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4 (목)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칩스법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 하에 통과된 법안들이 1월 20일 취임 후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여기에는 초당적으로 통과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도 포함된다.
ITWorld

ⓒ Intel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칩스법은 반도체 기업에 수십억 달러의 자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미국 내 반도체 제조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달 팟캐스트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Joe Rogan Experience)에서 칩스법을 “매우 나쁜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새로운 제조시설과 R&D 센터를 지원하는 대신 해외 반도체 제조업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반도체 산업을 자동차 산업에 비유하며 관세가 제조업 복귀를 유도할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막대한 돈을 들여 사람들이 칩을 만들게 하는 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 관세를 매우 높게 부과하면 그들이 아무 대가 없이 공장을 지으러 오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미국은 부유한 기업들에 수십억 달러를 들여 공장을 짓게 했지만, 해외 기업이 우수한 기술력을 미국에 가져오는 일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어 “대만은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 갔고, 미국이 그들을 보호해주길 원하지만 이에 대한 대가는 지불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대만 TSMC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Computerworld는 트럼프 선거 캠프에 입장을 요청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했다.

TSMC의 미국 내 투자와 칩스법의 역할

TSMC는 현재 애리조나에서 두 개의 주요 반도체 제조시설을 건설 중이다. 하나는 5nm 공정, 다른 하나는 3nm 공정을 기반으로 한 공장이다. TSMC는 칩스법을 통해 약 66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을 예정이며, 이에 대한 대가로 가장 진보된 2nm 공정 기술을 미국에 도입하고, 세 번째 제조시설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TSMC의 CEO CC 웨이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첫 번째 애리조나 공장이 2025년 초 대량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웨이는 “대만 공장에서와 동일한 제조 품질과 안정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한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공장은 고객 요구에 따라 더욱 발전된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며, 각각 2028년과 2030년까지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잭 골드 어소시에이츠(J. Gold Associates)의 수석 애널리스트 잭 골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외 반도체 제조업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하며 “관세는 페널티인 반면 칩스법은 인센티브다. 인센티브는 페널티보다 항상 더 효과적이다. 또한 반도체에 관세를 아무리 많이 부과해도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는 데는 최소 3~4년이 걸리고, 자본 투자도 엄청나게 소요된다”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데는 200억~400억 달러가 소요되며, 대부분 기업은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 같은 지원 없이는 이런 수준의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골드는 덧붙였다. 또한 오늘날 모든 전자기기에 반도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관세 부과는 자동차, 스마트폰, 토스터기와 같은 제품 가격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칩스법은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드러난 반도체 공급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하원에서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이 법을 통해 미국 상무부에 527억 달러를 지원하여 ‘미국을 위한 CHIPS(CHIPS for America)’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의 반도체 연구, 개발, 제조 역량을 “재활성화”하도록 했다.

골드는 “새로운 반도체 공장은 매우 위험 부담이 큰 사업이다. 칩스법의 보조금은 정부가 그 위험의 일부를 떠안겠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칩스법의 성과와 초당적 지지

현재까지 상무부는 반도체 제조사들에 약 320억 달러의 자금을 배정했지만, 실제 지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자금은 인텔,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exas Instruments) 등 주요 기업에 배정되었으며, 이들 기업은 미국 내 새로운 반도체 공장 설립 계획을 공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들 반도체 설계 및 제조업체는 미국에서 진행 중이거나 진행할 프로젝트에 약 3,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칩스법에 자극을 받아 퀄컴은 글로벌파운드리(GlobalFoundries)와 협력하여 뉴욕주 몰타에 있는 공장에서 칩 생산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42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와 더불어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은 최근 공화당이 칩스법을 폐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법에 반대표를 던졌던 존슨은 이후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며 법안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싶다고 밝혔다.

뉴욕주 공화당 하원의원 브랜든 윌리엄스는 성명을 통해 존슨과 그의 발언에 대해 논의했다며 “존슨은 질문을 잘못 들었다며 깊이 사과했다. 존슨은 그 자리에서 발언을 정정했으며, 반도체 제조업의 미국 복귀를 지지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라고 말했다.

