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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단독] 서해 관문이라더니…서산공항, 울릉도 등 섬 4곳만 취항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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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산공항 조감도. 기존 군 공항에 민항 기능을 넣는 형태다. 자료 충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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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시대를 대비한다며 추진 중인 서산공항에 정작 취항이 예정된 노선은 제주도와 울릉도 등 섬 4곳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노선은 물론 김포공항 등 내륙을 연결하는 노선도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13일 국회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산공항 건설 추진현황’ 및 ‘서산 군 비행장 민항시설 설치사업 재기획 연구’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서산공항을 국제선 기능은 없는 국내선 전용공항으로 계획하고 있다.

또 실제로 서산공항에서 운항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노선은 제주도·울릉도·흑산도·백령도 등 4곳뿐으로 예상 수요는 2029년 약 40만명에서 30년 뒤인 2058년에는 45만명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예상 수요 역시 이들 4곳만을 대상으로 한 수치다.

서산공항 사업은 충남 서산시 해미면 일원에 있는 공군비행장의 활주로 2개(길이 2743m)와 관제시설을 공동으로 쓰고, 여객터미널과 유도로·주차장 등을 신설해 민간여객기를 취항토록 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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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공항의 취항 노선과 기능 관련 국토부 답변. 자료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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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충남은 전국 광역지자체 중에 유일하게 민간공항이 없는 지역으로 다른 공항까지의 접근성이 열악하다며 서산공항 사업을 지속해서 요구해 왔다.

지난 2016년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해당 사업이 반영된 뒤 2021년 말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했으나 경제성(B/C)이 0.81에 그쳐 탈락했다. B/C는 통상 1.0이 넘어야 사업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자 국토부는 지난해 하반기에 서산공항 사업 재기획용역을 거쳐 총사업비를 당초 532억원에서 484억원으로 낮췄다. 총사업비가 500억 미만이면 예타를 거칠 필요가 없어 곧바로 추진이 가능해진다.

지역 요구와 대선 공약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이른바 ‘예타 건너뛰기’를 한 셈이다. 현재 기본계획과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이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어서 기본 및 실시설계와 착공 과정을 거쳐 2028년 개항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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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산공항의 기능과 수요 전망 등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앞서 충남도는 지난해 말 언론 브리핑을 통해 “해미순교성지가 국제성지로 지정돼 항공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데다 충남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을 촉진할 배후 공항 및 서해 관문공항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선 기능이 없는 데다 취항예정 노선도 제주도와 울릉도 등 섬 4곳뿐으로 확인되면서 배후 공항 및 서해 관문공항이라는 슬로건(표어)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예상 수요(2058년 기준) 중 93%가 제주노선 승객으로 추정돼 사실상 제주행 전용공항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하루 평균 예상승객이 울릉 32명, 흑산 42명, 백령 16명에 불과해 이들 공항에 취항할 70~80인승 소형항공기의 절반도 채우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제선이나 다른 국내선으로 환승이 가능한 김포공항 등 내륙 노선이 빠진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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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공항 시설 배치도. 자료 충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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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서산공항의 예상수요가 과다추정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실제로 재기획 연구에서는 서산공항 세력권 인구에 경기도 평택시를 포함했는데 이는 전체의 3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서산공항의 제주노선 항공 수요(2058년 기준) 중 32%가 평택시민으로 추정됐으며, 다른 3개 노선도 예상 수요의 14~30%를 평택에서 오는 승객으로 잡았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김포공항에서도 울릉, 흑산, 백령공항 취항이 예정된 걸 고려하면 평택 시민입장에서는 서산공항보다 이용노선과 비행편 수가 훨씬 많은 김포공항을 택할 확률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시민이 김포공항 대신 서산공항으로 갈 가능성이 생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의미로 이럴 경우 당초 예상보다 수요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진다.

일부에서는 2002년 380억원을 들여 새 여객터미널을 완공했지만, 수요부족과 인근 중앙고속도로 개통 영향으로 2년 뒤 아예 공항 문을 닫은 예천공항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천공항도 군 공항에 민항 기능을 넣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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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공항은 여객터미널 신축 뒤 2년만에 문을 닫았다. 사진 위키백과



전문가들은 기본계획 단계부터 서산공항의 기능과 위상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동규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서해 관문공항의 필요성이 다소 불명확하지만 만일 꼭 추진이 필요하다면 인근 공항과의 노선 조정과 접근성 개선을 위한 인프라 확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주영 교수도 “정말로 서해 관문공항을 지향한다면 중국, 특히 동북 3성 지역과 국내선의 수요 분석이 포함돼야 한다”며 “지역마다 공항이 건설된다 하더라도 차별화된 전략이 없다면 기존 수요를 나눠 먹는 제로썸 게임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선 대진대 토목공학전공학부 교수는 “서산공항의 민항기 취항이 기존 군 공항 기능에 미칠 영향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호준 국토부 공항건설팀장은 “내륙노선도 검토하기는 했지만, 수요가 너무 적어서 반영이 안 된 것으로 안다”며 “향후 노선 확대 여부는 개항 이후에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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