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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불평등하려고' 열심히 사는 한국, 출산절벽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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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창사70주년 특별기획: '아이가 있는 삶, 미래와의 협상'⑨]

2009년 남편, 세 아들과 스웨덴으로 이주한 나승위 작가 인터뷰

제3의 도시 말뫼서 한식당 운영…"스웨덴에서 1번은 '셀프 부양'"

"한국선 삼형제 양육 도저히 엄두 안 나…무상교육,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

"부모에 자립 지원부담 지우지 않는 정부…'내 삶'과 '아이 삶', 엮이지 않아"

'학업성취도 높다'지만 "쓸데없는 공부 많은 韓…현안 논하는 과목 있었으면"

평등·자립에 기반한 '나다운' 삶 vs "불평등하고 차별하려 열심히 사는" 사회

편집자 주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5년 전, 2114년 출간될 소설을 노르웨이 미래도서관에 전달했습니다.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 수신자인 아들은 물론, 다음세대의 생존도 담보할 수 없는 먼 미래를 향해 그는 "내가 쓴 것을 읽을 인간들이 살아남아있을 것이란 불확실한 가능성을 믿어야만 한다"고 밝혔습니다. 작가가 붙잡은 "근거가 불충분한 희망"은 창사70주년을 맞은 CBS노컷뉴스가 <아이가 있는 삶, 미래와의 협상>을 준비한 절실함의 또 다른 이름일 것입니다. 저출생 문제의 당사자이기도 한 기획팀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부터 출발해 '추세 반전'의 실마리를 찾는 데까지, 다섯 꼭지에 걸쳐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살펴봅니다.


▶ 글 싣는 순서
①"이기적 MZ라고요?"…청년이 말하는 '출산의 조건'
②"'아빠 껌딱지', 레알 가능한가요?"…主양육자 아빠들의 이야기
③"'우리 아버지처럼'은 안 할래요"…요즘 아빠들의 속사정
④[르포]"MBTI 'T'인 아빠는 육아 젬병?"…'파더링' 현장 가보니
⑤그렇게 아버지가 된다…"10년 후 나는 어떤 아빠일까"
⑥"'또' 스웨덴?"…30대 싱글여성 셋, '복지천국' 찾은 이유
⑦"첫 데이트서 '더치페이'한 남편"…'선(線) 있는' 다정한 육아
⑧"몇 살이면 꼭 OO해야 한다? 그런 것 없어"…'근자감' 배경엔
⑨"'불평등하려고' 열심히 사는 한국, 출산절벽일 수밖에…"
(계속)
노컷뉴스

2009년 대기업에 다니던 남편, 세 아들과 함께 스웨덴으로 이주한 나승위 작가. 그는 "한국에서 아이 셋을 낳으면 양육 부담 때문에 다른 건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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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책도 내고 이렇게 (스웨덴을 알리는 활동을) 하는 이유가 스웨덴과 한국이 너무 달라서인데, 그 다른 게 막 '배가 아픈' 거예요(웃음). 저는 알잖아요,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피곤하게 사는지를…남편이 8년간 '대기업 맨'으로 살았는데, 매일 아침 7시면 집을 나서고, 저녁도 같이 먹은 적이 별로 없거든요.

여기 온 게 2009년 초였는데, 7월이 되니 사람들이 다 3주씩 휴가를 내는 거죠. 진짜 문화충격이었어요. 한 달 간 나라가 거의 '멈춤'인데, 어떻게 이렇게 살아도 이 사회가 (정상적으로) 굴러가는지 그게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이케아'도 몰랐던 K-엄마, 15년째 살아보니…"그림자도 한국보단 밝아"

