 세력은 없고 매도 세력만 있다 보니 수급이 완전히 꼬여 환율부터 잡지 않는 이상 당분간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시장 변동성이 높아졌다고 보면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것이 부담일 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부터 대거 유입된 외국인 매수세가 매도 전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도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적시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유지해주기 바란다”며 원론적 발언만 내놓았다.

이번 위기를 발판 삼아 한국 증시와 경제 기초 체력의 체질 개선에 나서야 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대외적인 요인에 계속해서 휘둘린다면 내부적으로 바꿀 수 있는 요인부터 점검하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최근 일부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이나 올빼미 공시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린 만큼 이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성도 커졌다. 외국인투자가들도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훼손이 우려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적극적인 세제 지원 등도 고려할 필요성도 나왔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투자가들이 삼성전자의 경쟁력 훼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중국 반도체 기업의 약진으로 향후 한국 반도체 산업의 독점적 지위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도 널리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백약이 무효라는 자조 섞인 반응마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본격 취임하는 내년까지는 주식시장에 대한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분산 투자와 방어주 중심의 전략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때”라며 “다만 반등을 위해서는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추세가 일단락되고 미국 정치 등 대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수혜주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관련주 중심의 수동적 대응 정도만 추천한다”고 보수적 대응을 조언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조지원 기자 jw@sedaily.com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박정현 기자 ka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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