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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의료계 “교수·시설 부족, 증원분 줄여야”… 정부는 부정적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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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정, 13일 첫 실무회의

1509명 증원되고 휴학생 복귀 땐

평소 2.5배 달하는 인원 수용 불가

“전공의들 협의체 참여에도 필요”

정부, 수능 하루 앞둬 불가능 입장

일각선 “2026학년도 논의도 촉박”

의협, 13일 비대위長 온라인 투표

“누가 되든 전공의 목소리 커질 것”

여·의·정 협의체에서 구체적인 안을 검토하는 실무위원회가 13일 첫 비공개회의를 시작하면서 의료계가 주장해 온 의대 정원 조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협의체는 이틀 앞으로 다가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고려해 의대 정원 문제는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의료계에선 당장 현행 증원 규모를 유지할 경우 협의체 불참을 선언한 전공의·의대생들의 목소리를 협의 내용에 온전하게 반영할 수 없고, 이대로는 내년 의대생 교육도 힘들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원 규모가 큰 지방 의대들의 경우 신규 교수 채용이 더디고 당장 기자재·시설 확충이 부족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정원을 줄여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세계일보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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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1509명에서 더 줄까

12일 의료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협의체에 참여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전날 첫 협의체 전체회의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독립성 보장,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 잠정 중단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선 ‘2025년 의대 증원 1509명’과 관련해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넘기지 않고 각 의대들이 증원 준비 상황을 반영해 모집인원을 일부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증원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의료계에선 이런 식으로 기존 증원분(1509명)의 20%인 300명가량을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앞서 증원 규모를 줄인 선례가 있어 추가 감축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2월6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을 발표했고, 의료계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자 1509명으로 줄였다. 국립대 총장들이 ‘대학별로 의대 증원분을 최대 50%까지 자율적으로 감축하게 해달라’고 하자 교육부가 받아들였고, 내년 의대 모집인원은 4567명으로 확정됐다. 이번에 의료계 제안이 관철되면 최초 정부가 설정한 2000명 증원 규모는 1200명대까지 줄어들 수 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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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시설 부족, 전공의 참여 필요”

의료계가 의대 증원 조정을 주장하는 건 교수·시설·기자재 부족으로 정상적인 교육이 힘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전공의·의대생들을 양지로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1509명이 증원되고 휴학생들까지 복귀하면 평소의 2.5배에 달하는 7500명이 한꺼번에 수업해야 하지만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지난달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됐다.

정부는 2027년까지 교수 1000명을 증원한다는 계획이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보고서’에서 “9개 국립의대 등이 내년에 채용을 동시에 진행하면 교수 확충이 어렵고 공개채용에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서울시내 의과대학.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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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배로 늘어나는 인원을 수용할 강의실 등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대 등 일부 지방대 총장들은 국감에서 “신축 건물이 3∼4년 뒤 완공되지만 교육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학생회관을 개조해 강의실로 활용해야 하는 등 정상적인 교육 여건은 아니라고 의원들은 지적했다.

내년 증원이 임박하면서 교육 위기 우려도 더 커지고 있다. 충북대 고창섭 총장은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에게 “내년에 복귀하면 학업 환경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면서 복귀를 촉구하는 서신을 6일 보냈다. 앞서 고 총장은 국감에선 “내년에 126명, 올해 입학한 49명이 모두 수업을 들어도 강의실은 충분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정부는 2025년 예산안에 국립대 의대 시설·기자재 확충 1508억원, 사립 의대 교육환경개선 융자 1728억원, 의대 교육혁신 지원 551억원 등이 반영돼 의대 교육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대학은 자체 계획에 따라 교원 채용, 시설 확충 등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도 의대 교육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일보

여·의·정 협의체 첫 실무위원회 회의를 하루 앞둔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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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 조정, 정부·전공의 입장은

의료계에선 전공의들을 협의체 논의의 장으로 불러내기 위해서라도 의대 증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다만 전공의들이 2025년 증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정부도 당장 증원 조정을 선뜻 받아들이긴 어렵다. 교육부는 2025학년도 모집인원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레 대학수학능력시험이고 수험생들은 수능이 끝나면 대학별 고사, 정시모집 준비 등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모집인원을 바꾸기 어렵다”며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해볼 수는 있지만 2025학년도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2026학년도를 얘기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2026학년도 정원을 논의할 시간도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각 대학이 대입 시행계획을 확정하는 내년 5월까지 시간이 있지만 선발 규모 확정이 늦을수록 수험생 혼란은 더 커진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2026학년도 모집인원도 내년 초엔 확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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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비대위서 전공의 목소리 커질 듯

대한의사협회(의협) 임현택 회장 탄핵으로 13일 온라인 투표가 진행되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 선거는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 등 4파전으로 치러진다.

단국의대 교수인 박형욱 부회장은 정부 의료정책의 문제점을 짚는 강연을 하며 전공의 지지를 받았고,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도 공개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부회장은 “비대위 운영에 있어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중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동욱 회장은 대통령실 앞 거리에서 의료 정상화를 위한 선도적 투쟁을 해왔고, 주신구 회장은 의료계의 여·의·정 협의체 참여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황규석 회장은 사직 전공의 개원 프로그램을 여는 등 전공의 지원에 노력했다는 평가다. 한 의료계 인사는 “4명 중 누가 되더라도 의협에서 전공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대한의학회는 내년 68차 전문의 자격시험에 566명이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응시자(2782명)의 20.3%에 불과한 수준으로, 내년에 신규 전문의 배출 급감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지적이다. 전문의 1차 필기와 2차실기·구술시험은 내년 2월14∼21일 치러진다.

정재영·김유나·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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