노컷뉴스

CBS노컷뉴스 창사기획팀은 스웨덴 입국 7일차인 지난 8월 13일 롬마 소재 숙소에서 나승위 작가와 2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눴다. 좌측부터 박희영 기자, 나 작가, 황민아 PD, 이은지 기자.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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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남부에 위치한 '제3의 도시', 말뫼에 15년째 거주 중인 나승위 작가는 말도 걸음도 빠른 '한국 사람'이었다. 국내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익히 아는 스웨덴통(通)인 그의 학부 전공은 사실 독어독문학이다. 그 인연으로 독일 뒤셀도르프대학에서 수학했고, 일본에 머문 적도 있어 해외이주 결심이 크게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만 40년을 넘게 산 자신이 북유럽에 둥지를 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009년 1월 19일. 남편, 세 아들과 함께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을 거쳐 말뫼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가 스웨덴에 대해 아는 거라곤 '댄싱퀸(Dancing Queen)'으로 유명한 전설적 혼성그룹 아바(ABBA)와 현대영화의 거장인 잉마르 베리만 감독, 자동차브랜드 볼보(Volvo), 노벨상 정도가 전부였다. 스웨덴 국기와 '깔맞춤'한 배색의 로고로 유명한 가구업체 이케아(IKEA)조차 낯설었던 나 작가다.

그랬던 그의 현주소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 2015년 '닐스의 신기한 여행', 한국에도 친숙한 '말괄량이 삐삐'에서 모티브를 얻은 여행기 <스웨덴, 삐삐와 닐스의 나라를 걷다> 출간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10년 가까이 지켜본 스웨덴 사회의 명암을 기록한 <스웨덴 일기>를 펴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성이던 2020~2021년엔 경향신문에 '나승위의 라곰 배우기'란 코너를 연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북토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채널로 자신이 보고 느낀 스웨덴을 고국에 전하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가 자칫 철 지난 '스웨덴 찬가(讚歌)'가 되지 않을까 했던 노파심을 덜어준 건 나 작가의 입체적 시선이었다. 앞서 접한 그의 글들에선 이주지에 완전히 물들지 않은 '경계인'의 정체성이 묻어났다. 대학생이 되자 더 이상 용돈을 챙겨줄 필요가 없어진 아들을 통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권리'를 보호하는 스웨덴 정부(국립학자금지원위원회·CSN)의 지원시스템을 드러내면서도, 한편으론 '적당한', '딱 알맞은' 등을 뜻하는 '라곰(Lagom)'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스웨덴의 느슨한 방역이 코로나19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송곳처럼 튀어나오는 식이다.

이 같은 균형감은 그가 스웨덴에서 '노동자'로 존재해 왔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라디오 구성작가, 게임시나리오 작가 등으로 일했던 나 작가는 이제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더운밥을 손수 짓는다. 말뫼역 인근에서 그가 운영 중인 아담한 한식레스토랑의 상호는 '도시락(Dosirak)'이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만든 사회가 완전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품고 스웨덴에서 삼형제를 키운 그가 진단한 양국의 결정적 차이는 뭘까. "스웨덴의 어두운 구석은 한국의 어두운 구석보다 밝다"고 평하는 이유를 듣고 싶었다. 기획팀은 지난 8월 13일, 수평선 너머 코펜하겐이 희미하게 보이는 롬마(Lomma) 소재 숙소에서 나 작가와 약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달콤짭조름한 닭강정을 곁들인 '도시락'표 비빔밥도 함께였다.

"아들 셋 교육, 한국서는 '노답'…무상교육은 신의 한수"

노컷뉴스

나승위 작가는 스웨덴에선 자립을 돕는 주체가 특정 개인이나 부모가 아니라 '국가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양육부담뿐 아니라 자녀의 부모 돌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며, 이를 두고 "얼마나 담백하냐"고 반문했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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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옮기는 결정이 쉽진 않았을 것 같다.
A: "남편의 직장 외 가장 큰 이유는 정말 '교육' 하나였다. 우리나라 교육이 너무 아찔하지 않나. 아들 셋을 어떻게 (대학까지) 교육시키겠나. 양육 및 교육비 부담에 더해 명문대를 보내고 싶은 전형적 '한국엄마'의 욕심에서 자유로울 자신도 없었다. 이런 면에서 한국은 '노답'이라는 걸 깨달았다.

