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상속과 증여재산에서 부동산은 각각 70%와 47% 정도를 차지했다. 현 정부의 보유세 부담 경감 덕택으로 증여재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23년이 처음이다. 부동산을 상속·증여할 때 평가가액은 시가, 감정가, 기준시가(공시가격) 순으로 정해진다. 하지만 비주거용 부동산과 같은 상속·증여 재산은 거래 사례가 드물고 비교 대상 물건이 거의 없어 대부분 공시가격으로 평가·신고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동산과 기업을 상속할 경우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같지만, 과표 현실화 비율이 시세 대비 70%라고 하면 부동산 상속의 실효세율은 약 35%(50%×0.7)로 기업 상속이 더 불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비주거용 부동산이 절세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해 국세청은 이를 시가대로 과세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1929년 <상속의 경제학>을 저술한 경제학자 조시아 웨지우드는 “상속은 원래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불평등을 영속화하고 심화시킬 수” 있지만, “분배(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는 여전히 미지의 문제로 남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분 말대로 상속이 불평등을 언제나 심화하지는 않으며 연금체계, 공공주택, 보건정책, 조세정책, 은퇴 나이 등 나라별 제도적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떤 나라는 상속·증여가 상대적으로 저자산층의 자산보유 수준을 높여 자산 불평등이 완화되기도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저자산층이 상속·증여 자산을 소비하고 고자산층은 이를 저축하는 경향을 보여 전반적인 자산 불평등이 완화되지 않는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지적하듯이, 상속·증여 비중 증가는 한 세대의 자산 격차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세습사회’의 출현을 가능케 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가구 패널 조사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 우리나라 가구의 상속·증여 비율은 20% 내외(과세 자료로는 약 38%), 유럽은 33% 안팎, 미국은 35~46% 정도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 향후 경제성장률과 저축률 저하 기대 등으로 청·장년층의 자산형성 기회가 줄어들 수 있으므로 가구의 상속·증여 비중은 앞으로 유럽이나 미국처럼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불평등을 완화 또는 심화할 수 있는, 즉 양가적 성격을 띤 상속·증여는 우리나라에서 자산 불평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필자가 2016년까지를 대상으로 ‘조세재정패널’을 이용해 상속·증여의 불평등 효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상속·증여를 받은 가구의 순자산 보유 규모가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훨씬 크고, 고자산층으로 갈수록 상속·증여를 받은 가구 비중이 높다. 상속·증여를 받은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순자산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높다는 의미)가 약 0.07∼0.08포인트 더 커지고, 상위 10%의 순자산 점유율이 더 늘어나지만 하위 40%의 점유율은 더 줄어든다. 또한 상위 10%와 중위소득 비율인 P90/P50 비율도 더 커진다. 즉 중간층과 상위층 간 자산 규모 격차가 커지고 중간 이하 하위층의 자산보유는 줄어들어 전반적으로 불평등은 심화한다.
한편 소득은 순자산 격차를 완화하는 데 저분위(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효과적인 반면, 고분위(고소득층) 자산 축적에는 상속·증여가 더 의미가 있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이를 안정화하려는 정부 규제로 부를 대물림하는 상속·증여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상속·증여 세제 완화는 자산 불평등을 더 부채질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상속·증여세는 ‘부의 대물림’과 ‘부의 재분배에 따른 빈부 격차’ 완화를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세제 목적에 부합되게 현행 ‘누진제적’ 상속·증여세의 유지 또는 합리적 개편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물론 시대에 맞는 과표 구간과 과표 평가 개선은 필요하다. 또한 소득은 자산 격차 완화에서 저분위에 더 효과적이므로 저소득층 소득보장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고, 이러한 소득보장이 자산축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저소득층 자산형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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