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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서초포럼] 북한 경제운영 체제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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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최근 필자는 이일규 전 주쿠바 북한대사관 참사관의 북한 경제실상 특강을 들은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1970년대엔 안정적 경제성장으로 인하여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았다. 일제 때 건설된 주요 산업 기반의 북한 편재, 소련 등의 후원, 무궁무진한 자원,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정상적 무역뿐만 아니라 주민 사상통제와 외부와의 소통 차단 속 정부 내각에 의한 경제운영과 대안의 사업체계도 중요한 성장 원동력이었다.

대안의 사업체계란 생산의 말단인 공장과 기업소가 부분적으로 독자적 경영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으로서 이는 사회주의 사회의 무책임성, 형식주의, 낭비, 노동의 비효율 등을 제거하는 데 역할을 했다. 이윤 일부를 처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절약과 노동생산성 제고를 촉진한 것인데, 김일성 시대부터 사회주의 병리 제거를 위하여 시장경제 기능을 일부 도입했어야만 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북한의 피폐는 심화했고, 1990년대 동구권 붕괴 이후엔 극도로 악화했다. 김정일은 독재체제 유지를 위한 막대한 자금 확보를 위해 내각 중심 경제체제를 당과 무력기관 중심 특수경제 체제로 전환하면서 뇌물, 횡령, 비효율 등이 극단에 이르러 수백만명이 아사했다.

특히 88서울올림픽 대응책으로 세계 청년축전에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국고를 바닥내고 절대 위기에 처한다. 이 상황에서 장마당 등 일부 시장경제 기능이 승인되어 경제는 어느 정도 돌아갔으나, 김정일 입장에선 주민 충성심 약화와 개인주의 확산이 문제로 대두됐다.

김정일 뒤를 이은 김정은은 집권 이후 생산형 경제를 제시하면서 다시 장마당 통제를 강화한다. 장마당은 중국산 등의 수입품을 거래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새 정책으로 인해 원자재, 설비 등은 중국산이었지만 식품, 생필품 등은 북한 브랜드로 전환됐고 공장도 어느 정도 활성화됐다.

그러나 북한은 또 위기를 맞는다. 국영기업 위주 계획경제 체제 재건과 장마당의 완전한 몰락을 추진했으나, 당과 무력기관 등 특수단위가 경제 운영을 독점하고 있어 국영기업은 활성화될 수 없었던 것이다. 현재 북한은 매년 20개 군에 공장을 세워 주민들의 기초생활 수준을 안정시킨다는 20×10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공은 어렵다고 그는 강조했다.

공장용 설비·원료·자재 조달도 불가능하지만, 노동에 대한 보수가 보장되지 않아 노동효율을 기대하기 어렵고 특수 경제체제로 인해 정상적 경제 운영은 불가능하다. 국제관계 정상화, 특수 경제체제 정리, 사경제 활성화 등 구조개혁이 필요하나 이는 독재체제 유지 위협요인이므로 개혁은 어렵다. 이념적·구조적 변화가 없이는 북한 경제회복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경제는 1) '이기적'이라는 인간 본성에 역행하는 사회주의의 근본적 한계 속에서 2) 내각이 아니라 당과 무력기관 등 특수단위가 경제를 장악하고 3) '대안의 사업체계' '장마당' 등 일부 시장경제 기능마저 무력화하고 4) 국제관계가 무너지면서 파국에 처한 것이다. 물론 근본 원인은 사회주의 일인 독재체제 유지에 있을 것이다.

교훈도 있다. 우리로서는 사회주의 체제 실험은 실패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라도 이에 대한 환상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한편 합리성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각종 정책이 도입되는 것은 아닌지, '이기적'이라는 인간 본성에 역행하는 제도 도입이 과도하지는 않은지 경계할 필요도 있다. 우리 체제의 장점인 자유, 창의, 성취동기를 촉진하는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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