독일에 살았던 경험에 비춰 복지로 유명한 스웨덴은 최소한 그렇게(한국처럼) 경쟁적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웨덴의 교육과 의료는 거의 무상에 가깝다. 결과적으로는 '신의 한수'라고 느낀다."

Q. 남편이 대기업(LG 산하 연구소) 종사자였는데도, 교육에 대한 재정부담이 컸나.
A: "아이가 하나였다면 (어땠을지) 모르겠다. 또 대기업이라 해도 월급쟁이 신분이다 보니 (연봉이) 어마어마하진 않았다. 국·영·수니 예체능이니, 아이당 얼마씩 이것저것 시키려 하면 월급이 날아가는 건 금방이다. '많이 번다'고 해도 사업을 하거나 집에서 물려받은 재산이 엄청 많거나, 부부가 둘 다 고소득 전문직이 아니고선 (감당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교육의 질(내용)에 있어서도, 저는 '한국식 교육'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 세대가 딱 '낀 세대'다. 부모 세대의 가난을 탈피하고 교육의 혜택도 많이 받은 세대지만, 우리가 (자라면서) 받은 교육 스트레스는 또 컸다. 그렇게 받았던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쏟아 붓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해야만 (생존해)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런데 스웨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내 아이'에 대한 기대가 그렇게까지 없다. 우리 애가 뭘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고, 어떤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는 바람이 별로 없다는 거다."

Q. 어떻게 부모로서 자녀에게 그런 기대가 없을 수 있을까.
A: "스웨덴 사람들은 (대체로) 그렇더라. (자식 중) 공부를 잘하는 애가 있으면 당연히 뿌듯하고, 좋은 대학을 가서 주변에서 '되게 자랑스럽겠다'고 해주면 기분이 좋은 것은 물론 인지상정이다. (다만) 아이가 그렇지 못하다 해도 위축되지 않는다. 사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대부분 아닌가."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최상의 학습 여건을 위한 부모의 사랑을 보여주는 미담으로 여겨지는 한국은 학군(學群)이 부동산 시세와 직결되고, 아이의 성취가 부모의 트로피로 간주된다. 나 작가는 "(한국은) 아이가 1등을 하면 마치 그 엄마가 똑똑해서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애가 내 (삶의) 결과물인 것 같은 느낌인데, 아이와 부모의 삶이 잘 분리되지 않는 것"이라며 "스웨덴은 1등하는 애 엄마와 꼴등하는 애 엄마 간 목소리 크기에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나 작가에겐 올해로 만 22세인 쌍둥이 형제(이 중 한 명은 기획팀이 앞서 만난 이형빈씨다. ※관련기사: "몇 살이면 꼭 OO해야 한다? 그런 것 없어"…'근자감' 배경엔)와 아직 고등학생인 막내아들이 있다. 스웨덴에 와서도 그는 형빈씨가 수험생 시절 축구를 하다가 집에 늦을 때면 노심초사했다고 했다. '내 삶'과 '네(아이의) 삶'이 엮이지 않는 스웨덴 엄마들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고 한 이유기도 하다.

"'애는 애고, 나는 나'죠. (여기는) 그게 너무 분명해요. 한국은 '엄마'라고 부르는 순간 벌써 울컥 하잖아요. 엄마가 날 위해 어떤 희생을 했는지 아니까…내가 그 기대에 또 다 부응할 수는 없고, 무슨 '빚' 같기도 한…여긴 나라에서 공부하고 싶은 애들을 다 (지원)해주니까 그런 (부모의 사적) 부담은 (크게) 없죠."