존슨은 성명에서 “마이크론이 뉴욕 중부에 진출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칩스법을 폐지하려는 계획은 의제에 포함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법의 주요 목적을 개선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규제와 그린 뉴딜 요구사항을 제거하기 위한 추가 입법이 있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뉴욕주는 반도체 개발의 주요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크론은 뉴욕주에 축구장 40개 크기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1,0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약 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향후 20년간 시설 확장을 위해 추가로 1,000억 달러를 투자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더불어, 바이든 행정부는 정부가 지원하는 나노테크 복합 단지가 이미 자리한 뉴욕주 북부에 약 8억 2,500만 달러를 투입해 반도체 R&D 센터를 설립할 계획을 발표했다.

마이크론 대변인은 반도체 및 과학법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강조하며 “이 법은 향후 수십 년간 미국 반도체 및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을 상징한다”라고 언급했다.

어떤 경우든 해당 법을 폐지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칩스법은 상원 소수당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을 포함한 공화당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 강력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맥코넬은 미국의 반도체 생산을 강화하는 것이 국가 안보와 경제 경쟁력 모두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칩스법의 핵심 지지자인 인디애나주의 공화당 상원의원 토드 영은 반도체 제조가 경제 성장과 국가 방위 모두에 중요하다며 미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돕는 법안의 조항이 실행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영은 “초당적으로 폭넓은 지지가 있었으며, 이후 대규모 민간 투자로 인해 이 법안의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라고 평가했다.

영은 Computerworld에 보낸 답변에서 “반도체 산업의 성장으로 인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규제를 간소화할 수 있다면 적극 동참하겠다. 그러나 칩스법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칩스법, 경제 경쟁력과 안보에 필수적”

반도체 산업협회에 따르면, 칩스법은 현재까지 28개 주에서 4,500억 달러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를 통해 5만 8,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광범위한 초당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들은 정부 보조금 수준이나 법안이 소수의 대형 기술 기업에만 혜택을 줄 수 있는 특정 조항을 우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증대하는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했다.

미 상무부 대변인은 칩스법이 4,000억 달러 이상의 총투자와 12만 5,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전망에 대해 “압도적인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조 인센티브와 여러 주요 R&D 요소를 위해 36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발표하는 등 법령에 따라 이 초당적 법안을 계속 실행하고 있다”라며, “향후 몇 주 내에 더 많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TSMC는 칩스법의 미래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한편, 인텔은 뉴멕시코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칩스법에 따른 자금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인텔은 애리조나, 오리건, 오하이오를 포함한 4개 주의 공장, 패키징 시설 및 R&D 센터 투자를 위해 총 85억 달러 지원을 약속받았다.

오하이오주는 반도체 제조를 위해 상당한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특히, 인텔은 오하이오주 리킹 카운티에 200억 달러를 투자해 두 개의 새로운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부통령 당선자인 J.D. 밴스는 현재 오하이오주에서 상원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골드는 “오하이오, 애리조나, 뉴욕처럼 칩스법의 혜택을 받을 주에 기반을 둔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의 아이디어에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인텔 대변인은 칩스법의 아이디어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시작됐으며, 여전히 강력한 초당적 지지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의 반도체 제조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은 국가의 경제 경쟁력과 안보에 필수적이다. 첨단 반도체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유일한 미국 기업으로서 인텔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와 이 공동 우선 과제를 위해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백악관 통계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미국의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37%에서 12%로 감소했다. 반면, 중국의 반도체 제조 점유율은 지난 2년 동안 약 50% 증가했으며 현재 세계 공급량의 약 1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감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전 세계 공급망 위기로 드러났으며,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고자 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요구와 궁극적으로 칩스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잭 골드에 따르면, 향후 3~4년 동안 미국 내에서 새로운 반도체 제조 공장, 패키징 시설 및 R&D 센터가 건설되면서 반도체 생산 비용은 10~2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는 데 드는 비용은 동아시아보다 10~20% 더 비싸므로, 미국에서는 일반적인 반도체보다는 고급형 반도체 생산에 중점을 두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골드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 아이디어가 관세 수익을 이용해 미국 내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이는 칩스법이 이미 이루고 있는 일을 단순히 반복하는 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ditor@itworld.co.kr

Lucas Mearian editor@itworld.co.kr
저작권자 한국IDG & ITWorl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