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실패, 암살 위협 등 우여곡절에도
YMCA송에 맞춰 경쾌하게 춤추는 트럼프
무기력한 中 청년들에 '활력' 불어넣어
국가지도자 희화화…美 향한 부러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의 '때밀이 댄스'가 미국을 넘어 중국 대륙 청년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YMCA송'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주먹 쥔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접는 동작을 반복을 하는 동작이 마치 때를 미는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중국에선 '춰짜오우(搓澡舞, 때밀이 춤)'라 불리고 있다.
트럼프 댄스는 이미 미국에서 모방 열풍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최근엔 더우인(틱톡 중국버전), 빌리빌리, 샤오훙수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트럼프 댄스를 따라하는 영상이 인기다.
한 중국인 청년이 "80세야말로 모험을 떠날 나이”라는 제목으로 빌리빌리에 올린 트럼프 댄스를 따라하는 영상은 무려 157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결혼식장에서 신랑이 입장하는 데 YMCA송을 부르면서 트럼프 댄스를 추는 영상도 있다. 트럼프 당선 후인 11월 8일 올라온 이 영상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무려 20만명이 넘게 시청했다.
취임하자마자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중국 때리기'에 여념 없는 트럼프를 향해 중국 청년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미국의소리(VOA)는 재선에 실패해 소송에 휘말리고 암살 당할 뻔하는 등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노장' 트럼프가 경쾌한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서 대통령 당선을 위해 질주하는 모습이 무기력해진 중국 청년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일자리 기회는 줄어들어 구직이 어려운 데다가, 취직을 해도 저임금과 고강도에 시달리는 등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지친 청년들이 트럼프로부터 활력을 얻고 있단 이야기다.
또 중국 지도자 연설처럼 겉만 번지르르하고 추상적이고 장황한 '관료식 화법'과 달리, 쉽고 실생활 언어를 쓰는 '트럼프식 화법'이 중국 청년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의 주요 연설을 중국어 자막으로 옮겨 놓은 동영상을 비롯해 트럼프의 명언도 중국 청년들은 즐겨 찾고 있다.
국가 지도자를 우스꽝스럽게 희화하고 비판할 수 있는 미국의 자유로운 사회적 분위기도 중국 청년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중국에서는 아직도 국가지도자(시진핑)에 대한 비방은 물론, 희화화하는 게 허용되지 않기 때문.
이밖에 중국 공산당이 치켜세우는 영웅들은 '사회주의 모범 청년' 레이펑처럼 국가와 민족이라는 대의를 위해 기꺼이 헌신한 인물이 대부분인데, 오늘날 중국 청년들이 바라는 진정한 영웅상은 바로 트럼프가 표상하는 ‘아메리칸 성공’이라는 게 VOA의 분석이다.
VOA는 또 트럼프 때밀이 춤이 인기를 끄는 등 SNS에 널리 유포된 데에는 중국 공산당의 암묵적 승인이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 지도부가 사실상 트럼프를 '통제 가능한 외국 지도자'로서 '중국에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트럼프 관련 콘텐츠가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수 있는 배경이라고 짚기도 했다.
아주경제=베이징=배인선 특파원 baein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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