네버엔딩 '고3'인 한국…"'쓸데없는 공부' 너무 많아"

노컷뉴스

나 작가는 "한국식 교육을 좋아하지 않았다"면서도 한국에 남아 있었다면, 보통 한국엄마들처럼 자녀의 학업성취를 부모의 성적표로 여기는 사고를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비교과 활동도 많이 이뤄지는 스웨덴에 비해 한국은 "쓸데없는 공부를 너무 많이 한다"고도 했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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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문을 닫아야 했던 코로나19 기간에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을 유지한 한국의 '공부 부심'은 엄청나다. 다만 나 작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스웨덴에 와 보니 아들들을 보면서 "(주입식 암기 등) 한국이 얼마나 '쓸데없는 공부'를 많이 하는지 알겠더라"고 했다.

수험서에 파묻혀 힘겹게 대학을 가고 나면, 또 '취준'(취업준비)에 쫓기는 생활을 두고 "고3의 연속"이라며 "삶을 (실질적으로) 고민하거나, 나와 사회를 어떻게 연결시킬까에 대한 생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여긴 그런 교육이 잘 돼 있다"고 말했다.

나 작가는 구체적으로 '막둥이' 상빈(17)씨의 활동을 예로 들었다. 유럽 지역의 고교생·대학생들이 운영하는 토론플랫폼인 유럽청년의회(EYP·European Youth Parliament)에 소속된 상빈씨는 작년 여름 노르웨이 트롬쇠에서 열린 EYP 광역모임 총괄운영을 맡아 참가자 70명이 묵을 숙소 예약과 토론주제 선정 등을 진행했다. 당초 엄마가 교내 동아리쯤으로 짐작했던 EYP는 각 학교·지역 대표를 순차적으로 선발한 뒤 유럽 각지에서 토론캠프를 여는 '거대한 조직'이었다.

EYP 측이 밝힌 자체 비전은 "민주적이고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열린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참석자들에게 "다양성 및 평등의 문제, 이민, 에너지위기, 건강 등 유럽과 전 세계의 미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제들"을 토론거리로 제공한단다. 나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러한 플랫폼이 있는) 유럽에서 능력 있고 열린 마음을 가진 젊은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국도 가능하다면 중·고등학교 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지' 등을 놓고 토론하는 과목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교과서에 담긴 '정적인 지식'이 아니라, 뉴스에 등장하는 '핫한 이슈'를 두고 여러 의견을 주고받으며 인식의 틀을 깨고 수용의 폭은 넓히는 배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토론은 나와 다른 목소리를 경청함으로써 '이해'로 가는 과정이라기보다, 말을 무기로 한 '언쟁'으로 받아들여진다. 내가 옳다는 전제 하에 화려한 레토릭과 '말발'로 상대의 말문을 막는 게 토론 고수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상호 존중은 끼어들 틈이 없다.

"여기서는 '다름'을 다름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요. '넌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하고 멈추는 거죠. 어느 한 종류의 사람만 있는 상황을 (대개) 좋아하지 않아요. 오히려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공존 상태를 '완벽'으로 봐요. 희한하죠?"

이는 '우열'을 가르기보다, '두터운 평균치'를 지향하는 사회적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나 작가는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모두가 자기 역할을 해내는 사회구성원으로서 당연한 거고, 이 곳도 그걸 바람직하게 본다"면서도 "(직종에 따른) 편차와 차별이 별로 없고,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웬만하면' 적당히 살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을 (과하게)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사람들이 원하는 '평균적 삶'을 가리키는 관용어구인 '스벤손씨의 삶(Svensson livet·Medelsvensson)'에서도 이러한 점이 잘 드러난다. 기획팀의 현지 통역을 맡은 박하은씨는 "스벤손은 스웨덴에서 가장 흔한 성인데, 더도 덜도 말고 '평범한 스벤손씨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나 작가는 "스웨덴 사람들의 꿈은 대박 나는 게 아니다. 아들 하나·딸 하나, 정원 딸린 집 한 채, 볼보 자동차 한 대(가 전부)"라며 "(실제) 스웨덴에서 이 꿈은 이루기 크게 어렵지 않다. 대다수의 평범한 소시민들이 일상을 안전하게, 소박한 꿈을 꾸며 살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스벤손씨의 삶이 현실화될 수 있는 배경엔 아동수당을 필두로 한 국가의 지원이 있다. '부모찬스'처럼 각자가 처한 사회·경제적 배경에 기댄 '각자도생'이 아니라, 나라가 '뒷배'가 되어주는 돌봄시스템이다. 나 작가는 이에 대해 "(한 마디로) 담백하다"고 표현했다.

