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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시로 여는 수요일] 남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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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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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 무렵

아내가 내민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러

밖에 나왔는데

아파트 옆 동 쪽으로 걸어가는

할머니의 뒷모습에 깜짝 놀랐다

영락없는 내 어머니였다

돌아가신 지 삼 년 된 어머니가 다른 모습으로

아직 이승에 살고 계신 건 아닐까 하는

생뚱한 생각으로

한동안 쳐다보았다

어제 퇴근길

사내아이의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딸만 둘인 내가

모르는 사내아이의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에

왜 돌아보았을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 같다. 저녁 무렵 쓰레기통을 비우러 가는 모습도 같고, 다른 할머니 모습에서 어머니를 발견하는 모습도 똑같다. 돌아가신 지 이십 년이 지났어도 도처에서 어머니를 만난다. 분명히 문중 선산에 모셨는데, 서울 지하철에서도 만나고, 전통시장에서도 만난다. 어린아이가 아빠, 하는 소리에 절로 목이 돌아가는 것도 똑같다. 나무의 가지는 갈라지고 갈라져서 상부에 꽃이 핀다. 또, 나무의 가지는 만나고 만나서 하나의 줄기로 수렴한다. 생명 나무의 계보를 쫓아가 보면 남의 이야기가 왜 내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시인 반칠환>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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