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2년6개월 실형…"일말의 죄책감 가졌나 의문" 꾸짖은 판사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김호중을 대신해 김씨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한 혐의(범인도피교사)를 받는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가 지난 5월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연합뉴스

‘음주 뺑소니 혐의’로 구속기소된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13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를 받는 김호중의 선고기일을 열고 “성인으로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을 가졌는지 의문”이라며 이같이 선고했다. 검은 정장을 입고 피고인석에 선 김씨는 무표정하게 선고 내용을 들었다.

최 판사는 “김호중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택시를 충격해 인적·물적 손해를 발생시켰음에도 무책임하게 도주했다”며 “나아가 매니저로 하여금 허위로 수사기관에 자수하게 함으로써 초동수사에 혼선을 초래하고 경찰 수사력도 상당히 낭비됐다”고 짚었다. 이어 “도주 직후 소속사 관계자들에게 사고 처리를 해 달라고 부탁하거나 막내 매니저에게까지 부탁하는 등 타인에게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대신 수습해주기만을 종용했다”며 “도주한 모텔 입실 전에 맥주를 구매하는 등 전반적인 태도에 비춰 성인으로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을 가졌는지 의문이 든다”고 꾸짖었다.

최 판사는 또 “객관적 증거인 폐쇄회로(CC)TV에 음주의 영향으로 비틀거리는 게 보이는데도 납득이 어려운 변명을 하며 부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고 짚었다. 다만 피해자인 택시기사 측과 합의한 점, 초범인 점, 뒤늦게나마 범행과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은 양형에 고려됐다.

김호중은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두 손을 모은 채로 아래쪽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판결이 선고되자 고개를 숙인 채 작게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선고 후 김씨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법정을 떠났다. 이날은 김씨의 팬들 30여명 방청석을 가득 채웠다. 판사가 2년 6개월이라는 주문을 읽자 방청석에서는 탄식이 나왔다.

김씨의 도주와 증거인멸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광득(41) 전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본부장 전모(39) 씨에게도 각각 징역 2년과 1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김씨 대신 경찰에 허위 자수한 매니저 장모(39)씨는 징역 1년에 집형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대표에 대해 최 판사는 “피고인들 중 가장 연장자이자 소속사 대표로서 그릇된 방식으로 김호중의 범행 은폐에 급급했다”며 “전씨와 장씨는 이씨 지시에 따라 범인도피 또는 증거인멸 범행에 나아갔다고 보여 죄책이 무겁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5월 9일 오후 11시40분쯤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로(압구정로 46길)에서 맞은 편 택시를 들이받은 뒤 달아난 혐의(위험운전치상)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사고 직후 도주한 뒤 매니저 장씨가 허위 자수하게 한 혐의(사고 후 미조치·범인도피교사)도 받는다. 김씨는 사고 직후 경기도 구리시의 한 모텔로 도주해 잠적해 있다가 사고 약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해 운전 사실을 인정하고 혈중 알코올농도 수치 측정을 받았다. 음주 의혹은 부인했으나 CCTV 등 물적 증거가 나오자 사고 10여일 만에 음주 사실을 인정했다.

이 전 대표와 전씨 역시 매니저 장씨에게 대신 경찰에 자수하도록 한 혐의(범인도피교사)를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장씨에게 김호중이 도피 차량으로 사용한 승합자에 설치된 블랙박스 제거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전씨는 사고 차량 블랙박스를 제거한 뒤, 술에 취한 장씨에게 사고차량 열쇠를 건네고 차량에 동승해 운전하게 해 증거인멸과 음주운전방조 혐의를 받았다. 법원은 지난 5월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김호중과 이씨, 전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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