"저는 스웨덴의 시스템이 훨씬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같아요. 개인을 믿고 책임을 지우는 삶은 항상성이 없잖아요. 그 (기대를 받는) 사람에게도 너무 큰 부담이에요. 누군가에게 빚지거나 죄스럽지 않은 삶을 국가가 만들어준다는 게 정말 좋죠."

'나다운' 삶 가능케 하는 국가 vs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사회

노컷뉴스

나승위 작가가 말뫼역 인근에서 운영 중인 한식당 '도시락(Dosirak)'. 그는 "처음부터 식당을 열 생각은 없었다. 경험도 없고 요리에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라면서도 "지금은 대체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베스트셀러는 닭강정, 스테디셀러는 비빔밥이다. CBS디지털뉴스제작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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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작가가 스웨덴 사회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평등'과 '자립'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중요한 0순위 과제는 '스스로를 부양하는 것'이라고 했다. "모든 여자들이 일을 하는" 사회에서 '바보'가 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무역회사를 차리고 국내 유기농 마스크팩·화장품 등을 수입해 마트에서 팔아보기도 했다. 개업 4년째인 식당 '도시락'은 "살아보려 진짜 애썼"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고심한 끝에 다다른 결과다. 지금은 고객의 9할이 단골일 정도로 자리가 잡혔다.

스웨덴이 '무위도식'해도 되는 사회라면, 자처하지 않았을 수고였다. 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려도 되는 곳이란 인식은 오해라고 했다. 현 시점 기준으로는 자신도 근로기간이 짧아 노후에 받을 연금이 많지 않다는 게 나 작가의 말이다. 그는 땀 흘려 일한 국민들이 내는 세금을 토대로 "10살짜리 꼬마도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사회란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Q. 어린 아이도 성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의견을 존중해 준다는 게 가장 놀라웠다.
A: "여기서의 '평등'은 (학생이) 선생님의 이름을 그냥 부르고, 손녀도 할머니를 이름으로 호명하는 식이다. 할머니도 애도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사회기 때문이다. 10살짜리에게 물론 밥도 해줘야 하고 엄마의 돌봄도 필요하겠지만, 얘 앞으로 (나라에서) 돈이 나온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 거다. 이곳 사람들은 어른의 판단이 100% 옳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개인의 삶을 기본적으로 존중하기 때문에 그가 어떻게 살든 일괄적인 생애주기에 그 사람이 들어맞는지 여부에 관심이 없다. 내 생(生)과 당신의 생이 다 다른데 나랑 상관없는 주기를 (객관적 기준으로) 따지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 작가는 "스웨덴이 잘 뛰는 애와 못 뛰는 애의 간격을 줄이려 하는 사회라면, 한국은 '불평등하기 위해', '차별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사는 사회"라고 평가했다. 일면 고깝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구성원 대부분이 동의하는 말로는 '억울하면 출세하라'를 콕 집었다.

그는 "더울 때 더운 데서 일하고 추울 때 추운 데서 일하고 싶지 않으면 공부하고 성공하라며, 불평등을 조장하지 않느냐"며 이러한 사회환경에서 저출산은 정해진 결론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지금 당장 낳을 애한테 포커스를 맞추지 말고, 백년대계까진 아녀도 (현) 10대가 제대로 설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의 젊은이들에겐 정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정치가 바뀌어야 그들의 삶도 바뀔 수 있으니까요. 지금 정치판을 뒤덮고 있는 파렴치한 기성세대를 심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청년들이에요. 나만 잘 되는 데 집중하지 말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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