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내년 인건비 예산 전액 삭감
헬기 없는 4개 권역 배치 추진에도
비용 부담-구인난에 지원 병원 없어
“헬기 늘려야 위급환자 살릴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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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강원 삼척시에서 50대 남성이 교통사고로 다발성 골절 등 중증외상을 입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119구급대는 저혈압성 쇼크로 의식을 잃어가는 환자를 권역외상센터로 시급히 이송해야 한다고 봤다. 그런데 영동지역에는 ‘골든타임’ 내 환자를 옮기기 위해 필요한 응급의료전용헬기(닥터헬기)가 없어 180km가량 떨어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헬기 출동을 요청해야 했다. 구조당국 관계자는 “결국 병원 이송까지 1시간 걸렸는데 다행히 환자가 살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처럼 의료 취약지에서 발생한 중증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닥터헬기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내년도 닥터헬기 인력지원 예산이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의 닥터헬기 운영 확대 계획도 실현이 불투명해졌다.
● 닥터헬기 확대, 예산 문제로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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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응급의료전용헬기 운영지원’ 항목으로 총 283억7700만 원을 편성해 제출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이 중 인력지원 명목으로 책정된 29억5200만 원을 삭감했다. 현재 닥터헬기를 운영 중인 병원 8곳과 내년에 추가 도입을 추진 중인 병원 2곳의 의료진 인건비 예산이 사라진 것이다.
2011년 처음 도입된 닥터헬기는 현재 전국 8곳에서 운영 중이다. 올 10월 말 기준 누적 이송 건수는 1만4755건에 이른다. 복지부는 아직 닥터헬기가 도입되지 않은 경기 북부, 강원 영동, 충북, 경남 지역에 추가 배치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올해 3차례 공모를 진행했지만 닥터헬기를 도입하겠다고 손을 든 병원은 한 곳도 없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으로는 운영비 충당이 어려운데 의료공백 사태로 병원 재정이 악화되고 의료진 확보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고육지책으로 병원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과 간호사 또는 응급구조사 2명 등 총 4명의 인건비를 내년도 예산으로 편성했는데 해당 금액이 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것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닥터헬기 추가 도입이 어려워졌다. 인건비만이라도 지원되면 운영을 해보겠다는 병원이 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 “골든타임 지키려면 확충 필요”
기재부에서 닥터헬기 사업 예산을 줄인 것은 올해 이용률이 전년 대비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 9월 말 기준 닥터헬기 이송 환자는 8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71명)보다 24.9% 감소했다. 닥터헬기가 이륙하려면 전문의와 간호사 등이 필수적으로 탑승해야 하고, 배후진료 여력도 갖춰야 하는데 의료공백 사태로 의료진이 부족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의료공백 요인을 제외하면 닥터헬기 이송 건수는 2021년 1078건에서 2023년 1547건으로 증가 추세였다. 김오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기준 전체 이송의 10%는 권역 밖 환자들이었다”며 “지금은 200km 가까운 영동지역에도 출동하는데 닥터헬기를 확충해 운항 범위를 반경 70km 안으로 줄여야 위급한 환자들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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