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후 국내 금융 불안 증폭
KDI 올해 성장률 2.5 → 2.2%로 하향
위기 극복할 정교한 정책 조합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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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자산 투자) 충격에 국내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어제 코스피는 사흘 사이 무려 80포인트 이상 떨어지면서 2480선으로 추락했다. 코스닥지수도 3% 가까이 급락했다. 원·달러환율은 그제 2년 만에 달러당 1400원대가 붕괴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2년 코로나 19 충격 세 차례뿐이다. 이번 금융 쇼크를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와는 달리 미국 증시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글로벌 자금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따라 미국으로 몰려든 탓이다. 국내에서도 자본이탈이 가속화되면서 환율과 증시불안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가뜩이나 허약한 증시 체력에다 트럼프 2기 때 독해질 보호무역주의가 한국경제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불안이 더해지면서 투매 양상까지 빚어진다.
이런 우려는 과장된 게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2%로, 내년도 2.1%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내수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트럼프 2기 출범과 맞물려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이러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동반침체의 악순환에 빠져 장기불황의 터널에 갇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는 별다른 위기감이 없다. 기획재정부는 물가와 고용, 수출지표를 거론하며 “지난 2년 6개월간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도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며 자화자찬했다.
비상한 경각심이 필요한 때다. 재정과 통화, 금융정책 기조 전반을 다시 점검해 경제·금융 현실에 맞춰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KDI는 “금리 인하가 늦어졌고 그 부정적 영향이 생각보다 더 컸다”며 금리 인하 실기론을 다시 꺼냈다. 집값과 가계대출을 걱정하는 한국은행의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재정·통화, 거시·미시 정책이 따로 놀아서는 곤란하다. 정부와 한은은 물가와 경기, 금융시장을 아우르는 최선의 정책 조합을 찾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 2기는 1기 때보다 더 강력한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 흐름이 득세할 것이다. 주요 사안마다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한 통상·산업대응책이 시급하다. 금융불안도 마냥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기업가치 상승)에 속도를 내고 환율의 급변동을 막는 비상수단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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